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7(금)
아내가 아침에 일어나 기분 좋게 웃으며 노는 서윤이 사진을 보냈다.
[실제로 보고 싶다. 서윤이 기분 좋은 거]
[이번 토요일에 보도록 하시오. 그럼 늦잠을 못 잠]
[안 보고 싶다]
아침에 막 일어났을 때, 그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고 한다. 침대에서 옹알거리다가 엄마 얼굴이 보이면 방긋 웃어주기도 하고. 그래, 아빠도 너의 웃음을 보기 위해 주말 아침을 포기하겠다.
오후에는 착장의 목적이 '딸이라는 걸 알리기'처럼 보이듯 옷을 입은 서윤이 사진을 보냈다.
[아빠. 저 어때요? 오늘도 아들인가요?]
[옷이 너무 화사해서 차마 아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러고 보니 오늘 애들이 다 엄청 일찍부터 깨서 잠을 방해했다. 자기들 자리 놔두고 새벽 수유하는 엄마 옆에 가서 눕고. 그 와중에 서로 원하는 자리에 눕겠다고 투닥 대고. 그게 새벽 4-5시의 일이다. 나의 알람이 울릴 시간쯤 아내는 두 번째 (취침-기상 사이에) 수유를 마치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잘 생각이 없어 보였지만 아내를 위해 소윤이와 시윤이에게 당부와 엄포 그 어디쯤의 유훈을 남기고 출근했다.
"소윤아, 시윤아. 엄마 주무시는 거 방해하지 마. 알았지"
철저히 짓밟혔다. 나중에 아내에게 들으니 소윤이와 시윤이는 별 시시콜콜한 일들을 들먹이며 아내의 수면을 방해했다.
그 덕분에 시윤이는 낮에 장모님이 오셔서 함께 카페 갔을 때 거의 잠들기 직전까지 갔고, 아내도 다른 날에 비해 훨씬 더 졸리다고 했고, 소윤이만 멀쩡했다. 물론 소윤이도 졸렸겠지만 소윤이는 그 정도는 너끈히 이겨낸다. 지난번에 강릉에서 오는 내내 버티는 걸 보고 소윤이의 잠에 대한 저항력과 의지가 새삼 대단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내는 애들을 좀 일찍 재우겠다고 했다. 금요일이라 나는 퇴근해서 저녁만 먹고 바로 다시 교회에 가야 했다. 아내는 내가 퇴근하기 전에 모든 잘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다가 내가 교회에 갈 때 자러 들어갈 거라고 했다.
아내는 나에게 퇴근하는 길에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 잔 사 달라고 했다. 초코 마들렌도 부탁했다. 완전한 빵 금지 조치는 해제하고, 단계적 완화를 시행하는 조치였다. 커피 사는 게 생각보다 시간을 좀 잡아먹었다. 집에 갔더니 서윤이는 역시나 울고 있었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저녁도 다 먹고 씻는 것도 다 마친 상태였고.
아내는 나의 저녁으로 집에 있는 여러 재료를 넣은 비빔밥을 준비했다. 내가 좋아하는 반숙 계란 프라이까지 준비했다. '귀찮으니까 그냥 있는 재료 다 때려 넣고 비벼줘야겠다'라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소윤이와 시윤이는 옆에서 나의 밥 먹는 모습을 보며 소소하게 놀았다. 서윤이는 아내가 안아줘도 엄청 격렬하게 울었다.
"우리 여보 나갈 때 인사하고 들어가려고. 천천히 먹어"
"아니야. 먼저 들어가도 돼"
"에이 그래도. 인사하고 들어가야지"
서윤이가 많이 울었다. 어떤 느낌이었냐면 구급차나 소방차의 사이렌을 바로 옆에 켜 놓고 먹는 느낌이었다. 도무지 여유와 차분을 차릴 정신이 없었다.
'그래, 역시 비빔밥은 허겁지겁 먹어야 맛이지'
소윤이와 시윤이는 아빠가 입이 커서 한꺼번에 엄청 많이 먹는다며 놀라고, 즐거워했다. 물론, 아빠가 한입에 우걱우걱 먹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오늘은 꼭 그런 건 아니었단다. 니들 동생이 아빠를 채찍질하는 느낌이었어. 소방관 분들이 식사를 할 때 이런 느낌이겠구나.
습관성 섭식 속도 가속 증후군.
서윤이 정도 아기를 키우는 육아인들이 많이 겪는 후유증이다.
애들은 모두 들어가자마자 잤다고 했다. 당연히 서윤이도. 이제 이게 우리의 디폴트(default)다.
교회에 다녀와서 마주한 아내의 모습은 뭔가 굉장히 즐거워 보였다. 엄청 졸리다던 늦은 오후의 호소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들렌의 힘일까.
참, 서윤이는 오늘 뒤집었다. 소윤이가 처음 뒤집었을 때처럼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다. 벌써 세 번째니까. 오히려 언제 이렇게 컸나 싶기도 하고, 그간 아무 탈이 없었던 게 감사하기도 하고.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혼자 하나씩 뭔가 하는 건 참 신기하다.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하는 게 또 있다. 손가락 빨기. 아내가 놀라운 사실을 얘기해 줬다.
"여보. 서윤이는 오른손을 빨 때는 검지를 빨고, 왼손을 빨 때는 엄지를 빨아. 그래서 주먹을 쥘 때도 오른손은 엄지를 안으로 넣어서 쥐고, 왼손은 엄지를 빼고 쥐어. 신기하지?"
예비동작까지 구분해서 취하고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