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09(금)
거짓말처럼 휴가가 끝남과 동시에 장마도 끝났다.
아내와 나는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만 지내면 다시 주말이라는 게 아주 큰 위안이긴 했다. 아내는 오늘도 처치홈스쿨 모임을 위해 멀리까지 다녀왔다. 다음 주부터 거리두기가 강화되어서 모이지 못하니 당분간은 오늘이 마지막 모임일 가능성이 컸다.
무더운 날씨 속에 장거리 운전과 교육자의 책임을 다하고 돌아온 아내에게 오늘도 시련이 닥쳤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잠든 시윤이를, 다 도착해서 깨웠는데 다짜고짜 엄청 짜증을 냈다는 거다. 요즘 아내가 겪는 시윤이의 짜증은 그냥 짜증이 아니다. 상상 그 이상의, 도를 넘어선 수준이다. 그렇게 시작된 짜증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고 엄청 오랫동안 이어진다. 심지어 엄마를 향한 용납이 불가능한 말과 행동까지 서슴지 않고.
퇴근하기 조금 전에 그런 일이 벌어졌고,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 아내와 시윤이는 방에 있었다. 소윤이는 거실에서 서윤이랑 놀아주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왜 이렇게 기특하면서 안쓰러운지. 나도 밖에서 시윤이랑 아내를 기다렸다. 잠시 조용해지면서 상황이 해결(?)되었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웬만하면 아내와 시윤이의 시간을 기다려 주려고 했는데 아내도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이어받아서 시윤이의 훈육을 마무리했다. 간단히 썼지만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가 해도 이 정도인데(애들이 내 말을 더 잘 듣는다) 평소에 아내는 얼마나 힘들까 싶다.
아내는 상상 이상으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오늘도 애들을 모두 재우고 나랑 대화를 나눌 때 눈물을 흘렸다. 원래 아내는 누가 좀 세게 말하거나 과격하게 대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사실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유일하게 가끔씩 그러는 나쁜 놈이 한 명 있기는 한데, 그게 나다. 그 유일한 자리를 아들 놈이 넘보는 거다. 남이 말해도 흔들리는데 이제 갓 다섯 살이 된 아들이 그러니 아내가 매우 고통을 겪고 있다. 여러 번 말하지만 이건 매우 단순화, 완화된 표현이다. Off the Record 버전이 있다면 더 적나라하게 적을 텐데, 아무튼 아내가 깊은 골짜기를 건너는 느낌이다. 일상으로 복귀한 줄 알았는데 전시상황이었네?
아내도 나도 알고 있다. 우리 아들의 사랑의 그릇이 채워지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이라는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아니, 잘못을 따지자면 아내와 나의 잘못이긴 하지만. 우리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는데 시윤이는 채워지지 않은 그 빈 공간이 너무 싫은가 보다. 애를 셋이나 키우는데 여전히 당황스럽고 새롭고.
시윤아, 진짜 너 이때를 꼭 기억해야 돼. 아마 기억이 안 날 거야. 그래서 아빠가 쓴다. 아주아주 먼 훗날 너의 다섯 살을 웃으며 함께 추억하기를 바라고, 혹시라도 너 혼자라도 이 글을 보며 상상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엄마, 아빠는 널 단 한순간도 사랑하지 않은 때가 없었어. 조금 미숙하고 모자랐을지는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