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방법

뇌유래신경영양인자 BDNF 수치 높이기

by 꽁스땅스

오늘부터 남편이 출근 시간을 당기는 바람에 4시 50분에 일어났다. 아침을 챙겨주고 배웅을 해 주곤 촛불을 켜고 기도를 했다. '오늘은 수요일, 코치 없이 알아서 자유 수영하는 날인데 하루 쉴까?'' 그래도 어차피 씻어야 되는데 몇 바퀴라도 돌고 나면 개운하지 않을까?' 멤버들은 다 나와서 운동을 할 텐데, 오늘따라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싶네' 기도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시 자고 싶은 마음에 핑곗거리를 찾는다. 기도가 끝나고 감사일기를 쓰며 오늘의 다짐을 쓰다 보니 오늘 해야 할 일들이 그려졌다. 바로 일어나서 수영가방을 들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늘 그렇듯이 운동 후 하루를 시작할 에너지로 충만한 내 모습을 그리면서.


책 <운명의 과학>에서 저자 한나 크리츨로우는 '어째서 어떤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피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안 그럴까?'에 대해 질문한다. 이와 관련해서 회복탄력성에 대한 신경 생물학 연구들에 대해 들려주었다. 회복력이란 역경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인생관을 유지하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예를 들어 감정적, 신체적, 혹은 성적으로 학대를 경험했던 아동의 경우 이런 경험이 없었던 아동보다 중독, 자해, 반사회적 행동, 우울증, 불안 등의 정신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물론 모든 아동이 그러는 것은 아니다. 10에서 25퍼센트 정도는 어른이 되어 정상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회복력은 복잡한 현상이지만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여기에 관여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유전자 중 하나는 뇌유래신경영 양인자 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BDNF 다. 이것은 기존 뉴런의 생존을 뒷받침하고, 새로운 뉴런의 성장을 촉진하고, 뉴런들 사이의 연결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는 대단히 유용한 화학물질을 생산한다고 한다. 이 유전자의 한 변이인 Val66 Met 은 BDNF가 아주 높은 농도로 발현되도록 지시하는데 이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뇌가 아주 튼튼하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학습과 기억에 관여하고, 새로운 신경세포가 평생에 걸쳐 태어나는 몇 안 되는 뇌 영역인 해마가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크다고 한다. 이것은 새로운 기억을 쉽게 만들고 저장하며, 새로운 사고의 틀을 만들어 내고 삶을 유연하게 바라보고 경험할 수 있는 능력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BDNF를 많이 생산하도록 지시하는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회복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학대나 방치를 경험하고도 정신건강상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 10~25퍼센트의 아동은 이 BDNF 유전 암호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 전반에서 행동을 유발하는 유전 암호는 결코 단독으로 작용하지 않고 유전자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르게 반응한다고 주장했다. 회복력처럼 복잡한 특성의 경우도 수많은 유전자가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행복감을 만들어내는 데 관여하는 세로토닌 수송체의 생산을 지시하는 유전자(5 HTTLPR, SLC6 A4), 개인의 적응 능력에 기여하는 유전자(신경펩타이드 Y Neuropeptide), 스트레스에 대한 염증성 반응을 조절하는데 관여하는 유전자 등등.


생물학적 개념으로 이해해 보자면 회복력은 고난에 반응하는 수많은 서로 다른 행동을 아우르는 대단히 복잡한 현상이라고 한다. 우리가 불행하게도 사회적 불안, 충동성, 취약한 감정 조절의 성향을 갖게 만드는 유전자 레퍼토리를 갖고 있는데 학대, 부상, 질병, 유기 등의 심각한 스트레스 요소도 경험한다면 우리의 정신건강을 더욱 손상시킬 일련의 강력한 환경적, 사회적 요인을 촉발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다시 우리의 유전적 성향을 영속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10~25% 정도는 살아가면서 생기는 역경을 이겨내는 BDNF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다면 특정 행동을 통해 이 수치를 만들 수는 없을까? 저자는 회복력에 대해 어떻게 하면 생물학을 조금 더 이해해서 집단 수준에서 회복력 수준을 보호하고 개인의 회복력을 북돋을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회복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상황에 대처할 때 사용하는 전략 중에는 유전이나 어린 시절의 경험과 상관없이 우리에게 유용한 것들을 소개했다.


사람이 아니라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것이긴 하지만 연구를 보면 운동, 새로운 환경을 탐험하고 사회적으로 어울릴 기회 등은 적절한 수면과 마찬가지로 BDNF 수치를 높인다... (중략).. 높은 자부심도 회복력의 한 요소다. 그리고 든든하고 긍정적인 가족과 친구 집단도 마찬가지다. -운명의 과학 p269


뇌과학의 발달과 함께 BDNF의 엄청난 능력에 대해 책 <완벽한 공부법>중 몸 편에서 읽은 적이 있다. 1995년 캘리포니아대 칼 코트만 교수는 우리가 운동할 때 신경세포에서 생산되는 단백질인 뇌 유래 신경영 양인자(BDNF)가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BDNF는 뇌의 시냅스 근처에 있는 저장소에 모여있다가 혈액이 펌프질 할 때 분비되는 단백질로써 새로운 신경세포를 생성하고 기존 신경세포를 보호하며 시냅스의 연결을 촉진하는 뇌의 가소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BDNF는 우리의 학습과 기억의 가장 중요한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 생성된다? 바로 운동할 때다. -완벽한 공부법 p289


또한 최근에 읽은 <움직임의 힘>에서도 BDNF 가 소개되었다. 과학자들은 마이오 카인 myokines(근육에서 생성되어 신체활동 중에 혈액으로 분비되는 단백질, (마이 오 Myo는 근육을, 카인 kine 은 움직이기 시작하다의 뜻 )이 질병을 어떻게 예방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고 있는데 사실 화학물질은 정신 건강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혈관내피 성장인자 VEGF'와 '뇌 유래 신경 영양 인자 BDNF'는 뇌세포의 건강을 보호하고 나아가 뇌가 새로운 뉴런을 생성하도록 돕기도 한다는 것이다. (움직임의 힘 p257)



여러 책에서 BDNF에 대해 읽은 내용을 발견하니 소소한 재미가 있다. 이런 게 책을 읽는 즐거움인 것 같다. 회복탄력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BDNF라는 유전자가 타고나는 것이라 개인차가 있다는 것. 하지만 후천적으로 운동, 학습, 자존감,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수치를 높여 우리 뇌가 똑똑해질 수 있다는 사실. 그래서 어떤 도발이 있을 때 흥분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통제할 수 있도록 주의를 다른데 돌리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머릿속에 계속 떠올리는 것을 피하고, 아무리 작은 것이어도 긍정적인 면을 볼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다.


아침에 운동을 하고 집으로 오면서 역시 핑곗거리를 찾는 대신에 그냥 운동화를 신고 나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 처졌던 몸에 활력이 생기고 오늘 하루를 시작할 에너지가 채워진 느낌이다. 회사 다닐 때는 아무리 야근해서 피곤하더라도 무작정 운동을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땀 흘리고 난 뒤 몸에서 오는 긍정적인 반응을 느꼈던 것 같다. 책 <운명의 과학>의 저자는 생물학적 운명이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만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하는 뇌의 장엄함에 감사의 마음을 느끼며 살 수 있게 도와줄지도 모른다고 했다. 결국 우리 각자의 의지에 따라 우리의 삶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 아침에 꾸물꾸물 게으름이 또 올라올지도 모른다. 그때 뇌가 똑똑해지는 BDNF를 떠올려봐야겠다. 내가 하는 선택이 내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간다는 사실도.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랑을 노래한 색채의 마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