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지, 혼자 울긴

22.03.13(주일)

by 어깨아빠

아내와 소윤이만 교회에 갔다. 시윤이의 수두는 거의 끝자락으로 보였지만 혹시 모르니 조심하는 차원이었다. 난 집에서 시윤이, 서윤이와 함께 온라인 예배를 드렸다. 아이패드로 시윤이 부서 예배를 틀어 주고 난 노트북으로 어른 예배를 드렸다. 서윤이도 아기 의자에 앉혀 봤는데 잘 앉아 있길래 그대로 뒀다. 물론 서윤이는 예배가 끝나기 전에 의자에서 내려왔다. 시윤이는 뭔가 쓸쓸해 보였다.


예배가 끝났을 때 서윤이가 좀 졸려 보였다. 웬만하면 아내가 오고 나와서 재우려고 했는데 (웬만하면 아내의 ‘평화로운 시간’도 보장하기 위해서) 서윤이가 계속 눈을 비비고 바닥을 뒹굴었다.


“서윤아. 아빠랑 들어가서 잘까?”

“네”


서윤이는 싫다고 해도 데리고 들어가면 잘 잔다. 좋다고 하면 더 잘 자고.


“시윤아. 아빠 서윤이 재우고 올게. 시윤이 거실 좀 정리 좀 하고 기다려. 알았지?”

“네”


서윤이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한 5분 정도 누워 있었고 서윤이도 눈을 감고 손가락을 빨면서 점점 깊은 잠에 빠져드는 순간, 거실에 있는 시윤이가 나를 불렀다.


“아빠. 아빠”

“어. 왜 시윤아”

“밥솥에서 물이 나와여”


예배가 끝나고 밥솥에 불을 올렸고 방에 들어가기 전에 다 돼서 불을 끄고 들어갔다. 밥솥이 좀 노후했는지 뜸을 들일 때 물과 김이 새기도 하는데 시윤이는 그걸 말하는 거였다. 일단 나가서 괜찮은지 보고 시윤이에게 얘기했다.


“시윤아. 괜찮아. 저거 뜸 들이느라 그런 거야. 아빠 이제 서윤이 재워야 하니까 부르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알았지?”

“네”


막 잠들려던 서윤이는 당연히 깨서 따라 나왔다. 다시 서윤이와 함께 방에 들어가서 누웠다. 다행히 서윤이는 다시 눈을 감고 손가락을 빨며 잠들었다.


엄청 오래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바로 나온 건 아니었다. 한 15분 정도 걸렸다. 방에서 나왔는데 시윤이가 화장실 문 앞(이자 안방 문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시윤아. 왜 그러고 앉아 있어”

“그냥여”

“왜? 무서워서?”

“네”

“아이고 그랬구나. 시윤아. 울었어?”

“네”


시윤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고 표정도 꼭 겁먹은 강아지 같았다. 그럴 줄 알았으면 같이 데리고 들어갔을 텐데, 시윤이가 싫은 내색을 전혀 안 하길래 생각도 못 했다. 미안할 일은 아니었지만 미안했고 너무 안쓰러웠다. 그 와중에 거실 정리는 엄청 깨끗하게 해 놨고.


“시윤아. 이리 와. 안아줄게. 시윤아. 말을 하지 그랬어. 아빠는 무서운지 몰랐어. 미안하네 아빠가”


한참 동안 시윤이를 안고 등을 쓰다듬었다. 오랫동안 잊히지가 않았다. 시윤이의 그 불쌍한 표정이.


아내와 소윤이는 토스트를 사 왔다. 그게 우리의 점심이었다.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레고를 꺼냈다. 오랫동안 옷장 위에서 보관만 되던 크고 거대한 레고 상자를 꺼냈다. 이미 한번 조립했던 걸 대충 부숴서 넣어 놓은 거라 완전히 분해된 상태가 아니었다.


“소윤아, 시윤아. 이거 완전히 부셔?”

“네. 완전히”


소윤이가 특히 의욕을 불태웠다. 일단 다 함께 둘러앉아서 그걸 부수는데 집중했다. 색깔별로 나눠서 봉지에 담았다. 그것만 해도 한참 걸렸다.


“아빠. 오늘은 이것만 해도 엄청 오래 걸리겠는데여?”

“그러니까. 만드는 건 다음에 해야겠네”


한 시간 가까이 해체 및 분류 작업을 했더니 목이 다 뻐근했다. 소윤이와 시윤이도 힘들었는지 만드는 건 다음에 하겠다고 했다.


“아빠. 이거 만드는 건 다음에 하고 다른 레고 꺼내 주세여. 그냥 아무렇게나 만드는 거여”


아이들에게 그 레고 상자를 꺼내 주고 난 축구를 하러 나왔다. 축구를 끝내고 집에 왔는데 문 앞에 뭐가 붙어 있었다. 앞에 가서 보니 소윤이와 시윤이가 스케치북에 쓴 그림 편지였다. 이제 시윤이도 그림 그리는 실력과 글씨 쓰는 솜씨가 많이 늘었다. 애들 편지는 받아도 받아도 받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아빠. 봤어여?”

“어. 봤지. 고마워”


소윤이와 시윤이, 서윤이 모두 엄청 까불까불했다.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계속 방방 뛰는 느낌(실제로 뛴 건 아니지만)이었다. 혹시라도 그러다 선(?)을 넘으면 애들도 우리(아내와 나)도 좋을 게 없으니 미리 조심시키려고 신경을 썼다.


축구 끝나고 오면서 아내를 위한 선물을 사 왔다.


“여보. 커피 사 갈까?”

“커피? 안 돼. 긴축이라니까”

“아니. 내 용돈으로”

“어? 여보 돈 많아?”

“나? 완전 많지. 만수르지”


거금 6,500만 원이 아니라 6,500원을 들여 내 커피와 아내 커피, 이렇게 두 잔을 샀다. 아이들을 재우면서 쏟아지는 잠을 떨쳐 내고 나와서 마시는 라떼의 첫 모금이 얼마나 짜릿한지 커피를 좋아하는 육아인은 다 알 거다. 내가 아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가성비 좋은 선물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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