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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Feb 05. 2019

아무거나 찔러보지 마라

아~ 잠시 삽질 좀 하겠습니다


"너무 이것저것 하지 마.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하는 거야."

 

 어린 나는 자신감이 넘쳐 밤마다 새로운 미래를 꿈꿨다. 모든 걸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장래희망도 수십 번을 갈아치웠다. 취향과 취미도 철새같이 이곳저곳을 옮겨 다녔다. 과거의 나에게 여러 경험을 해보라고 조언했던 사람들은 이제 내가 나이를 먹자 하나에만 집중하라고 말을 바꿨다. 성인이 되고 보니 몸은 옛날보다 커졌지만 남들의 시선 속에 더 작아지는 내가 있었다. 혹시 내가 하는 행동을 주변에서 무모하다 생각하지 않을지, 끈기 없고 철없다고 생각하지 않을지 고민하게 됐다. 더불어 나에 대한 확신도 작아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여태까지 반복해서 익숙해진 이 일보다 다른 일을 더 잘할 자신이 없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우물은 바라만 보면서 묵묵히 파던 땅에 집중한다. 그러자 주변에서는 말한다. '너 이제 철들었다. 옛날이랑 다르게 꾸준히 한 가지만 집중하네.' 






 남들은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다른 우물이 궁금할 때가 있다. 깊게 하던 일을 포기하고 다른 것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주변의 눈치도 보이고 나 또한 삶이 흔들리게 될까 무섭다. 그래서 '파던 게 아까우니 하던 일이나 마저 하자'라고 생각한다. 다른 우물을 찾아 나서고 싶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누군가는 내게 그 우물이 돈이 되는 우물인지 알아보라 말했다. 글쎄, 우리가 그걸 지금 시점에서 판단할 수 있는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말을 잘하는 것'과 '게임 잘하는 것'은 돈이 되는 재능이 아니었다. 집안에 말 잘하는 애가 있으면 저놈 저거 사기꾼이 안되면 다행이라고 했고, 매일 같이 게임만 하는 아이에겐 커서 뭐가 되려고 저렇게 놀고먹냐 말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이 가장 하고 싶은 직업 1위는 모니터 앞에서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유투버이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프로게이머들은 세계대회만 나가면 높은 성적을 기록한다. 어쩌면 과거 꼴통이라 불린 아이들 중에서는 국위 선양할 프로게이머나 창조적인 콘텐츠를 만들 인재가 있었을지 모른다. 그들은 당시 돈 되는 재능이 아니란 이유만으로 시도조차 못해보고 부모님의 등쌀에 사라졌다.


 또 어떤 사람은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찾으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건 앞뒤가 바뀌었다. 일단 뭐든 해봐야 뛰는지 안 뛰는지 판단할 수 있다. 건너편에서 낭만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 꿈의 직업은 가까이서 보면 꿈이 아니라 지옥일 수 있다. 백번을 뚫어져라 쳐다봐도 땅의 겉면만 보고는 땅 아래 뭐가 흐르는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주변의 의견을 하나둘 듣다 보니 결국 땅을 파는 시간보다 삽을 들고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실컷 노력해서 삽질한 결과를 만들지 않기 위해 오랜 시간을 고민하지만 결국 대부분이 삽을 한번 땅에 꽂지 못하고 뒤돌아선다.


 우리가 살면서 만날 많은 기회의 땅에 지질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어떤 땅은 물이 질퍽질퍽할 수 있고, 삽이 잘 꽂히지 않는 자갈밭도 있을 것이며, 또 다른 땅은 대기만 해도 삽이 쑥쑥 들어가는 부드러운 땅일지 모른다. 하지만 부드러운 땅만 파본 사람에게는 진흙밭은 기회의 땅이 아닌 내 발을 빠뜨릴 수 있는 무서운 땅이다. 그래서 저 땅이 금싸라기 같은 땅이라고 해도 쉽게 건너갈 생각을 못한다. 이것이 우리가 하나의 길만 걸어오다 다른 일에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다. 잘 될 거란 확신이 없으니까 다른 땅은 무섭다. 그렇게 우리는 나이를 먹으면서 철이 드는 게 아니라 겁을 먹는다.


  내가 파는 이 땅에서 반드시 수맥이 터져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삽질하는 시간은 정말 가치가 없을까. 당장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나에게만 집중해본다. 많이 도전해볼수록 '나는 어떤 땅이 적합한지, 땅을 팔 때 체중은 언제 실어야 하는지'등을 우리는 몸으로 익히게 된다. 여러 번 삽질하며 파던 땅을 옮겨봐도 좋다. 남들의 야유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소리에 집중해 원하는 땅을 마음껏 파헤친다. 그렇게 삽질에 달인이 됐을 때쯤 다른 사람들은 우물만 만드는 사이에 우리는 다양한 땅을 파본 노하우로 더 새로운 걸 만들 수도 있다. 당신이 만들고 싶은 것이 우물을 넘어서 지하수로든 수영장이든 뭐가 되었든 좋다. 땅은 우리가 바라만 본다고 스스로 파지지 않는다. 정말 도전해보고 싶은 땅이 눈앞에 있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은 삽을 들고 땅에 꽂는 일이다. 






글쓴이의 말

설날이네요. 행복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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