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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정미 Aug 08. 2024

불안이 뭔지도 몰랐다


요즘 인사이드 아웃이란 영화 덕분에 불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무척 높아졌다.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지 못했던 내면 깊은 곳 불안을 꺼내어 준 것 만으로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고 열광했다. 그만큼 불안은  세상에 많이 알려졌다.


스스로 나는 불안을 빼고는 나를 설명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한다. 그렇게 나는 불안과 오래 함께 했었다. 다만 어린 시절엔 나를 공포 속으로 걱정 속으로 몰아넣었던 감정이 불안인 줄 몰랐을 뿐이다. 서른 후반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나를 지독히도 괴롭히고 절망 속으로 끌고 갔던 감정이 불안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세월히 흘러 심리상담 대학원을 다니면서 나는 사회성 불안장애, 선택적 함구증, 범불안장애 그 어느 언저리에 항상 있던 사람이었다.


요즘은 연예인들의 공황장애와 육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진단명에 익숙해지면서 불안장애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달라졌다. 우리가 아는 공황장애, 선택적 함구증, 고소 공포증, 폐쇄 공포증, 강박장애등 모두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즉 이 모든 질환의 기저에는 불안이 깔려있다.  그만큼 불안은 정신질환을 다룰 때 빠질 수 없는 감정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불안이 나쁜 것이냐?라고 묻는다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불안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이 오히려 훨씬 더 위험할 때가 많다. 내가 하는 나쁜 행동에 대한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혹은 죄를 지으면서도 혹시 들키거나 잡힐까 불안해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인격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불안이라는 감정 때문에 사람들은 규칙을 만들고 법을 만들고 병을 예방하며 살아왔다. 불안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느껴야 하는 감정이지만 불안이라는 감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잠식당할 때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이다.


불안을 잘 다스리기 위해 불안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인 것처럼 불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개인의 불안을 다스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불안은 인간이 개인이 처한 상황에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개인의 기질과 자라온 환경, 그리고 트라우마의 여부에 따라 불안의 강도와 빈도는 무척 차이가 난다. 그리고 개인마다. 불안을 강하게 느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도 다 다르다. 그건 각자의 기질과 과거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어린 시절 늘 긴장하고 불안했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더 맞겠다. 그만큼 나는 집에서 학교에서나 늘 긴장하고 불안해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불안이라고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 누구도 그런 나의 불안을 읽어주고 보듬어 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작은 일에 지레 겁을 먹고 수줍어하고 사소한 일로 전전긍긍하는 용기 없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하대하고 비하했다. 그것이 어린 시절 내가 스스로 목숨을 버려도 누구 하나 신경 쓸 가치 없는 존재라 생각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하루종일 긴장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 다행히 불안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버릴 시도도 하지 않았고 공황장애나 불안장애로 약을 먹지도 않는다. 물론 때때로 불안이 엄습할 때도 있고 걱정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도 하나 대부분 잘 지나간다. 이유는 나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나의 불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불안이 찾아와도 나를 비하하거나 몰아세우지 않는다. 그 아이를 잘 다루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과거엔 내가 불안에 끌려다녔다면 지금은 내가 불안을 주머니에 넣고 어디든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나의 삶을 이끌고 살아가고 있다.

 

더불어 심리치료사가 되고 나서 상담실에서 만나는 아이들, 부모들 중 많은 경우가 각자의 불안 때문에 힘들어했다. 보이는 모습은 제각각이었지만 그 내면의 깊숙이 들여다보면 해결되지 않는 불안이 개인과 가정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를 탓하고, 배우자를 탓하고, 환경을 탓했지만 실상은 내면의 자신의 불안을 잘 다스리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그 문제의 근원을 잘 찾아내고 다룰 수만 있다면 우린 한결 편안한 삶과 관계를 맺을 수 있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브런치에서 새로운 매거진을 만들면서 불안에 대한 주제로 글을 예정이다. 나의 경험과 내가 배운 전문적 지식들이 불안으로 고민하는 개인과 혹은 불안한 성향이 강한 아이나 가족을 돌보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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