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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남 Dec 12. 2016

[소설] 내려놓음 66 카운트 다운Ⅱ

20대 한의사, 암에 걸리다.



66 카운트 다운Ⅱ




 전공의가 가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뇌파 검사 오더가 내려왔다. 그냥 머리에 전극 같은 거 몇 개를 머리에 꽂고 누워있다 오는 것이 전부였지만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아무 것도 하는 일 없이 누워만 있다 보니 굉장히 졸려, EFT를 실시하면서 겨우 졸음을 참아내었다. 검사를 끝내고 졸린 기운이 가시기 전에 어제 미처 채우지 못한 잠을 자려고 바삐 올라왔더니 PA 간호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요즘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은지 물었다. 그런 것 없이 하루하루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고 대답하였지만 믿지 않았다. Temodal을 160mg만 먹고 구토하는 사람은 없다며 필시 마음의 부담감이 작용했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위로가 필요하면 10살 넘게 차이나는 아줌마라도 한 번 안아주겠다며 다독여주고 떠났다. 항구토제 처방은 하루 더 경과를 지켜보기로 하고 소화제 하나를 대신 처방받았다. 전에 있었던 체기(滯氣)사건이 떠오른다.

 ‘역시 마음의 문제구나.’


 PA 간호사가 떠나고 휴대폰을 열어보니 승현이 형에게 메시지가 와있었다.



승현 : 방사선 치료했나?

동완 : 네 어제 했어요. 오늘은 아직. 밤에 약 먹고 구토도 하고 고생 좀 했죠. 그리고 방금 형이 저번에 추천한 뇌파검사도 하고 왔어요.

승현 : 잘했네.

동완 : 그나저나 안 자는데 자꾸 깨워서 좀 심란했어요.

승현 : 바이탈 체크할 때?

동완 : 뇌파 검사할 때요.

승현 : 수면 시에 나오는 뇌파랑 애매할 때는 그렇게 하기도 하고, 수면 시에 샾이 나오면 깨웠을 때 없어지나 보기도 하고. 지금 수술을 그쪽에 해놔서 절대 안 나올 리가 없지. 그래서 나는 후자라고 본다.

동완 : 샾이 머에요?

승현 : Sharp. Sharp discharge. 뇌에서 생기는 간질파.

동완 : 으~ 무섭네요.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승현 : 간질약은 검사결과로 조절하고 그러지 않아. 그리고 뇌파검사는 결과는 이렇구나 하고 알고 지나가는 의사 위주의 판단 기준에 불과하고. 넌 그래도 generalize한 seizure가 없어서 용량을 더 올리지는 않을 거다. 니가 전에 증상 이야기했을 때 용량 올린 것도 괜히 애매하고 걱정돼서 그런 거야. 차라리 그때 바로 뇌파검사 하고 결과보고 조절하는 게 나았을 텐데.

동완 : 안 그래도 뇌파검사 하고 싶다는 의미로, 부분 발작 증세 보였다고 회진 때 이야기 드렸던 건데... 하긴 머 뇌파검사도 제 한다고 해놓고 오늘로 미뤄지고...

승현 : 증상이 많지 않으니 중요한 거가 우선이지. 방사선 치료 같은 거.


동완 : 그나저나 Temodal 먹고 토하는 사람 없는데 제가 구토했다고 전공의랑 PA 간호사 모두 놀라네요.

승현 : 나도 왜 구토했나 싶더라. 그렇게 메스껍더나?

동완 : 메스껍다기보다는 울렁울렁?

승현 : 처음 먹어서 그런가봐

동완 : 옆 침대 할아버지가 3시부터 퇴원 준비한다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침대가 붙어있는 바람에 제 침대도 같이 흔들려서 멀미 비스 무리한 거 하지 않았나 싶어요. 무엇보다 ‘항암제=구토’ 라는 선입견이 그렇게 만들었나 봅니다.

승현 : 그건 정맥 주사하는 항암제 이야기이고. 그런데 처음 먹고 그러면 그럴 수 있지. 그나저나 ‘생각하면 이루어진다.’ 이건가. ‘토하겠지? = 구토’

동완 : 진짜 그런 듯요.


승현 : 이거면 머 아무 것도 말 못 해주겠네. 멘탈 두껍게 가자.

동완 : 형이 구토 안 한다고 했으니 이제 안 할 듯.

승현 : 그러면 방사선 치료 두 번 하면 완치된다는 생각을!

동완 : 안 그래도 방사선 때는 저도 같이 암세포를 씻어내는 상상하며 받고 있습니다. 이제 방사선 치료하러 내려오라네요.

승현 : 살금살금 태워서 다 죽여 버려!

동완 : 넵! 문제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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