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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라 Jul 31. 2022

몸의 일기

01. 친해질 결심 

몸이 삐그덕대기 시작한 것은 3년 전 무렵, 십 년 다니던 회사를 야심 차게 퇴사한 직후였다. 한 달 간의 퇴사 여행 끝에 밀려온 허리디스크가 시작이었다. 한 달 누워 고생했던 그날 이후, 건강을 돌보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었던 운동도, 또 다시 업무에 치여 뒷전이 되어 버린 몸과 마음은 그때보다 나쁜 방향으로 퇴행을 반복하고 있었다. 


목 어깨는 고질적으로 아파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결국 다시 찾은 정형외과에서 받은 진단은 13년 동안 컴퓨터와 한 몸처럼 일하며 스스로를 돌보지 않은 처참한 결과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목은 점점 컴퓨터 모니터로 향한 거북이 목으로 변형이 되어갔고, 

3,4번 경추 디스크를 누르기 직전 도입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노라 주의를 받았다. 

척추측만증으로 척추는 엑스레이 선에서 가리키는 중심축에서 점점 옆으로 벗어나고 있었다. 

3년 전에 얻은 허리디스크는 설레었던 비행도 기피하게 만들었다.   

허리, 목, 어깨, 등, 쇠골 앞 근육까지도 모두 굳어져 딱딱해진 몸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몸이 개운했던 날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잠을 자도, 쉬고 놀아도, 스트레칭을 해도 이제 더 이상 나아지지가 않았다. 스스로 운동으로 풀 수 없는 단계가 되었으니 도수치료를 받으며 꾸준히 운동하며 관리하지 않으면 정말 되돌리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진단이었다.  


병원 문을 나서며,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에 깨달았다. 제대로 걷는 법조차 나는 몰랐다.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 모두 잘못된 방식으로 살아온 내 탓이었다. 

 

내 몸과 친해지려 한다. 

수십 년 동안 나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바깥으로 향한 목표들만 돌보았던 인생의 오류를 다시 범하고 싶지 않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건 퇴행하는 우리의 몸 상태를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삼십 대 중반까지 주위에서 운동의 중요성을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실제적으로 체감하지 못했다. 언제나 우린 젊은 나의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스스로 살뜰히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으면 퇴행은 나이에 상관없이 삼십 대의 나이에도 성큼 다가와 와 있음을 경험할 것이다. 


온 마음을 다해 내 몸과 친해지고 의식해보려 한다. 멀리 내다봐야 오래 날 수 있는 새처럼 다시, 조금은 가벼워진 내 몸을 느끼고 싶다. 정형외과적인 퇴행은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못한다고 한다. 퇴행이란 그런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조금씩 유연해지고 퇴행의 속도를 늦추고 유지할 수는 있다. 단지 그 열망으로 조금은 유연해지고 말랑해진 나 자신을 만나고 싶다. 개운해지는 그날을 위해 한 시간에 한 번씩 1분이라도 내 신체라는 껍데기도 챙겨주자.  


#내몸일기 #디스크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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