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그저 단순 변심에 의한 환불일 뿐이다
'사랑은 무엇인가.'라는 토론이 열렸다. 저명한 학자 3명과 급하게 섭외된 1명이 그 자리에 있었다. A라는 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은 호르몬의 작용입니다! 이어서 B는 사랑은 노력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 옆에 있던 C는 덧붙여 사랑이 숭고하다고 말했다. 이 세 명을 지켜보던 D는 다들 개소리나 하고 있다며 구시렁댔다.
A는 사랑에 빠지는 이유가 뇌에 도파민이 퍼져 쾌감과 중독을 얻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후에 대상만 봐도 손에 땀이 나고,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소리가 귀 밖으로 쿵쿵대는 것, 모두 호르몬 때문이다. 더불어 사랑의 콩깍지를 씌워주는 페닐에타민은 3년이면 끝이며, 그것이 사랑의 유효기간이라고 했다. 그러자 B는 옆에서 거든다. 그래! 사랑은 의지로 되는 게 아니야! 그걸 듣는 C는 질색한다. 사랑은 운명적인 거야! 덧붙여 월하노인이 청실과 홍실로 두 사람을 엮어 인연을 만드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 소리에 D는 콧방귀를 뀌었다. 세 학자의 주장에는 무언가 빠졌다. 첫째, 사랑의 지속성. 둘째, 사랑의 주체성.
D는 말을 이었다. 사랑이란 순간의 감정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구슬로 엮어 목걸이를 만들면, 사랑을 완성하게 되죠.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구슬이 꿰이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이런 마법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A의 주장대로 호르몬 작용은 3년이면 끝납니다. 그 후에는 마법이 끝나고, 현실이 보이기 시작하죠. 그러면 사랑의 구슬은 '저절로' 꿰이지 않게 됩니다. 그때, B가 주장하는 노력할 수 없는 순간이 옵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C가 말하는 사랑의 숭고한 순간이 바로 이때죠. 덧붙여 D는 그전까지의 사랑은 숭고함이 아니랬다. 아무튼 운명 따위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장내가 술렁거렸다. C는 거의 D의 뺨을 때릴 기세로 달려들었고, 무대 위의 경호원들이 그를 막았다. 술렁이는 장내에서 어떤 청중이 손을 들고 D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렇게 보잘것없는 것이 사랑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 말이 되지 않습니다.”
D가 입을 열었다. 사랑이 숭고한 점은 바로 사랑 자체가 아닌, 그것을 지속시키려는 노력에 있습니다. 상대방이 내 환상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 자체로 받아들이려는 노력과, 능동성이 숭고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 사랑입니까, 사람입니까? 그것은 사람입니다. 끝난 마법에 연연하지 마세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세요. 이 과정은 서로를 실망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열정만 계속된다면, 우리는 그 열기에 눈을 멀어버릴 것입니다. 설렘이란 가면을 벗어버리세요.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면 마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제 손을 들어 구슬을 꿰어야 합니다. 사랑은 호르몬의 장난도 아니고, 자연스러운 것도 아니고, 운명적인 것도 아닙니다. 진정한 사랑은 의지이고, 작위적이며, 철저히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사랑의 감정 자체는 숭고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치졸하고, 변화무쌍하며 졸렬합니다. 그러자 다른 청중도 손을 들어 물었다.
“그럼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나요?”
D는 흥분하여 널뛰었다. 사랑은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가 사랑‘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 말을 들은 B는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D는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우리가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사랑하겠다고 마음먹을 때, 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게 됩니다. 상대를 내 맘대로 구속하지 않고, 상대방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을 겁니다. 서로 사랑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사랑하면서도 사랑받게 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변하는 모습도 당신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대'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세요.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상대방의 민낯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말하는 노력입니다! 질문을 한 청중은 말을 이었다.
“말씀하시는 논리만 들어보면, 이별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분명 상대방이 나의 어떤 점에 실망했다면,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닙니까? 내가 뚱뚱하거나, 보잘것 없어지거나, 혹은 내 멍청함조차도 남의 잘못이 됩니다.”
D는 이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이별은 단순히 계약 종료일 뿐입니다. 사랑을 유지하려면 쌍방 합의가 필요하기에, 누군가 이별을 말했다면 그건 그 사람이 노력을 그만뒀기 때문이죠. 물론 재계약이 되지 않은 점을 비추어보아, 자신을 반성하고 고쳐나갈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당신이 사랑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방향이 바르다면, 그 이외의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상대방의 단순 변심까지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 스스로를 자책하며 사랑과 이별에 큰 의미를 두지 마십시오! 기억하세요. 사랑의 감정은 치졸하고, 항상 통제 범위 바깥에 있습니다. 그것보다 소중한 것은 당신입니다. 사랑의 주체에는 상대만 있는 것이 아니며, 당신도 그 주체입니다! 다수의 청중과 A, B, C는 저 멍청이가 사랑의 가치를 더럽혔다고 말했다. D는 연회장 밖으로 끌려나가면서도 계속 소리쳤다. 사랑이 무엇이긴! 개뿔 아무것도 아니지! 망할! 사랑을 누가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모두가 그를 미쳤다고 말했고, 그 후의 학술대회에서 D의 모습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다.
글쓴이의 말
연필을 다 쓰지 못하고 잃어버리는 사람이 있다고, 그게 연필 탓은 아니죠. 몽땅 연필이 될 때까지 잘 쓰는 사람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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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쓴 <나다운 건 내가 정한다>가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