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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보내는 근황

by 이주인


한 번도 자신에겐 한적 없던 근황을 물어본다.


겨울을 나고 봄을 맞이하는 나는 체중이 조금 불었고 운이 영 없는 통에 삶이 조금 고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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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에서 길었던 사랑을 마무리했던 나는 추운 날씨 덕인지 느끼지 못했던 그리움이 녹으며 조금씩 당신이 찾아오곤 해 좋으면서도 마음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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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꿈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도 서막을 넘지 못했다. 갑작스레 찾아온 봄에 아직 기지개를 못 켜서 그런지 기분이 얼얼하기만 하다.

그래도 봄이다.

- 201x. xx. xx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던 어느 미디어의 대사처럼, 신중하다는 핑계로 정지해 있던 내 인생은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생각지 않고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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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춰있거나 고난에 허덕인 순간에도 단 한 번도 고개를 돌린 적 없었던 내 오랜 꿈들은 아직 내 손안에 고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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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경험 새로운 곳 오래도록 기다린 천천히 오고 있는 내 꿈들.

- 201x. xx. xx -




언제나 그래왔듯 처음 생각한 것과는 또 조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마지막 먼 미래의 일에 대한 생각이나 두려움은 접어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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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조금은 정체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가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정말 네가 바라마지않는 꿈이 맞는 거냐”

그때마다 어김없이 내 대답은 “그렇다” 다.


언제나 답은 정해져 있다. 어느 순간부터 이것은 내가 간절히 바라는 꿈이 아닌 숙명처럼 그렇게 되기로 한 것.

그렇게 하기로 했다.

- 202x. xx. xx -




오래전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자 했을 때 이미 불확실성이 넘치는 곳에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나쁘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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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 혹은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한 간절함.

- 202x. xx. xx -




직장을 그만두며 홀가분한 마음과 자유로움의 감정이 대부분이지만 친구들에게 행복하다 말하고 있지만, 마음 한편의 불안함은 지울 수 없다. 일을 할 때도 나는 무엇인지 모를 불안함에 펜을 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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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은 때때로 괜찮은 동력이었지만, 좀 더 멀리 보았을 때는 득 보다 실이 컸다. 이렇게 나는 또 변동성의 한가운데 서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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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아무것도 되지 않아서 뭐든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뭐 라도 되겠지 라는 생각이다. 흐름에 순응하여 살기로 했으니, 어디로든 흘러갈 인생이다.


꿈에서도 놓을 수 없던 것, 그것 몇 개만 잊지 않고 챙기면 될 일이다

- 202x. xx. xx -





오래전 내게 보냈던 근황을 들춰본다.


취미로 쓰던 글을 놓으며, 해마다 습관처럼 또는 의무처럼 쓰던 근황도 묻지 않게 되었다. 이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언제나 꽃이 필 즈음 내게 물었던 근황을 이제 그 간극만큼 늦은 여름의 끝 무렵에 이르러 오랜만에 한번 보내 본다.




예측할 수 없는 인생만큼 많이 변해 버린 여름의 한가운데서 나는, 지나간 시간만큼이나 차곡차곡 쌓인 나이의 무게 탓에 건강을 위한 운동을 틈틈이 하기 시작했다.


체중도 꽤 많이 빠졌는데,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빠졌다는 것이 웃기다면 웃긴 점이다. 얼추 반년쯤, 본의 아니게 시행한 1일 1식의 결과였다.


얼추 두 해전 마지막으로 직장을 나왔다.

항상 그랬듯,

생각한 적 없는 일을 했고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내가 바랬던 것은 아니기에 직장인으로서 마침표를 찍었다.




이따금 삶이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나 둘 짝꿍을 찾아 본인을 닮은 2세와 함께 있는 친구들을 보며 그렇게 생각한다. 아쉽지만, 무엇이든 남들보다 늦은 편이었으니 그러려니 하기로 한다.


내가 바랐던 이상적인 시간에서는 한참 밀려버린,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 번도 그렇게 되리라 생각해 본 적 없던 모습으로 살고 있다. 아, 이것은 내 우스운 이야기다.


되겠냐는 마음으로 붙잡고 있던 노력의 결실이 열매를 맺고 있다는 뜻이다. 말한 것처럼,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맛의 과실이지만 말이다.




삶은 어디로 튈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따분한 하품과 함께 지루하게 걸었던 직선 길은, 돌아보면 언제나 이리저리 꼬여 있었다. 희망적이라면 어쨌든 서울로 가는 길은 맞다는 흐릿한 확신.


항상 그랬듯, 그게 인생이라 받아들여 왔음에도 언제나 생각한 것 이상의 결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받아들이기로 한다


당신들의 길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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