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버스를 타고 마트에 가, 빈 카트를 끌며 식재료를 담고 돌아와서는,
오롯이 나만을 위한 밥상을 차리는 것.
먹어도 좋고 먹지 않아도 무어라 하는 사람 없지만, 굳이 나를 위한 밥상을 차리는 것.
살아간다는 게 단적으로는 이런 일이 아닐까.
식탁 너머의 빈자리가 허전할 때에도 묵묵히 밥알을 씹어 삼키는 것.
삶은 결국 고독과 마주 앉는 일임을 인정하는 것.
그런 게 인생의 본질이라면 꽤 잘 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오늘도 꼭꼭 한 그릇을 모두 비워냈으니 말이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을 테니, 이런 날에는 이렇게 자알 보내면 그만이다.
영원한 건 정말 아무것도 없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