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6(금)
어느새 일상이 되어 버린, 밤잠 설치기. 오늘도 다른 날처럼 서윤이가 많이 깬 정도로 생각했다. 다만, 조금 더 피곤하고 꿈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한 상황이 머리에 많이 남은 걸로 보아, 조금 더 깼나 싶었다. 알람을 듣고도 일어나지 못하고, 다시 잤다. 30분 후에 알람이 울리도록 맞춰 놓고.
나중에 잠에서 깬 아내랑 통화하다 알았다. 서윤이는 새벽에 모유를 먹고도 자지 않았고, 아내는 그런 서윤이를 안고 거실에서 2시간이나 보냈다. 기분이 좋았으면 안을 일도 없었겠지. 아마 졸리긴 한데 잠은 못 들고, 엄청 울며 짜증을 냈을 거다. 이렇게 날마다 일기에 기록을 해도, ‘와, 힘들겠네’ 정도지 당사자의 고통을 완전히 알기는 어렵다.
‘그렇게 힘들었는데 생각보다 잘 지내는구나’라고 생각하던 찰나,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여보. 난 오늘 진짜 힘드네.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아”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썼지만, 아마 울지 않았을까 싶다. 아내는 그 뒤로 더 이상의 설명이나 토로는 하지 않았다. 한참 있다 오후에 통화했을 때는 괜찮다고만 했고. 가끔, 셋 키우면 어떠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둘보다 훨씬 낫다고 얘기하곤 했는데, 아내가 보기에 얼마나 속 모르는 이야기였을까 싶기도 하다. 특히 서윤이의 야간 통잠이 사라지고 난 뒤부터는.
소윤이의 비염 증세는 극에 달했다. 하루 종일 코를 훌쩍이고 닦고, 잘 때는 숨쉬기가 거북할 정도다. 아내는 애들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 진단이야 비슷할 거다. 아내와 내가 병원에 데리고 가는 건, 약을 먹일 각오를 한 거다. 하루 종일 코 때문에 씨름하는 소윤이가 너무 안쓰러웠다. 거기에 아내는 한 가지 이유를 더 말해줬다.
“새벽에 한 번은 소윤이가 코 막히는 거 때문에 짜증 내면서 가드를 쾅쾅 찼거든요. 그 소리에 서윤이가 깨고”
소윤이는 죄가 없고, 누구도 죄가 없다. 내가 죄인이다. 속 편하게 잘도 잔 내가.
간 김에 독감도 맞출까 하다가 주말에 일이 많아서 (집에서 한가롭게 쉴 일정이 아니라서) 일단 미뤘다.
오늘부터는 저녁에 교회도 가야 했다. 나만. 아침부터, 아니 어젯밤부터, 새벽부터 내내 고생하고 남모르게 눈물을 쏟았을 아내를 두고 가려니 영 마음이 불편했다. 시윤이가 조금만 더 크면, 소윤이랑 시윤이는 데리고 갈 수 있을 텐데. 아마 내년쯤에는 소윤이를 믿고, 둘을 데리고 가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아니네. 생각해 보니 어차피 그 시간에는 둘 다 잘 시간인데다가, 아내를 정말 힘들게 하는 건 서윤이네.
교회에 가기 전에 어떻게든 아내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꾸역꾸역 시윤이를 씻겼다. 소윤이도 씻겨주고 싶었는데 시간이 촉박했다. 시윤이는 교회에 가지 말라며, 장난스럽게 붙잡았다. 장난으로 포장한 진심이었다. 무서운 아빠 뭐가 그리 좋다고. 고마웠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붙잡지 않는 아빠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잘 해야 한다. 난, 애들이 무서워하지만 같이 있고 싶은 아빠가 되고 싶다. 다른 데 가서 혼나고, 손가락질 받지 말고 나한테 혼나고, 나한테 손가락질 당하고, 다른 데 가서는 바르게 잘 했으면 좋겠다. 중독성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 매운 떡볶이 같은.
오늘 하루 고생한, 아니 너무 치열하게 산 아내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위로는 따뜻한 라떼 한 잔이었다. 예배를 마치고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 잔 사서 돌아왔다. 사실 집에서 나가기 전에, 아내에게 커피를 사다 줄지 물어봤다.
“낮에 한 잔 마셨어. 됐어”
“진짜? 괜찮아?”
“응. 하루에 두 잔이나 사 먹는 건 사치지”
“알았어. 혹시나 마음 바뀌면 카토…”
“따뜻한 라떼”
“응?”
“마음 바뀌었다고. 벌써. 라떼 한 잔 사 줘”
따뜻한 라떼 한 잔,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문을 열었다. 뜨거웠던 하루를 모두 마친, 아내 홀로 지키던 거실은 고요했다. 평화로웠다.
“여보. 괜찮아?”
“어, 괜찮아”
“고생했다”
“그러게”
아내도 깊게 패인 전흔을 잘 감추었고.
(와, 오늘 얼마나 치열했으면 제대로 찍은 애들 사진이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