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의 꽃말은 '그럴 수 있지'

아주 작은 바람

by 초롱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한껏 들뜬, 신과 흥이 나버린 나는 (전혀 기억이 없는데)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적어도 세 명은 낳을 거야! 세 명 정도는 낳아야 해."

그때 우리 나이 스물둘이었다.


남편의 장점 중 하나는 일관성이다.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그런 남편은 한결같이 딩크를 원했다.

"아니, 내가 세 명이나 낳는다고 했다고? 진짜?"

"응, 그랬어."

"그 얘기 듣고 무슨 생각 했어?"

"얘를... 어떡하지? (웃음)"


나에게 결혼과 임신, 출산은 한 세트 같은 것이었다. 임신과 출산을 하지 않을 거라면 결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연애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데 아이를 안 낳을 거면 굳이 결혼을? 뭐 이런 논리였던 것 같다. 그랬던 내가 10년 넘게 연애를 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남편보다 더 확고한 딩크족이 된 것.


결혼 전후로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는 '2세 계획'이었다. 친한 사람도 친하지 않은 사람도 아무렇지 않게 묻길래 나도 아무렇지 않게 안 낳을 거라고 대답했다.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왜? 왜 안 낳아?"

"에이, 설마. 살아 봐라, 그게 되나."

"그런 애들이 더 빨리 낳더라."

그냥 웃었다. 웃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그럴 수 있지. 당신도, 나도.'


안 낳겠다는 사람에게 왜 안 낳을 거냐고는 물어도 낳겠다는 사람에게 왜 낳을 거냐고 묻진 않는다. 그런 걸 보면 임신과 출산은 여전히 결혼의 기본값인가 보다. 다만 누군가에는 당연한 게 아닐 수도 있는데 내가 그런 선택을 해보니 존중보다는 간섭과 약간의 비난 섞인 충고가 자주 돌아온다. 대단한 이해를 구하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오래 고민한 만큼 마음은 단단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듣고 싶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언젠가 딩크의 꽃말이 될 수 있을까.


사진 출처

https://d94x-photo.tistory.com/169

keyword
초롱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방송작가 프로필
팔로워 214
이전 11화유부녀의 연애 소설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