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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끌 Feb 17. 2020

함박눈! 이게 얼마 만인가?

#2. 별일 없이 산다

첫(?) 함박눈이 내렸다. 올겨울에 서울에선 이렇다 할 만큼 눈을 본 적이 없다. 매서운 한파도 없었다. 한강이 얼었다는 소식도 듣지 못했다. 눈이 아주 안 내린 건 아니지만. 언제 눈이 내렸다 싶을 정도다. 진눈깨비만 몇 번 뿌리다 말았다. 그나마 조금 쌓였던 눈도 금방 녹아내렸다. 올겨울에 제대로 된 눈 구경을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2020년 2월 17일(월), 눈 내린 광화문 주변과 서울역사박물관


일요일 어제부터 서울에 때아닌(?)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겨울왕국>의 한 장면처럼. 바람도 세차게 불고 굵은 눈발은 주변을 하얗게 물들였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도 쌀쌀한 날씨 속에 아침에도 눈발이 날렸고, 점심때까지 이어졌다.  

물론 도로는 수많은 차들이 지나다니며 빠르게 눈을 먹어치워 매끈하게 닦아냈다. 대형 빌딩이나 상가 주변으로도 연신 빗자루로 쓸고 닦는 사람들 틈으로 종종걸음을 쳤다. 큰길에는 눈들이 빠르게 정리됐지만 건물 사이에 혹은 상가 뒷길 골목에는 뽀드득 소리를 내는 새하얀 눈이 밟혔다.

점심 먹고 은행에 볼 일이 있어서 광화문 사거리를 걷다가 골목길로 들었는데. 앞에 걷던 사람이 갑자기 트위스트 한판 추며 바닥에 자빠졌다. 헐... 한 손엔 커피를 들고 있었는데. 그나마 커피는 떨어뜨리지 않았다. 벽을 붙들고 간신히 서서 그가 나를 쳐다봤다. 많이 창피한 듯.

나도 빠르게 쓱~ 하고 그의 동태를 살폈다. 많이 다치진 않은 모양이다. 이럴 땐 얼른 자리를 피해 주는 게 낫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다행이랄까. 놀란 눈빛을 빠르게 교환하며 골목길을 빠져나왔다. 주머니에 넣었던 손은 어느새 빠져 있었다. 종종걸음으로 그 사람이 넘어졌던 자리를 나와선 가파른 언덕을 넘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후 들어 눈발은 여전히 날렸지만 서서히 약해졌고, 바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매서워졌다. 모자 달린 외투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는 눈 아래까지 바짝 당겨 썼지만 거리가 낯설다. 새하얗게 변한 서울 시내에 새하얀 혹은 검은색 마스크 물결이 다가온다.

함박눈이 내렸고 길에도 쌓여 보기 좋았던 기분도 잠시. 마스크 쓴 사람들과 마주치며 빠르게 은행 일을 마치고 서둘러 일하러 간다. 설 연휴부터 시작된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으로 사람 많은 곳은 피하고 있다. 마스크를 꼭 쓰고 다니라고 하지만 쓰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마스크는 사기 어렵고. 감기라도 걸리면 안 되지 싶어 마스크에 모자까지 꾹꾹 눌러쓰니 답답하다. 하루라도 빨리 마스크를 벗어던져 버리고 자유롭게 거리를 거닐고 싶다. 올겨울이 가기 전에.

눈 내린 광화문 거리에서...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181276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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