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칭하는 벌레라는 표현은
폭력적인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거미 모기처럼 한정지은 것이 아닌
모르는 건 죄다 벌레라는 단어로 퉁쳐버리는
휴양림 내에서 마주하게 된
벌레들을 보며 그들이 벌레가
아니란 것을 자각하게 된 건
그들도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불빛으로 모여들고
살기 위하여 그 불빛 속의 거미줄을 피하며
잠시 피할 곳을 찾기 위해
허둥대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대상이나 사물을
유심히 보게 되면
나나 내가 바라보는 그 대상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을진대
구분 지으려 하고 구별하려 한다
구분과 구별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를 통해 정의를 내리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놓쳐버린 일은
구분과 구별 후에는 그들도
우리와 같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들은 단순한 벌레가 아니라
지구상의 생명체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