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4.19(월)
아내가 오후에 카톡을 보냈다. 단호박 치즈 계란찜을 맛있게 먹고 있는 소윤이와 시윤이 사진과 함께.
“소윤이의 끈기가 나의 귀찮음을 이겼네”
단호박이 언제부터 우리 집에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여행에서 장모님이 주신 걸 가지고 온 건지 아니면 그전부터 있었던 건지. 아무튼 소윤이와 시윤이가 무척 좋아하는 간식인데 아마 계속 말했나 보다. 물론 막 예의 없게 조르지는 않고 엄청 공손하게 물어봤을 거다.
“엄마. 혹시 단호박은 언제 해주실 수 있어요?”
이렇게. 다만 여러 번?
그래도 기쁘게 해줬냐는 나의 물음에
“응. 나름”
이라고 대답한 걸 봐서는 서로 즐겁게 주고받은 것 같다.
저녁에 대표님과 식사를 하기로 해서 애들 자기 전에 들어가기가 어려웠다. 아내는 오후쯤 애들한테 그걸 얘기했다고 했다. 그랬더니 시윤이는
“아빠는 엄마가 해 주신 밥이 더 맛있을텐데에”
라고 얘기했고, 소윤이는
“거절하면 되지 않아여?”
라고 말했다고 했다. 둘 다 틀린 말이 아니긴 한데, 세상이 꼭 옳은 말대로 돌아가지는 않는단다. 저녁 식사를 거의 마쳤을 때쯤 애들을 재우고 있다며 카톡이 왔다.
“애들이 아빠 너무 보고 싶어 했네. 같이 저녁 못 먹어서 너무 슬프다고. 소윤이는 아빠 베개 끌어안고 잠”
평소에 얼굴 못 보고 자는 일이 거의 없으니 오늘 같은 날은 영 적응이 안 되나 보다. 그래 봐야 매일 1시간 남짓한 시간이지만, 그 짧은 시간의 무게와 소중함이 이럴 때 느껴진다. 나의 냄새를 끌어안고 나를 그리워하며 자는 존재라니. 이 세상에 어느 누가 나를 그 정도로 기다리고 그리워할까. 흔히들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을 많이 얘기하지만, 그 사랑의 대가로 이런 걸 받는다. 아무 조건도 대지 않고 나의 처지와 상관없는 존경과 칭송, 인정.
"우리 아빠가 최고"
라는 숱하게 들었던 저 말이, 내 자녀의 가슴에서 나올 때의 그 희열이란. 아, 이 맛에 애를 셋이나 낳았나 보다.
평소에도 애들 사이에서 자고 싶을 때가 많은데 아침에 알람 소리에 깰까 봐 그냥 매트리스에서 잔다. 어차피 손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긴 해도 괜히 그것 때문에 아내의 기상이 조금이라도 빨라질까 봐,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는 말년 병장처럼 모든 걸 조심한다. 그래도 오늘은 소윤이와 시윤이 사이에 누웠다. 정확히 말하면 시윤이하고는 거리가 조금 있었다. 둘이 누운 자세가 해괴해서 도저히 사이의 틈을 찾지 못했다.
새벽이 되면 애들은 아마 잠결에도 엄마 옆자리를 찾아 떠나고 바닥에는 나 혼자 남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