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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랑 Oct 16. 2023

프랑스 치유 일기-한국 유치원 vs 프랑스 학교

한국 유치원 vs 프랑스 학교

프랑스 공립학교는 9월에 학기가 시작한다. 

우리 가족은 9월 둘째 주에 프랑스에 도착해 아이들은 셋째 주부터 학교에 다녔다. 첫째 아이는 초등학교Ecole élémentaire 1학년CP으로 입학했고, 둘째 아이는 유치원Ecole maternelle에 만 5세 반 Moyenne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유치원도 학교라 불린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사립 어린이집에 다녔다. 

공립을 보내고 싶어도 자리가 없으니 사립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 서울형어린이집마저도 몇 년 전부터 대기를 걸어놓고 기다리다가 운 좋게 한 아이가 이사하는 바람에 자리가 생겨 다닐 수 있었다. 원칙을 잘 지키는 원장님과 근속 기간이 긴 선생님들의 평이 좋아 동네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어린이집이었다. 

공동 육아와 품앗이 육아로 아이들을 곁에 끼고 있다가 어린이집으로 보내자고 마음먹었을 때, 한국 교육 정책이나 제도에 워낙 취약점이 많다는 사실을 알기에 교육은커녕 안전만 보장돼도 감지덕지했다. 그동안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수많은 안전 불감증 사고와 폭력, 살인 사건이 일어났고 현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과 비리 관련해서도 무수히 많은 사건이 밝혀졌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만 지낼 수 있다면 다른 부분은 사치라고까지 여겼다. 그러다 보니 교육적인 면에서 늘 아쉬움이 있었다. 

나는 선행 학습이나 사교육을 아이들에게 시키지 않기로 작정한 엄마다. 유아기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은 인지학습이 아니라 놀이를 통한 배움이라 생각하기에 숲에서, 놀이터에서, 골목에서, 아파트 현관 앞에서조차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마음껏 뛰어놀게 했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는 산수와 한글 공부를 비롯해 영어를 배워야 하고, 한자를 외워야 하고, 친구들과 똑같은 악기(우쿨렐레)를 배워야 한다. 그래, 다양하게 경험하고 배우는 거까지는 좋다. 그런데 아이들은 받아쓰기 시험과 한자 급수 시험을 봐야 한다. 선행학습이 주도하는 경쟁이 한창 놀아야 할 시기의 어린이집에서부터 거행되고 있다. 방문 선생님과 함께 학습지를 공부하거나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받아쓰기 시험을 보면 당연히 만점을 받는다. 틀린 개수와 점수가 아이들 사이에 공유되니 학습지를 하는 100점 맞은 아이와 학습지를 안 하는 0점 맞은 아이가 자연스레 승자와 패자로 나뉜다. 


하루는 아이가 100점 받은 친구가 자꾸 놀리니 받아쓰기가 싫어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며 투정을 부렸다. 그렇다고 엄마와 함께 한글 공부는 하기 싫고, 시험에서 낮은 점수도 받기 싫은 마음이었다. 아이가 원하지 않는데 굳이 한글 공부를 억지로 시킬 이유가 없었다. 대신 다양한 그림책을 자주 읽어주었다. 

이를 두고 담임선생님과 상담했다.

“다른 모든 엄마는 받아쓰기를 원해요. 어차피 초등학교 가면 받아쓰기 시험을 보는데 거기서 잘하려면 어린이집에서 미리 준비해 놔야 하거든요.”

어느 날 둘째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만든 기린 모양으로 꾸민 온도계를 내밀며 인상을 찌푸렸다. 

“와 이게 뭐야. 기린 온도계네. 멋지다! 이거, 마음에 들어?”

“아니!”

“왜?”

“나는 기린 목에 있는 검은 점을 얼굴에다가 다 붙이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기린은 그렇게 생기지 않았으니 목에 붙이라고 해서 목에 붙였어! 그래서 싫었어!”

아이의 속상한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웠다. 아이에게 기린 온도계를 만들라는 과제를 줬으면 아이만의 기린을 마음대로 만들도록 내버려 뒀으면 어땠을까. 

아이들이 각자 자기 개성대로 다르게 생긴 여러 기린 온도계를 만들고 나서 아이들에게 어떤 마음으로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역으로 물어봐 줬으면 어땠을까. 꼭 한 가지 모양의 기린을 정답처럼 먼저 제시해 주고 그것을 따르지 않았을 때 틀렸다고 해야 할까. 


둘째의 담임선생님과 상담했다. 

“제대로 모양을 갖추고 그럴싸해 보이는 완성품을 보내지 않으면 왜 우리 아이가 만들기를 못 했냐며 속상해하는 어머님들이 계세요. 그래서 아이들이 다 만들고 나면 제가 완성도 있게 일괄적으로 똑같이 고쳐줘요.”

이런 환경에서 과연 아이가 창의력을 발휘하며 재밌게 미술 수업을 할 수 있을까 허탈감이 들었다. 시스템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우리 부부의 가치관과 한국의 교육 방식이 참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나는 ‘놀이’ 못지않게 예술과 철학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아이이기 전에 한 개체로서 사고하고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줄 알고,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그것을 분별하여 볼 줄 아는 감수성은 예술 교육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그리고 끊임없이 ‘왜’와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지며 의심하는 비판적 사고를 키우기 위해서는 철학과 인문학 교육이 필수라고 믿는다. 

목수정 작가의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라는 책을 읽으며 프랑스 교육이 추구하는 방향과 시스템이 우리와 더 잘 맞는다는 확신이 들었고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지금, 아이들이 프랑스에서 학교에 다니며 신선한 충격을 받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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