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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정미 Aug 14. 2024

불안 VS 불안장애

나는 여러 번 불안이 불안장애가 되는 건 아니라고 언급했다. 인간이라며 누구나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불안 자체가 병은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불안을 가만히 내버려 두면 괜찮아지는 것도 아니다. 분명히 불안으로 인한 심각한 정신질환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불안이 장애로 진단되는 기준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1. 첫 번째는 강도이다. 우리가 뉴스에서 범죄사건이나 사고뉴스를 들을 때 마음이 걱정이 되고 갑자기 어두운 밤길을  혼자 걸을 때 섬뜩한 기분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쳐서 밖을 나가지 못하거나 혼자 외출을 하지 않으려 한다면 심각한 것이다. 전쟁영화를 보면서 겁을 먹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는 건 평범한 수준이지만 갑자기 죽을 것 같은 공황장애를 느끼게 된다면 이건 정상적인 불안이 아닌 것이다. 큰 시험을 앞두고 걱정되고 떨리는 마음이 드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만약 그 불안이 지나쳐서 시험장을 뛰쳐나오거나 답안지를 백지로 낸다면 그것은 정상범위를 벗어난 불안이다. 이처럼 불안의 강도가 지나쳐서 신체적 증상 이 나타나거나 합리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된다면 심각한 수준이다.


2. 두 번째 빈도이다. 우리가  하루 중에 가끔 걱정을 하거나 불안을 느끼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사람은 하루종일 여러 가지 걱정과 잡생각에 마음을 빼앗기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거기에 집중하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만약  불안한 마음과 생각이 하루종일, 일주일 혹은 한 달 내내 떠나지 않는다면 정상 수준을 벗어난 것이다.


3. 세 번째는 지속성이다. 공황장애 같은 경우는 한 번만 느껴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그 강도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예방을 위해서 필요하다. 하지만 그 외의 불안, 염려, 걱정등의 감정들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일상의 변화는 불안을 충분히 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직, 이사, 결혼, 출산, 전학, 시험 등등 우린 살면서 많은 변화를 만나기에 그로 인한 불안은 당연히 생긴다. 하지만 웬만히 건강한 사람들은 적응하고 다시 일상을 회복한다. 하지만 수개월이 흘러도 마음의 불편함과 일상생활의 불편함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4. 세 번째는 일상생활의 질이다. 사람마다 소심하고 겁이 많고 걱정이 많은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 모두 불안장애로 진단하지는 않는다. 장애의 진단기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일상생활에 얼마나 어려움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걱정이 지나쳐서 밤새 잠을 못 이루고 다음날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긴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학교에서 발표를 앞두고 걱정이 되고 너무 떨리는 것이 지나쳐서 학교를 가기 싫어하거나 입도 벙긋하지 못한다면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위생관념이나 정리정돈을 하고 사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지나쳐서  그것이 삶의 일순위되고 그로 인해 개인의 일상이나 관계의 질을 떨어뜨린다면 그건 정상범주를 벗어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이 모든 공포증을 치료하진 않는다. 전문가들은  내담자의 공포증이나 불안이 일상생활에 얼마나 치명적이 불편함을 주는지는 먼저 진단한다. 많은 사람들이 고소공포증이나 물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모두 치료를 받지는 않는다. 사실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그런 공포를 느낄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음에도 어둠을 무서워하거나 혼자 자는 걸 싫어하는 아이들이  부모의 손에 이끌려 종종 상담실로 찾아온다. 아마 한국이었으면 부모들이 그냥 데리고 잘 확률이 높다. 하지만 미국은 수면교육을 일찍 시키고 또 각자 방에서 혼자 자는 것을 선호하는 문화이기에 아이가 다 컸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함께 자려고 한다면 개인의 일상을 무척 침해받는다고 느끼고 힘들어한다.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상담실을 찾는다. 이렇듯 불안장애의 기준은 개인의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따라서 모든 불안이 치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안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서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가 깊어지고 그로 인해 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관계의 악영향을 준다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런 불안은 가만히 내버려 둘수록 점점 커지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안이 개인을 잠식해 버리게 된다. 따라서 스스로 인지하고 다스리는 능력을 배우지 못한다면 불안으로 인해 개인의 삶의 질이나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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