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45
일본에 살며 느끼는 것은, 한국인들보다 복잡한 감정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단어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을 간단하게 소개하면
세츠나이 (切ない): 한국어로 바로 번역이 어려운 일본어 독특한 표현이다. 슬프다와 안타깝다의 중간 정도의 의미.
모도까시이(もどかしい): 안타깝고 애타다 등으로 번역되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에모이(エモい): 신조어인데 감성적이고 옛 느낌을 불러온다 정도로 표현되지만 애매하다.
물론 어느 외국어를 정확히 번역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만 일본어는 특히 감정을 나타내는 애매한 표현들이 다수 존재하는데, 이는 사람들이 이와 같이 느끼기 때문이다.
이 감정들이 때로는 사회적인 것으로 공론화되기도 하는데 그중 하나가
사람이 싫어지는 감정 (カエル化現象)
간단하게 설명하면, 호감이 있던 사람이 친해졌다고 확신하는 순간 싫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동화 ‘개구리 왕자’의 내용에 기반해 개구리에서 왕자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왕자에서 개구리로 변한다는 반대의 내용인데, 주로 젊은 여성이 남성에게 느끼는 감정을 일컫는다.
그 사람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 장점만을 보거가 멋대로 이미지를 정해 좋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사귀게 되거나 친해질 계기가 생겨서 알게 된 실제의 면모를 보고 급격히 싫어진다는 것인데.
이를테면
몇 년간 짝사랑하던 사람과 사귀게 되었는데 그 사람의 연락이 많아져서 갑자기 식었다.
호감이 있던 사람과 얘기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말 끝을 올리는 습관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열심히 호소(?)해서 고백을 받았지만 받는 순간 왠지 싫어졌다.
자 어떤가.
이 감정에 공감하시는 분은 얼마나 있을지가 궁금하다. 웃음
필자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 지인들에게도 물어보고 실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자기 자신이 싫기 때문
이 감정 또한 일본 젊은 층 특유의 감정 중 하나인데, 자기 자신을 싫다고 말하거나 실지로 혐오하는 이가 적지 않다.
자신의 능력에 만족하지 않는 것과는 다른 감정인데, 이런 감정을 가지는 궁극적인 이유로 필자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진실을 보려 하지 않는 망상
ep130에서도 언급했는데,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알아보려 한다든지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마음대로 망상을 가지고 생각해 버리는 이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 망상에서 조금이라도 본인의 기대에서 벗어난 현실을 보는 순간 급격히 호감이 떨어지는 것인데, 이러한 이들이 사회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존재한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일이고 특히 이미지로 먹고 사는 연예관련자들은 긴장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순간 생각했다.
그 정도 사소한 것으로 좋아했던 사람이 순간에 싫어질 정도라면,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혹은 좋아했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상대에게 전혀 맞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을 찾는 것도 한심한 일이지만 상대의 이미지를 멋대로 만들어내고 멋대로 실망하는 건 더욱 한심한 일이다.
이러한 감정으로 인해 실제 인간이 아닌, 캐릭터나 애니메이션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일에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는데.
가상의 존재도 좋지만 인간인 이상 인간과 희로애락을 느끼며 사는 것은 인간사회 존속에 당연한 일이며 필요한 일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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