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가 늘 하는 고민 중 굳이 한 가지를 꼽자면, ‘어떻게 하면 교정을 더 안 볼 수 있을까?’가 아닐까 싶다. 편집자에게 기획이 물론 중요하지만, 마치 울퉁불퉁한 바위 같은 작가의 글을 매끄럽게 잘 다듬어서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교정의 교자만 꺼내도 진저리를 치는 편집자들이 많을 듯하다. 나 또한 교정을 봐도 내가 잘 본 게 맞는지, 더 봐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 들 때가 많다. 출간 일정에 쫓겨 부랴부랴 인쇄를 넘기고 나면, 출간되고 나서 혹 오타나, 수정사항이 나오면 어쩌나 걱정이 든다. 어떤 출판사는 편집자들끼리 크로스 교정을 보기도 한다던데, 우리는 한 기획편집자가 기획부터 편집까지 모든 일을 도맡아 하기 때문에 그렇게 나누어서 교정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한 담당자가 눈에 불을 켜고 꼼꼼히 원고를 살펴야 한다.
특히 오타는 책이 출간되고 나서도 껌딱지처럼 우리를 괴롭힌다. 도서 오류를 발견한 독자들의 연락을 종종 받는다. 내 책이든, 내 책이 아니든 한 출판사에서 오류가 나왔다면, 반드시 오류를 확인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간혹 서포터즈들이 책을 읽고 나서 마케터에게 오타를 발견했다고 연락을 주면, 마케터들이 편집자들에게 이 소식을 전달해주기도 한다. 내 책에서 오류가 나오면 정말이지 쥐구멍에 숨고 싶을 정도로 민망함이 밀려온다. 이미 시중에 나간 책들은 팔아야 하니 어쩔 수 없고, 디자이너에게 수정사항을 건네주고, 다시 최종 파일을 서버에 업로드해 놓는다.
최근에도 온라인 서점에서 내가 만든 신간을 검색하고 리뷰를 보다가 한 리뷰어가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리뷰어는 책을 읽고 느낀 감상을 솔직하게 기재했고, 해당 책에서 발견한 오류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나는 그 글을 읽고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저자님께 해당 오류사항에 관해 메일을 보냈고, 이후 수정사항에 대한 답변 메일을 받았다. 역시나 오류가 맞았다. 저자님도 왜 이런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의아하다고 말씀을 덧붙이셨다. 또 다른 책에서는 ‘드라마’란 단어가 ‘드리마’로 인쇄되어 나온 적도 있었다. ‘ㅏ’와 ‘ㅣ’의 차이가 이리 크다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됐다. 이렇게 책에서 오타나 오류가 발견되면, 바로 확인 후 수정을 넘겨야 마음이 편해진다. 그리고 저자님뿐만 아니라, 교정을 본 나도 왜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을까,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더 이상 수정이 나오지 않길 바라면서.
교정은 과연 언제 끝이 날까. 처음 원고를 받고 저자님과 콘셉트 등 여러 피드백을 주고받은 다음 최종 원고를 입수하면, 그때부터 pc 교정에 들어간다. 화면으로 교정을 보고 나서 이후 본문 시안 혹은 1차 편집본을 검토하면 어김없이 수정할 부분이 나온다. 작가님들의 교정과 내가 본 교정을 취합 정리하는 일도 거쳐야 한다. 보통 n차 교정이라고 하는데, 보통 편집자들은 이 n에 들어가는 숫자가 4를 넘지 않길 바란다. 기본적으로는 3차 교정을 본다고 작가님께 말씀드리는데, 3번으로 끝나는 교정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도 수정할 부분이 나오면 수정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출간 일정을 몇 달 지체하며 한 원고의 교정만 볼 수는 없다. 여러 원고를 계약하고, 일정에 맞춰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1차 수정이 가장 수정사항이 많은데, 작가에 따라, 혹은 편집자에 따라 뒤로 갈수록 수정사항이 더 많아지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럴 때면 한숨을 내쉬는 디자이너들에게 괜스레 미안함이 솟구쳐 수정을 넘길 때 소소한 간식도 함께 건네기도 한다. 나는 김정선 저자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유유) 책을 읽고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초보 편집자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 놓치지 쉬운 문장 수정에 관해 설명이 잘 되어 있었다. 비문을 바른 문장으로, 어색한 문장을 좋은 문장으로 잘 다듬는 일은 편집자에게 필수 불가결한 일이다.
언젠가 어느 기사에서 미래에 사라질 직업 중 편집자가 포함되어 있는 걸 본 적이 있다. 로봇의 발달로 로봇이 그 일자리를 대신하면서, 직업이 사라지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이런 기사를 보면 씁쓸함이 밀려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편집자’의 고유한 영역과 역할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이제는 투잡, 부업이 대세인 시대인 만큼, 앞으로 내가 먹고살기 위해서 편집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래서 지금 글을 쓰는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편집자마다 자기만의 교정 스타일이 있다. 나는 보통 접속사가 자주 나오는 걸 보기 어려워한다. 하지만, 너무 문장을 깔끔하게 다듬으려고 반드시 있어야 할 접속사를 억지로 빼내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이켜봐야 한다. 원고에서 반복되는 내용이나, 다소 싣기 난감한 내용이 나오면 저자분께 양해를 구하고 해당 부분을 수정한다. 간혹 자기주장이 센 저자님을 만나게 되면 편집자의 고뇌는 더욱 깊어진다.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내기 위해선 저자와 잘 ‘타협’하거나 설득해야 한다. 반대로 모든 걸 편집자에게 위임하는 저자님들도 계신다. 좋은 책은 저자와 작가, 두 사람이 끊임없이 소통하고,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 채로 나온 합작물이라 생각한다. 물론 저자님의 최종 ok를 받아내고 인쇄를 넘기지만, 판권에 내 이름이 들어가는 한, 책이란 아기를 무사히 순산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하는 건 편집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