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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별 Jul 11. 2023

아빠는 왜 5시간을 운전하며 서울-파주를 2번 오갔을까

아빠가 키운 토마토

유별아, 오늘 아빠가 너희 집에 간다고 하는데 집에 있니? 


지난 주말 아침 일찍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빠가 직접 키운 토마토를 땄는데 싱싱할 때 주고 싶다면서 여의도에 사는 오빠집에 들렀다가 잠실에 사는 우리 집에 간다고 하셨다고.


나는 일요일 오전에 일정이 있어 2시쯤 돼야 집에 도착한다고 했더니, 아빠한테 전하겠다 하고는 끊었다.


일정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친정오빠한테 연락해 봤다.

"오빠, 아빠 오빠 집에 오셨어?"

"응, 아까 오전에 10시쯤 오시더니 토마토 주고 다시 파주 집에 가셨어."

"응? 다시 파주로 갔다고? 왜? 오빠 집에 들렀다가 우리 집 오신다고 했었는데..."

"너 집에 2시쯤 온다고 했다면서. 나는 오늘 점심 약속이 있어서 12시에 나가야 했거든. 

아빠한테 집에 계시다가 가시라고 했더니 언제 기다리냐면서 파주 집에 갔다가 다시 너네 집에 간다고 하시던데? 근데 지금 비 엄청 쏟아지는데 아빠한테 담에 오시라고 한 번 말씀 드려봐. 비 정말 너무 쏟아진다"

"아~ 그러셨구나. 응응 알겠어"


나는 다시 아빠한테 연락을 드렸다.

"아빠! 서울 온 김에 우리 집까지 들른다더니 또 파주 갔어? 오늘 피곤하겠네~ 비도 많이 내리는데 너무 무리하지 마요"

"아니야~ 토마토 주러 가야지~! 파주는 비 그쳤다~ 금방 가"


그렇게 아빠는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지난 주말 "파주-여의도-파주-잠실-파주"를 5시간 운전해 가며 아들, 딸에게 싱싱한 토마토를 주시곤 바로 가셨다.


나는 엄마한테 아빠 금방 가셨다고 연락드렸더니 엄마가 그러신다.

"너희 아빠 많이 바뀌셨어~ 아들 딸 주겠다고 그 비 오는데 토마토 들고뛰시더라. 예전엔 시켜도 잘 안 했는데, 요즘은 본인이 알아서 하니 그냥 놔두는겨~"


사실 우리 아빠는 표현력이 많이 없으시다. 

그래서 나는 어렸을 때 아빠에 대한 사랑을 잘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아빠의 모습을 돌이켜보니 아빠는 '말'은 잘 못해도,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해 주시는 분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빠. 토마토 잘 먹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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