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처음으로 받는 수영강습, 7살 난 아들은 10분마다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한다.
-몇 달 동안 열심히 연습한 클라리넷을 교회에서 연주하기로 한 시아버님은 하나도 안 떨리고 긴장 안되신다고 하시더니 막상 연주 시작 후 실수연발을 하신다. 연주가 끝나고 연습땐 잘했는데 실전에서 왜 그렇게 틀렸는지 모르겠다 하신다.
-책장정리를 하고 있다. 먼지는 없지만 어느새 책이 이것저것 섞여있다. 아이들이 읽고 제대로 넣지 못했나 보다. 다시 다 꺼내 색깔별로 크기별로 정리한다.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표정이 어둡다.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물어도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는다.
-숙제를 다했냐고 물어보니 아들은 숙제가 없다고 한다. 며칠 뒤 선생님으로부터 아들이 큰 프로젝트과제를 하지 않았다고 연락이 왔다.
-이사를 가고 아이가 새 학교로 전학을 간다. 그런데 아이는 이유 없이 나에게 짜증을 부리고 심통을 부린다.
-기말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공부는 하지 않고 방청소를 시작하고 피곤하다며 유튜브를 본다.
-친구들이 새로운 보드 게임을 하고 있다. 친구들이 재미있다며 함께 하자고 해도 괜찮다며 참여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은 마치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이리저리 당황해하는 사람들만 불안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마치 덤덤하고 차분한 사람들은 불안하지 않을 것이라 믿기도 한다. 하지만 불안은 보이는 행동이나 모습보다 우리 내면에서 일어나는 소용돌이에 가깝다. 마치 호수의 백조가 우아하게 물 위를 다니는 것 같지만 실상 두 발은 열심히 움직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 내면의 소용돌이를 들키면 큰일이 날까 봐 오히려 의외의 행동과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아서 오히려 사람들은 모를 때가 있다.
위에 열거한 모든 사람들의 행동은 불안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람들이 불안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다. 하지만 저 내면 깊은 속에서 이런 행동을 일으키게 한 원인은 불안일 때가 있다.
-처음으로 받는 수영강습, 7살 난 아들은 10분마다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한다.
:어린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읽는데 아직 서툴다. 처음 배우는 수영 앞에서 긴장하고 불안해지면 느껴지는 불편한 마음을 아이들은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신체반응으로 나타나기 쉽다. 가장 흔한 것이 소변이 마렵거나 배가 아픈 것이다.
-몇 달 동안 열심히 연습한 클라리넷을 교회에서 연주하기로 한 시아버님은 하나도 안 떨리고 긴장 안되신다고 하시더니 막상 연주 시작 후 실수연발을 하신다. 연주가 끝나고 연습땐 잘했는데 실전에서 왜 그렇게 틀렸는지 모르겠다 하신다.
:전형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읽을 줄 모르는 경우이다. 일평생을 감정을 억압하고 누르는 것이 익숙한 경우 감정은 무뎌질 수밖에 없다. 시아버님은 감정뿐 아니라 신체 반응에도 무딘 편이시다. 피멍이 들 정도로 다쳐도 언제 어디서 부딪혔는지도 잘 모르신다. 하지만 감정은 생각으로 인지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 스스로 긴장이 되거나 불안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하셨지만 몸은 미세하게 긴장하고 경직된 것이다. 그래서 안 하던 실수를 연발하게 되는 것이다.
-책장정리를 하고 있다. 먼지는 없지만 어느새 책이 섞여있다. 아이들이 읽고 제대로 넣지 못했나 보다. 다시 다 꺼내 색깔별로 크기별로 정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안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는 유형이다. 완벽주의!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타인이 보이게 자신의 일을 알아서 깔끔하게 처리하는 능력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완벽주의야 말로 저 내면 깊은 곳에 불안이 내재되어 있다. 자신의 주변과 삶에 대한 통제, 즉 자신이 원하는 모습대로 두어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뭔가 하나라도 어긋나 있거나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면 불안하고 불편하다.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표정이 어둡다.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물어도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는다.
:불안한 사람들은 감정정리가 쉽게 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건강하게 표현하도록 훈련하지 않았다면 머리는 백지상태가 되어 버리기도 한다. 거기다 부모가 아이에게 편안한 게 대화를 나눌 안전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면 아이는 말을 할 수가 없다. 또 부모에게 공격받기 싫기 때문이다.
-숙제를 다했냐고 물어보니 아들은 숙제가 없다고 한다. 며칠 뒤 선생님으로부터 아들이 큰 프로젝트과제를 하지 않았다고 연락이 왔다.
:불안한 사람들의 가장 흔한 방어기제가 회피이다. 자신이 느끼기에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과제나 난관이 닥치면 마음이 너무 요통 치기에 뒷 일은 생각지도 않고 일단 도망치고 싶다. 그래서 불안한 아이들이 부모에게 자잘한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부모를 속이려는 나쁜 의도보다는 자신의 불안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회피라는 방어기제를 선택한 경우이다.
-이사를 가고 아이가 새 학교로 전학을 간다. 그런데 아이는 이유 없이 나에게 짜증을 부리고 심통을 부린다.
:불안한 아이들은 낯선 환경과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불안은 예측되지 않는 상황에서 더 증폭되기 때문이다. 거기다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제대로 인지하고 표현할 줄 모른다면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부모에게 짜증이나 화로 표현하기 쉽다.
-기말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공부는 하지 않고 방청소를 시작하고 피곤하다며 유튜브를 본다.
:믿을 수 없겠지만 이런 경우도 완벽주의 성향에 가깝다. 공부를 할 때도 완벽한 조건과 환경이 갖추어지길 바라고 공부도 처음부터 꼼꼼히 완벽하게 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 그 갭차이로 인한 불안감이 오히려 딴짓을 하게 만드는 불상사를 만든다.
--친구들이 새로운 보드 게임을 하고 있다. 친구들이 재미있다며 함께 하자고 해도 괜찮다며 참여하지 않는다. :낯을 가리는 친구들이 아님에도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 중 많은 경우는 자신이 잘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실수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완벽주의 성향이다. 이런 아이들의 경우는 자신이 잘하지 않는 분야는 아예 시도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위에 나오는 예시들은 불안한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다. 이처럼 불안은 무척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내면에선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긴장해서 어쩔 줄 몰라하더라도 사람마다, 자라온 환경에 따라, 혹은 훈련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나 같은 경우에도 대학원에 처음 가서 영어로 20분 정도 발표를 해야 했었다. 한국어도 아닌 영어로 그것도 대부분 네이티브들이 앉아있는 강의실에서 발표를 하려고 하니 심장을 미친 듯이 뛰고 머리는 토네이도가 닥친 듯이 정신이 없었다. 며칠 전부터 발표해야 할 내용을 달달 외운다고는 했지만 그건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하지만 나의 모습은 한없이 차분하고 평온했다. 그래서 오히려 미국 친구가 ' 너 불안한 거 맞냐며? 너무 차분하게 발표했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렇게 나의 불안을 잘 감추고 사는 사람이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어린 시절부터 무척 불안한 사람이었다는 말을 잘 믿지 않는다. (물론 성인이 되어서 불안을 다스리는 기술이 늘어서이기도 하다.) 말도 안 된다면서, 강의도 하고 어디서나 자신의 생각을 똑 부러지게 말하면서 네가 무슨 불안한 사람이냐고 들 한다. 하지만 불안은 보이는 행동보다는 오히려 내면에서 일어나는 강한 감정이다. 특히 자신의 불안을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감추고 숨길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건강한 방법은 아니지만)
따라서 타인과의 행동을 비교해서 내가 불안해 보이는지 아닌지 보다 내가 느끼기에 긴장이 되고 떨리고 걱정이 되고 안심이 되지 않는다면 불안한 것이다. 그런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들여다보고 읽어내고 알아차리는 것이 불안을 잘 다스리는 첫 번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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