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연성은 사실 필연성일지도 몰라
서른아홉 누나를 만났는데 이런 말을 들었다.
“이 나이쯤 되면 무얼 선택할지 고민하지 않고 안정적인 삶을 살 줄 알았는데..”
우리 누나는 대학원까지 진학해서 공부와 간호사 일을 병행하고 있다.
그냥 졸업하고 간호사 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는데 누나가 말을 보탰다.
“나 말고 다른 친구들도 다 그래.”
서른아홉, 누나 친구들 중 애가 셋인 주부도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일에 도전해봐야 하는 건 아닌가 하면서 요즘 또래 단톡방이 떠들썩하다고 한다.
조수석에 탄 유현이는 올해 고3 수험생이 됐다. 몇 달 후면 수시 원서를 써야 하니 요즘 유현이 관심사는 어떤 대학교와 학과를 선택할지다.
학생이던 시절에 삼십 대 초반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본 적이 있다. 구체적인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어디든 월급 받는 곳에서 버티며 저녁마다 글을 쓰고 있지 않을까 상상했다. 35살 전에는 책을 내면 좋겠다. 그래야 더 많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텐데.
생각해 보니 35살까지 책 내는 게 목표였는데 31살에 이뤄졌으니 꽤 빠르다. 잘 돼가고 있는 걸까?
다들 선택과 갈림길 앞에서 고민하기 바쁜 요즘 2월, 나는 무슨 선택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 봤다. 유현이와 누나한테 나도 무슨 선택을 고민하고 있는지 왠지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최근에 내가 고민했던 선택이 뭐가 있었지.. 하면서 뜸을 들이니 유현이가 사소한 거라도 말해보라 했다.
사소한 거라.. 사소한 선택이라면 짬뽕 짜장을 고민하던 정도의 사소함도 괜찮을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건 소설이다.
소설을 쓰는 시간은 매 순간 선택의 갈림길에서 다음 스탭로 넘어가는 것 같다는 상상을 했다.
예를 들면 내 소설 속 인물인 ‘윤정이’는 대학교 체육대회를 위해 학원알바가 끝난 저녁 늦은 시간에 주인공 ‘루나’와 연습을 간다. 윤정이가 늦은 시간이지만 연습하길 선택한 이유는 ‘윤정이’라는 캐릭터를 쌓아가기 위함이다.
윤정이는 항상 웃는 얼굴상의 밝은 친구지만 스스로에게 엄격하다. 학교 체육대회인데 살살해도 되지 않냐고 누군가 말할 수도 있지만 윤정이는 그럴 수 없다. 무슨 일을 하던지 서투른 상태라면 마음이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연습하면 할수록 점점 더 능숙해진다. 그리고 능숙해진 후에는 마음이 편안하다.
이 외에도 윤정이라는 캐릭터는 체육대회 결승전 경기 중에 수많은 선택을 해나간다. 그 모든 선택은 소설을 쓰는 작가의 몫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모든 선택을 작가가 임의로 선택할 수 없다. 윤정이라는 캐릭터에 가장 걸맞은 선택을 골라줘야 한다.
여러 인물들의 선택들이 쌓여서 이야기가 흘러가고 그걸 매듭짓게 되면 소설이 된다.
그러고 보니 소설 속의 선택도 온전히 내가 한 게 아니지 않나 싶다.
얼마 전 ‘슈팅라이크쏘니’ 읽어주신 독자분의 리뷰를 우연히 봤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책에서 위로와 응원을 받았다는 리뷰.
그걸 본 내 가슴은 두근두근 거렸다. 이처럼 기쁜 일이 또 있을까? 어디 사는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내 글을 보고 마음에 어떤 감정이 일어나 인스타그램에 적으셨다니.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19살 유현이를 보니 옛날 생각이 났다. 고등학생 때의 나.
참 고맙다. 마음을 다지고 멋진 꿈을 꿔줘서. 이렇게 기쁜 일상 속에서 살 수 있게, 열심히 나 스스로를 응원해 준 게 정말로 고맙다.
브런치스토리 연재에 대해서 잘 모르고 시작한 이 작품 ‘좋은 이야기꾼이 될 거예요.’가 벌써 연재한 지 반년이 됐다. 이제 슬슬 소설을 업로드해봐야겠다.
오늘의 선택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