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행된 이래로 약 2년 3개월 만에 마스크가 벗겨졌다. 2023년 1월 20일 자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되면서, 우리는 다시 서로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크게 달라진 점을 찾기 힘들다. 사람들은 여전히 일회용 마스크로 자신을 지키고 있고,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요즘 경제가 참 어렵다고들 말한다. 이 말만큼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 기준금리는 연일 높아져 가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 중국의 경제성장률도 당초 5.5%를 예상했지만 단 3%에 그쳤다고 한다. 국내 부동산 시장 또한 크게 위축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비싼 값을 주고 산 집의 고금리 이자를 지급하느라 허덕이고 있다.
그럼에도, 이토록 깊고 넓은 경기침체가 사회를 지배할 때면 꼭 활황을 띄며 우리에게 위화감을 주는 시장이 있다. 다름 아닌 '명품'과 '호화여행'을 위시한 '불황형 소비' 시장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명품 소비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인의 명품 총지출액은 약 21조 원(168억 달러)을 기록했다고 한다. 1인당 명품 지출액으로 환산하면 약 325달러로, 중국(55달러)·미국(280달러)의 수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폭발적인 한국 명품 시장의 성장세를 보며, 수많은 글로벌 명품 기업들이 백화점 판매가 아닌 법인 설립을 통한 직접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현대홈쇼핑이 새해 첫날 판매한 900만 원 상당의 ‘7박 9일 그리스 패키지여행’ 상품은 높은 가격임에도 1시간 만에 2600여 명이 몰려 매출 230억 원을 돌파했다.
롯데홈쇼핑이 1월 15일 판매한 839만 원짜리 ‘북유럽 비즈니스 패키지(10일)’에도 3250명이 몰려 약 27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경기침체에 대처하는 방도가 꼭 '근검절약'에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생각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황 속에서 상당히 많은 돈을 쓰고 있음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위의 사례들을 보며 '명품이나 호화여행은 그래도 있는 사람들이나 쓰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개인회생·파산을 신청하는 많은 저소득층 서민들의 소비내역을 보면 이들 또한 '그들만의 사치'로 몰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나마 온라인 문화가 낯설고 몸에 밴 절제습관이 있는 50대 이상과 달리, 20~40대 저소득층의 소비습관 문제는 꽤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은 정말 한 치 앞도 내다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명품 가방'이나 '뜻깊은 경험'이라도 남는, 명품소비나 호화여행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쪽은 정말이지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들은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를 비롯한 '배달음식'을 통해 매 끼니마다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또한 카카오택시·타다 등 '택시'를 습관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이니시스 등 쉽고 간편한 ‘온라인 결제’로 한철만 입을 수 있는 의류나 검증되지 않은 sns 유행템 등을 구매하느라 '무분별한 소비'를 일상화하고 있다.
일부는 모바일게임 현질·아이돌 조공·인터넷방송 후원 등에 감당할 수 없을 비용을 쓰고 있으며, 동물을 키울 능력이 없음에도 원룸에 강아지·고양이를 4~5마리씩 데려와 키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연 젊음만을 담보로 살아가는 이 계층이 미래의 중장년층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상당수를 차지하는 65세 이상의 노인층과 별개로 사회보장제도에 큰 부담을 줄지도 모를 일이다. 한정된 복지예산을 두고 밥그릇 싸움을 하는 중장년층과 노인층의 세태를 상상하면 참 씁쓸함을 감추기 힘들다.
그렇다고 이들을 무작정 질책하기만 해서는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 현시점에는 전 사회적으로 이 젊은이들이 다음을 내다볼 수 있고, 조금이라도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최소한의 희망을 심어주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만약 위 사례에 속한 젊은이가 있다면 정말 판단을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연애니 결혼이니 육아니 하는 것들을 포기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이것까지는 존중받아야 마땅한 권리일 것이다.
하지만 미래는 우리가 선택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적어도 그때의 나 자신이 과거의 불찰로 인해, 극복하기 힘든 처지에 놓여서는 안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당장의 소비습관을 갈아엎지는 못하더라도 정말 최소한의 적금통장 하나만큼은 준비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얼마나 힘든데?’라는 하소연은 부모나 친구에게나 통하지, 냉정한 현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점을, 안타깝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글쓴이 또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로서 그 고충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소득은 변변찮고 집값은 높고 물가는 비싸고, 매달 꼬박꼬박 내는 국민연금이니 건강보험이니 하는 것들은 우리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류는 오늘보다 내일에, 더 즐거운 일과 더 행복한 일이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으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 희망은 현대의 우리에게도 마땅히 해당되는 것일 터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정말 힘들더라도, 구름이 걷히면 따뜻한 햇살이 반겨주는 듯 좋은 날들도 찾아올 테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조금 더 힘을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위 포스트는 논객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