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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운오리새끼 민 Jul 14. 2022

뚱이의 일상

눈을 마주치다

여전히 사료만 보면 환장하는 뚱이 ...

시간이 흘러서 그런 건지 이제는 눈치를 터득한 건지 사료를 밥그릇에 넣어주면 눈을 마주친다.

하지만 몸은 언제든 밥그릇으로 튀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뚱이야 천천히 먹는 거야?"


먹으라는 말도 안했는데 밥그릇으로 달려가려 한다.


"안돼! 먹으라고 하지 않았잖아." 


뚱이가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구고 제자리로 간다.


“먹어”


라는 말과 함께 번개처럼 밥그릇으로 달려가는 뚱이.

시무룩한 기색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개 눈 감추듯 먹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기다린다.

꼬리가 사정없이 흔들린다.

그리고 다시 밥그릇에 사료를 넣어주자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친다. 


“먹어”


라는 말과 함께 이번에도 쏜살같이 가서 먹는다.

도대체 씹고 먹는 건지 그냥 삼키는 건지 알 수 없다.

뚱이에게 밥은 ‘씹고 맛보고 즐기고’에 대한 개념이 없는 듯하다. 


'저렇게 허겁지겁 먹다 채하면 어쩌나 ...  걱정이다.'



뚱이의 시각 - 눈물 젖은 빵 

밥이다.

엄마가 밥을 갖고 왔다.

신나서 주체할 수 없다.

펄쩍펄쩍 뛰었다.

꼬리도 사정없이 흔들린다.


'이놈의 꼬리는 왜 이리도 난리 부르스를 추는 거야. 성가시게...'


부리나케 밥그릇 앞으로 달려갔다.

밥그릇에 사료가 담겼다.

이제 먹기만 하면 끝.

근데 신호가 없다.

엄마의 얼굴을 봤다. 


‘이제 눈 마주쳤으니 빨리 먹읍시다.’


“먹고 싶어?”


잽싸게 밥그릇으로 달려가는데 엄마가 안 된다고 한다. 


“먹어 라고 말 안했잖아.”


애구 ...

다시 자리에 앉았다. 


“천천히 먹어야 해?”


‘먹어’라는 말이 나왔다.

잽싸게 다시 밥그릇으로 향했다. 


‘먹고 살기 힘드네...'

개눈 감추듯 밥그릇의 사료를 다 먹었다.

간에 기별도 안가는 거 같다.


엄마가 다시 밥 그릇에 사료를 넣어 준다.

엄마를 바라봤다. 


“먹어!”


이번엔 엄마의 눈치를 살폈다.

‘먹어’라는 말을 정확히 한 거 같다.


살며시 다가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눈물 젖은 빵이란 게 이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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