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나 인간관계에서 사람들이 크게 착각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내가 한번 잘못이나 실수를 했으면 한번 잘해주면 무마될 것이라 믿는 것이다. 마치 심한 부부싸움을 하고 꽃다발이나 선물로 만회가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의 뇌는 부정적인 것을 더 잘 기억하고 끌리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부정적인 경험을 지우기 위해선 긍정적인 경험이 5-6배는 더 많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배우자의 잘못이 한 번의 사과나 이벤트로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실생활에선 반대인 경우가 많다. 서로에게 부정적이고 나쁜 피드백은 자주 주지만 서로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경우는 적다. 그래서 부부관계가 힘든 것이다. 마치 내 딴에는 한두 번 잘해주는 것 같은데 상대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고 억울해한다. 그러나 인간의 뇌가 이렇게 부정성에 더 끌리게 작동하기 때문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부정적이 경험을 확 줄이던지 긍정적이 경험을 더 많이 자주 해야 한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긍정적인 경험은 서로에게 감사와 칭친을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어쩌면 한국사람들의 부부관계나 가족관계가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 우린 칭찬이나 감사에 매우 인색한 문화에서 자랐다. 특별히 가족관계에선 더욱더 힘들다. 누가 봐도 대단한 일을 하거나 훌륭한 일을 하지 않은 이상엔 칭찬이나 수고했다는 말을 듣기 어려웠다. 나도 어릴 적부터 과도한 칭찬이나 애정표현은 아이들 버릇 나쁘게 한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자란 부모에게서 자랐다. 그러니 부모에게 칭찬이나 감사의 표현을 듣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니 나 또한 배우자나 자녀에게 칭찬을 하는 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남편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처음엔 칭찬이나 감사보다 판단이나 비난이 먼저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별것 아닌 것에도 찬사와 감사를 남발하는 미국의 문화 속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기도 했고 또 감사와 칭찬의 힘을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처음엔 너무 어색하고 힘들지만 가족 안에서 억지로라도 표현하도록 노력했다. 그 노력의 시작은 우리의 마음가짐을 달리 하는 것이었다. 배우자는 바라보면서 그/그녀가 하는 모든 일들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감사나 칭찬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그녀가 하는 모든 것이 고마울 수 있다는 것을 우린 알았다.
그래서 남편이 퇴근하고 오는 길, 내가 저녁 밥상을 차려줄 때, 남편이 설거지를 해 줄 때, 남편의 머리를 깎아줄 때, 아이들과 놀아줄 때 등등 우리는 사소한 모든 일에 되도록 감사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에게 긍정적인 경험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부정적인 경험은 자연스럽게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물론 우리도 가끔은 싸우고 삐치고 째려볼 때도 있지만 평소의 쌓아놓은 긍정적인 말들이 많아서 갈등과 오해는 금방 사그러 들었다.
더 나아가 그 노력의 한 부분으로 특별한 날은 서로에게 꼭 카드를 쓰는 가족 전통을 만들었다. 남편과 나는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밸런타인데이,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에 선물은 못해줘도 서로에게 카드를 쓰는 것을 약속했다. 처음엔 할 말도 없는 것 같고 어색해서 남편의 심한 거부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서로에게 진심을 담은 한 글자 한 글자의 힘을 느끼면서 이제는 특별한 날 무엇보다 남편은 나의 카드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대부분의 부부가 갈등 없이 가정에서 평화롭게 지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런 가정의 분위기는 가만히 있는다고 절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밭에 좋은 씨를 뿌리지 않으면 잡초가 어느새 자라듯이 서로를 향한 감사와 격려의 말을 하지 않으면 관계에도 잡초가 자라기 시작한다. 그것은 상대를 향한 불평불만 그리고 비교이다. 이것이 부부관계의 주 감정이 되고 서로에게 쏟아내는 언어가 된다면 부부는 입만 열면 싸울 수밖에 없는 관계가 된다. 따라서 왜 우리는 이렇게 대화가 안 되고 입만 열면 싸울까?를 생각하기보다 평소 서로를 향한 긍정적이 피드백을 얼마나 주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이다. 부부처럼 친밀한 관계에서는 그 무엇보다 서로를 향한 친밀감과 신뢰를 먼저 든든히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