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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턍규 Jun 02. 2016

리뷰 : 한강,『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 오싹한 소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오싹한 소설집이다.


특히 그 소설을 읽는 동안 옆에 가족이나 친지가 함께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총 세 편의 연작소설 중 앞의 두 편은 아내와 아이가 잠든 사이에, 마지막은 익명성이 춤추는 지하철에서 읽었다. 다행이었다.

“탄탄하고 정교하며 충격적”이라는 2016 맨 부커 인터내셔널 수상작 선정 이유를 접했을 때,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이거 오싹하다. 달리 다른 표현을 찾기 힘들다.

읽기 전에 두세 가지가 궁금했다.

왜 작가는 표지에 그렇게 게슴츠레한 눈(흡사 환자 같은)을 뜨고 있는 사진을 골랐을까? (속표지의 사진이 통속적인 관점에서 볼 때 더 예쁘다.) 채식주의자라는 제목에 어울리지 않는 어두운 갈색 표지(나무와 산, 석양)는 무얼 뜻하는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이라는 전혀 다른 세 가지 소설 제목은 어떻게 연결된(연작소설) 것일까?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 바로 뒷 장에 나오는 해설(“열정은 수난이다”)이나, 각종 신문기사의 소개 글을 굳이 참고하지 않아도 위의 궁금점이 말끔하게(?) 해결되었다는 점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독자 입장에서 “좋은” 소설집이기도 하다.

반면,
채식주의자인 주인공의 ‘치유’가 어떤 식으로든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독자로서의 소박한 바람은 역설적으로 ‘차분하게’ ‘뭉개졌’ 다. 하지만, 어찌 보면 소설집의 마지막 문장처럼 ‘어둡고 끈질기’게 이어지는 주인공의 ‘심리’를 이해하는 게 결국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누가 정상(正常)이고, 누가 비정상(非正常)일까? 주인공일까, 나일까? 그 판단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p.s.
아이의 아빠로서 가장 와 닿는,
더욱 정확히는 가슴 아픈 표현은 이것이었다.

“그러나 아이의 단내 나는 작은 몸뚱이가 곁에 눕고, 아직 죄를 지어보지 않은 어린 얼굴이 곤한 잠에 들고 나면 어김없이 밤은 시작된다.” (p.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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