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15(수)
d소윤이와 시윤이는 슬픈 하루를 보냈다. 낮에는 쇼핑몰에 다녀오고 저녁에는 어른들의 회의를 위해 다른 집에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이 모든 게 취소되었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소윤이와 시윤이는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깊은 시름에 잠겼을 정도로 상심이 컸다. 서윤이는 언니와 오빠가 우니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가서 안아주고 눈물도 닦아주고 그랬다. 가만히 있어도 사랑받는 존재일 때가 많지만 가만히 보면 또 그럴 만한 짓을 한다. 착한 여우랄까.
아내는 아이들의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 일단 낮에는 서윤이가 자는 틈을 이용해 기후 변화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여줬다고 했다. 아내가 애들한테 보여 주고 싶은 영상이기도 했고, 애들도 일단 ‘영상’이라면 볼 기회가 자주 없으니 뭐든 좋아한다. 꽤 긴 시간이었는데도 끝까지 집중해서 잘 봤다고 했다. 서윤이도 평소보다 길게 잤고.
그러고 나서는 세 명 모두 목욕을 시켰다고 했다. 샤워가 아니라 목욕.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그냥 ‘너네 들어가서 목욕해’라고 하면 끝나는 게 아니다. 베란다에 내어 놓은, 내가 들어가도 괜찮을 만큼 큰 욕조를 화장실로 옮겨서, 쌓인 먼지를 박박 닦아내야 한다. 아이들이 다 놀고 나면 한 명씩 차례대로 씻겨서 내보내야 하고. 그러려면 미리 옷도 다 챙겨 놔야 하고. 서윤이가 물에 들어가 있는 동안에는 아내도 자리를 지켜야 하고. 그걸 아내 혼자 다 했다는 거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아이들은 외출 일정 취소로 인한 아쉬움을 많이, 아주 많이 덜어냈을 거다.
나는 낮에 부스터샷을 맞았다. 원래 내년 1월쯤 맞을까 생각했는데 2차 접종한 지 6개월이 경과되면 백신 접종 인증이 안 된다고 해서 서둘러 맞았다. 맞고 보니 딱 6개월 만이었다. 사실 올해 남은 연차가 없어서 좀 미루려고 했던 것도 있다. 혹시라도 다음 날 아파도 쉬지 못하니까. 오늘은 백신 접종의 여파와 육아가 조금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취소된 저녁 모임은 온라인 모임으로 전환되었다. 부지런히 저녁을 먹이고 아내가 애들을 재우러 들어갔다. 아이들이 미리 목욕을 한 덕분에 저녁 먹고 나서 양치만 하면 됐다. 사실 손과 발, 얼굴만 더 씻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인데, 그거 안 해도 되니 무척 편했다. 아내처럼 꼼꼼하게 씻기는 것도 아니면서.
“소윤아, 시윤아. 양치만 하면 되겠네?”
세 아이를 목욕시키고 씻긴 아내 앞에서 고작 세수가 사라졌다고 좋아하면 안 되겠지만. 아무튼 아주 좋았다.
어제와는 사뭇 다른, 평안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