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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깨아빠 Jul 16. 2023

오늘은 운동을 해서 그런가, 괜찮...

23.02.15(수)

아침에 아이들이 모두 일어났다. 서윤이는 책을 가지고 오더니 읽어달라고 했다. 출근 해야 해서 안 된다고 말하려고 하다가, 마음을 바꿔 먹었다. 아니, 바꿔 먹어졌다.


“그래. 가지고 와. 아빠가 이거 읽어 주고 출근할 게”


출근하기 전에 책을 읽어 주는 아빠라니. 스스로 뿌듯했다.


계속 비가 왔다. 아내와 아이들은 조금 멀리 있는 지인 집에 놀러 간다고 했다. 차로 한 시간 가까이 가야 하니 꽤 먼 길이었다. 나도 조금 늦게 일어났고 아내도 내가 나갈 무렵에 막 깼다.


“여보. 오늘 조심히 갔다 와”


나가서 직접 보니 비가 아니라 거의 눈이었다. 살얼음 같은 게 차에 쌓여 있었다. 길도 제법 미끄러워 보였고 여전히 해도 없었고. 운전은 나보다 아내가 훨씬 안전하게 하는 편이지만 걱정은 항상 내가 더 많이 한다. 다행히 아내는 무사히 도착했다고 했다.


오늘도 일이 조금 빨리 끝났다. 집으로 출발하면서 아내와 통화를 했다.


“여보. 어디야?”

“어, 나 아직 00 선생님 집”

“언제 와?”

“아, 이제 가려고. 여보는?”

“나도 이제 끝나서 가는 중이야?”

“아, 그래? 빨리 끝났네?”

“어. 여보는 언제쯤 출발하려고?”

“난 한 20분 뒤에?”


아내와 아이들보다 내가 더 먼저 집에 도착했다. 집이 너무 깨끗해서 깜짝 놀랐다. 마치 누군가 집에 방문할 때처럼 완벽하게 깨끗했다. 아내와 아이들이 작정하고 집을 치웠다는 게 느껴졌다. 정말 깨끗했다.


옷만 갈아입고 바로 헬스장으로 갔다. 아내가 20분 뒤에 출발하는 게 목표라고 했으니, 난 당연히 30-40분은 더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웬일인지 아내는 정확히 목표한 시간에 출발했다고 했다. 서둘러서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갔다. 운동하느라 밤 육아를 아내에게 떠넘기는 건 불경스러운 일이니까.


아내와 아이들은 재미있게 놀다 왔다고 했다. 아내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털어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내의 뒤로 가서 은밀하게 얘기했다.


“여보. 오늘 자부?”

“오늘? 나야 좋지”


바로 아이들에게도 얘기했다.


“얘들아. 오늘 엄마 좀 나갔다 오시라고 할까?”


아이들은 반사적으로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크게 상관 없잖아. 엄마가 너네를 재워 주시는 것도 아니고. 밥도 같이 드시고 나가는데”


누구도 흔쾌히 “네”라고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아내의 자유시간은 허락(?)됐다.


아내는 저녁을 다 먹고 나서도 자꾸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 얼른 나가라고 했다. 바로 안 나가면 자유부인은 없다고 협박하면서.


오늘은 저녁을 먹을 때 왠지 안 피곤했다. 미리 운동을 해서 그런 것 같았다. ‘역시 운동을 해야 정신이 깨는구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아이들도 저녁을 다 먹고 잠시 소파에 앉아서 쉬는데 바로 피로가 몰려왔다. 분명히 어제와 다른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바로 졸음이 쏟아지다니. 허망했다.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졸았다.


“아빠. 아빠”

“어? 어어”

“저 씻을게여?”

“어, 그래”


시윤이가 졸고 있는 나에게 먼저 얘기했다. 시윤이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시윤이는 자기가 알아서 씻었고 소윤이와 서윤이는 내가 씻겨줬다. 내가 보는 시윤이는 참 의젓하고 귀여운 구석이 있는데, 아내 앞에서는 왜 그럴까. 시윤이는 오늘도 한바탕 난리를 피웠다고 했다. 오늘은 전혀 예상을 못했다. 그냥 ‘매일 그런 일이 있었겠거니’라고 생각해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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