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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Mar 06. 2022

전쟁은 끝나도 절대 끝나지 않는다

20세기도 아니고 21세기에 전쟁이 일어나리라 단 1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지도자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났다. 그러나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각종 뉴스와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들의 썸네일을 보기만 해도 두렵고 불안해져서 피하고 있는 중이다.


어리석고 이기적인  지도자는  이 사태가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지 알고 있을까? 싶었다. 전쟁은 절대로 군인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군인들은 적은 군인들 뿐만 아니라 민간인들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전쟁은 적군이든 아군이든 군인이든 일반 시민이든 할 것 없이 공포와 두려움으로 몰아간다.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공포, 살던 집과  직장이 사라질 두려움, 먹고 살 일에 대한 막막함, 그리고 이 땅 어디에도 안전한 장소도 안전한 미래도 없다는 불안... 그리고 이 모든 직접 간접적 피해는 언제나 사회 구성원 중 가장 약자에게로 쏠리게 되어 있다.  


설사 전쟁이 끝난다 해도  사실 그때부터 국민들은 진짜  삶의 전쟁이 시작된다. 전쟁에 직접 참여했던 군인들은 PTSD와 여러 가지 적응 문제로 대부분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그런 군인의 가족들 또한  군인으로 인한 2차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다. 전쟁에 직접 가담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이를 갑자기 잃은 가족들이 생기고 직장과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부지기수가 된다. 이렇게 삶이라는 것이 처절한 생존 체계로 바뀌면 우리는 쉽게 인간성을 잃어버리게 되기도 한다. 살아남아야 하기에, 가족을 부양해야 하기에 모질고 거칠어지게 된다. 그런 생존 모드의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당연히 건강하게 자라지 못한다. 생존 모드의 삶은 안정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예를 나는 몸소 지켜보며 자랐다.


나의 조부모님 모두 6.25를 직접 겪으신 분들이다. 외할아버지는 학도병으로 징병되어 전쟁에 참가하시고 총에 맞는 부상을 입고 돌아오셨다. 겨우 고등학생의 나이에 사람을 죽이고 죽은 사람을 타 넘고 총에 맞는 경험은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너무 버거운 일이셨다. 당연히 PTSD트라우마를 경험하셨지만 그 당시 한국군인들의 전쟁 예후 처리는 엉망이었다. 나라를 위해 몸 바쳐 싸웠지만 나라로부터 아무 혜택을 받지 못한 할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셨고 그렇게 술 때문에 병을 얻으시고 일찍 돌아가셨다. 그런 남편을 데리고 살던 외할머니의 삶 또한 전쟁과 마찬가지였다. 자식 셋을 먹여 살리고 병든 남편을 부양하느라 할머니는 독해지고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정에서 당연히 엄마는 방치되고 학대를 받았고 그 학대는 되물림이 되었다.


전기도 안 들어오는 거창군 가랑촌에 살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전쟁이 난 줄도 모르는 아주 시골 마을이었다. 그러나 한날은 인민군이 들이닥쳐 먹을 것을 약탈해 가고 또  다른 날은 국군이  들이닥쳐 양식을 빼앗겼다고 했다.  그렇게 번갈아  오던  어느 날 국군에게 협조했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을 모두 몰살시키려고 집합을 시킨 적이 있다고 한다. 그 당시 할머니는 어린 자식들을 자신의 치마폭에 감싸 안고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다행히 국군이 다시 마을에 되돌아오게 되면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런 영화 같은 이야기를 겪은 할머니 또한 가난과 전쟁으로 살기 위해 독 해지 실수밖에 없었다. 그런 친할머니 밑에서 아버지는 생존만 하는 삶을 배우셨다. 전쟁이 끝나고 수십 년이 지나도 늘 생존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셨다. 그런 아버지의 삶의 태도가 후에 나에게 얼마나 큰 상처와 아픔을 남겼는지 모른다.


이렇게 전쟁은 끝난 지가 60년이 넘어가지만 우리 안의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나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참상도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안타깝지만 설상 양국의 전쟁이 끝난다 하더라도  앞으로 개인의 삶의 전쟁을 평생 치루어야 하는 국민들이 사실 더 안타깝다.  그 전쟁의  상처는 절대로  몇 년 안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전쟁이 더 이상의 피해 없이 속히 끝나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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