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기엔 피곤한 게 당연한데?

22.01.12(수)

by 어깨아빠

아내는 아침부터 바빴다. 서윤이 외래 진료가 있는 날이었다. 겨울이라 옷 입히는 것부터가 전쟁이다. 오늘은 날씨도 유독 더 추웠다.


“날씨도 추워서 힘들겠다. 운전 조심하고 잘 다녀와. 서두르지 말고”


아내는 울고 있는 서윤이 사진과 함께 답장을 보냈다.


“얘가 제일 힘들게 함. 아후”


시간이 조금 지나고 아내가 다시 사진을 보냈다. 이번에는 병원에 앉아 있는 아이들 사진이었다. 병원에서 찍은 거라 그런지 그냥 아이들이 그리웠는지 아무튼 그 사진을 보니 유난히 아이들이 더 보고 싶었다.


서윤이는 다음 주에 뇌파 검사가 잡혔다. 원래 한 달 정도 뒤에 한다고 했는데 퇴원하고 워낙 이전처럼 잘 지내서 그런 건지 바로 잡혔다고 했다. 검사 이야기를 들으니 또 심장이 쫄깃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트라우마라면 트라우마랄까. 그래도 무서운 기억만 남은 건 아니다. 비슷한 일을 겪는 이들의 심정에 더 깊이 스며들자고 굳게 다짐했다.


아내는 진료를 마치고도 꽤 분주하게 보냈다. 서윤이가 처음 경련했을 때 처치를 해 주시고 의뢰서를 써 주신 선생님께 약소한 감사의 선물을 준비해서 갔는데, 하필 오늘 조기 마감이었다. 선물을 사느라 나름 바쁘게 움직였는데 다소 허탈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서윤이 입원했을 때 소윤이와 시윤이를 맡아 주기도 하고 여러모로 도움을 준, 같은 동에 사는 처치홈스쿨 선생님에게도 선물을 드렸다. 아내와 아이들은 간 김에 꽤 오랫동안 놀고 왔다고 했다. 물론 논 건 아이들이고 엄마들은 공동육아에 가까웠지만.


퇴근하고 만난 아내는 무척 피곤해 했다.


“아, 오늘 왜 이렇게 피곤하지”

“왜 피곤하긴. 아침 일찍부터 움직였으니까 그렇지”

“그런가?”

“그럼. 거기에 엄청 바쁘게 움직였잖아”


아내를 생각하면 오늘 같은 날은 내가 애들을 재우고 싶었는데 서윤이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장난삼아


“아빠랑 잘까?”


라고 물어보면 바로 울상을 지으며


“시더여어. 엄마아아아”


라고 대답했다. 진심으로 싫어했다. 아빠가 싫은 게 아니라 엄마가 좋은 거라고 믿고 있다. 아직은 서윤이를 많이 울리고 싶지 않아서 시도하지 못했다. 결국 아내가 들어갔고 아내는 역시나 자다가 나왔다. 나도 들어갈 때마다 느끼지만 까딱하면 내일 아침이 되는 무서운 방이다.


내일은 (내) 엄마가 온다고 했다. 아내는 일찍 나와서 집도 좀 치우고 정리도 하려고 했는데 못했다면서 아쉬워했다. 내가 보기엔 깨끗했는데 아내의 눈과 마음에는 차지 않았을 거다. 나도 일기를 쓰느라 도와주기가 어려웠다. 도와주지도 못하면서 “에이 깨끗한데 뭘. 엄마가 그런 거 신경 쓰나 뭐” 따위의 말은 하지 않았다.


다행히(?) 아내도 전의를 상실했는지 다시 자러 들어가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앉아서 쉬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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