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우동

친애하는 집에게.


안녕. 매일같이 보는 사이인데 내외하듯 구는, 그런 못난 나만 바라보는 너에게 고마운 마음에 편지를 적어보려 해. 느닷없이 너에 대해 깊이 생각하다가 나 정말 사무치게 미안해졌어. 뒤늦게 스민 생각들에 마음이 덜컥해서 도무지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 편지는 아무래도 감사가 아닌 사과의 편지인가 봐.


근래에 내가 독립을 했지. 잠깐이지만 너와 멀어졌다가 다시 너를 만나려 많은 노력을 했었어. 말도 안 되게 과격한 폭염 아래에 땀으로 샤워하며 기필코 너를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부동산 사장님을 네 분이나 만나고 집도 열두 개 봤단다. 생색같다구? 야, 너는 그래도 실내에 있으니까 뭐 좀 답답하기만 했겠지. 네가 바깥 날씨를 몰라서 그러는 거야. 이건 생색 좀 내도 돼. 아무튼 나 너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었어. 네다섯 명 정도의 친구들을 불러 놀고 재울 만한 평수에, 구조도 잘 빠졌지. 주변 상권이고 맛집이고 편의 시설이고.. 바로 앞에 산책로에, 건너편에는 유명 대형 카페까지. 직장도 가깝고 수납공간도 지인짜 많고.. 그래 맞아 심지어 베란다 문 열면 적당히 우거진 나무들이 장관이고 절경이야. 완전 피톤치드라니까. 하, 내가 너 같은 집을 또 어디서 만나겠니. 바로 계약할 수밖에 없었어.


불안하고 외로웠던 내가 너를 만나, 나란 사람도 행복할 자격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 너와 함께면 분노도, 슬픔도, 우울도, 걱정도, 긴장도, 무력도 모두 녹아 없어져. 너와 멀리 있어도, 너의 곁에 있어도, 나에게 넌 늘 보고 싶은 존재야. 모쪼록 앞으로 더 잘해줄게 내가. 끝으로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그러니까 그게 말야.. 나는 너한테 어떤 주인이니?


실은 아주 많이 너를 의지하고 있었던 우동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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