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눈으로 향으로 ...
"세계 최고의 커피가 뭔지 알아요?"
커피교육 첫 시간 중에 신부님께서 질문을 던졌다.
" 블루마운틴 이요! " 누군가 답을 했다.
" 맞아요. 잘 알고 계시네요, 커피가 가지는 신맛, 단맛, 쓴맛, 감칠맛을 다 가지고 있는 커피예요. 꽃향기가 난다고도 합니다."
커피를 배우기 전 다양한 원두의 맛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었다. 교육 첫 시간에 커피 역사와 더불어 말로만 들었던 커피 이름과 맛의 특성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셨다.
"하와이 코나는 세계 2위 커피로 매우 부드럽고 향기가 풍부해요"
"예멘의 모카는 세계 3위 커피로 불리고 향과 맛이 풍부하고 귀부인같이 우아하며 고급스러운 커피입니다."
" 에티오피아의 예가체프는 여성적인 부드러운 맛으로 모닝커피로 많이들 권장해요. 야채, 와인, 초콜릿, 레몬 신맛, 숲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썩 와닿지가 않았다. 커피에서 숲 향기가 난다고? 귀부인같이 우아한 맛은 어떤 걸까? 커피에서 야채맛이 난다니? 내가 생각한 강의는 원두를 앞에 두고 하나씩 맛을 보며 알려주실 줄 알았건만. 슬라이드를 보며 표안에 나라별 커피 이름과 특성으로 말로 듣는 설명은 글자이지 맛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너무 기대가 컸나 싶었다. 글로 느끼는 맛은 추상적이다. 딸딸 외운다고 해서 내가 실제로 느낄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케냐 AA 은 세계 4대 커피로 치기도 해요. 오후에 마시기에 적절하고요. 꽃향기, 와인 맛, 초코 향, 중후한 보디감이 특징이에요"
케냐 AA 의 중후한 보디감이 어떤 건지 궁금했다. 교육생 중 한 분이 질문을 했다.
" 중후한 보디감이 어떤 건가요?"
" 보디감이라 함은 입안에 맴도는 느낌 같은 거죠"
시험에는 반드시 출제된다며 자주 들여다보라던 신부님께서 말씀하셨다. 커피 이름을 붙이는 방법도 다양했다. 많이 들어본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 코나, 과테말라 안티구아가 생산국 가명+ 산지명이라는 것, 예멘 모카가 생산국 가면+ 항구면, 콜롬비아 수프리모, 케냐 AA 가 생산 국가+등급명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날 교육을 받고 나오는 길에 속으로 툴툴거리며 나눠주신 인쇄물에 나열된 커피 이름과 맛의 특징들을 쭉 흝어 봤다. 함께 교육을 받은 분들도 이구동성으로 한마디씩 했다.
" 아니 신맛이면 신맛이지. 부드러운 신맛, 향기가 좋고 알맞은 신맛, 레몬 신맛 은 다 뭐래?"
" 그러니까. 싱그러운 과일 맛, 숲 향기는 또 어떻고? 귀부인같이 우아하며 고급스러운 건 어떻게 느낄 수 있지?'
커피의 맛을 평가할 때 커피의 향기와 맛, 산도, 보디, 뒷맛을 고려한다는 데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 이제 겨우 첫 강의를 들었을 뿐인데 말이다.
" 난 색이나 농도, 거품, 예쁜 잔을 보는 즐거움으로 커피를 마셨어요"
" 나야 로스팅 한 원두의 향, 그라인더에서 분쇄될 때 퍼지는 향, 한 모금 마실 때 입속에 은은히 퍼지는 향, 커피 잔에 남은 향이 좋아서 마셨죠"
각자 자기가 즐기던 커피에 대해 말했다. 문득 난 커피를 이분들 만큼 좋아하나 싶었다. 누군가 " 네가 커피 맛을 알아?" 하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 같다. "커피맛이요? 커피는 눈으로, 향으로, 씁쓸한 맛으로 먹는 거니 쪼금은 안다고 할 수 있지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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