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3
도쿄
빌딩과 함께 찬란한 불빛.
9717380명이 사는 아시아의 대도시.
그런 이미지를 살짝 바꿔주는 두 가지가 있다.
자전거
그리고
까마귀
도쿄여행에 처음 오는 사람들이 놀라는 것 중 하나가 각지에 있는 커다란 까마귀다.
필자도 첫 여행에서 먹던 아이스크림을 까마귀가 채간 적이 있고 각 지에서 까마귀를 보며 조심하게 되었다.
한 번은 필자의 집 근처 풀숲에서 까마귀가 불러서 본 적이 있는데 숲 안에 뭔가를 꺼내달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까마귀는 머리가 좋으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까마귀의 인식이 좀 다른데, 일본에서는 도시에 사는 커다란 새 정도의 인식으로 길조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의 까치와 닮았으나 공격성이나 아이큐가 다르며 단체생활을 하는 까마귀는 매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도심에서 사는 경우 고양이나 다른 동물에 대응하기 위해 상당히 공격적인 성향을 띤다.
여름으로 바뀌는 어느 날.
베란다에 빨래를 널기 위해 둔 옷걸이가 줄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착각인가 하는 정도로 옷걸이를 늘여 두었다.
그런데 며칠 뒤 다시 옷걸이가 반정도로 줄어 있었고 베란다의 각지에 새똥과 발자국이 흐트러져 있었다.
새가 베란다에 날아온 것까지는 짐작이 갔지만 설마 하나하나가 무거운 철제 옷걸이를 새가 가져갔다고는 생각하기가 어려워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까마귀가 집을 짓기 위해 철재옷걸이를 가져가는 일이 있다는 글을 발견하게 되고 범인(새?)은 까마귀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계속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이후 매일처럼 까마귀들이 오기 시작했고 한 번은 옷걸이에 걸어 둔 빨래만 빼고 옷걸이를 가져가는 일도 생겼다.
이대로는 베란다를 쓸 수 없게 되고 세탁물도 놓을 수 없게 되며 무엇보다 청소가 힘들었다.
평화로운 방법으로 까마귀가 오지 않게 하도록 도난 현장을 덮쳐서 놀래키려 했지만 베란다 뒤에서 잠깐 기다리는 사이에 까마귀가 순식간에 옷걸이를 가져갔고 일주일간 결국 걸어 둔 약 30개의 옷걸이가 전부 도둑맞았다.
처음에는 새가 일반적으로 싫어하는 거울을 이용해 본 결과 전혀 효과가 없었고 여러 가지를 알아본 결과, 까마귀는 지능이 높아 비둘기나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퇴치가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몇 번의 실패를 거쳐 준비한 것이
가짜 까마귀의 시체
까마귀는 동료 간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동물로 필자의 베란다에도 저 집에 가면 둥지의 재료가 널렸다고 알려짐으로 인해 이런 사태에 이렀다고 짐작할 수 있었다.
까마귀가 무서워하는 것이 동족의 죽음으로, 거꾸로 걸어둔 시체를 보는 것으로 두려움을 느낀다는 글에 진짜 시체는 걸 수 없으니 인터넷쇼핑으로 가짜 시체를 구입했다.
처음에는 미묘했으나 까마귀가 날아오는 경로를 관찰하고 멀리서도 보이는 각도에 설치를 한 아침, 까마귀 무리들이 근처에서 시끄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로 까마귀가 오지 않게 되었다.
유혈사태가 없이 이 정도로 끝난 것이 다행으로 생각하지만 한 번은 까마귀들과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도심에서 살아가는 까마귀들에게 30개가 넘는 옷걸이를 제공했으니 은혜를 갚으려 보석이라도 물어다 줄까 하는 기대를 했지만.
현실에서는 쓸데없는 지출과 청소의 연속으로 노동의 피로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