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는 무서워
엄마가 방청소를 위해 청소기를 꺼내온다.
아직 상황파악이 안된 뚱이.
청소기에 코를 묻고 열심히 냄새를 맡는다.
전원 코드를 꼽고 청소기 스위치 버튼을 누르자
‘웽~~’
소리가 들린다.
놀란 뚱이 후다닥 내 옆으로 와서 앉는다.
십년감수한 거 같다.
앞발은 불안하여 들썩들썩 거린다.
청소기가 더 가까이 다가오자 나의 무릎으로 파고들어 얼굴을 숨긴다.
개나 사람이나 무서우면 머리부터 숨는 거 같다.
청소기가 내 옆으로 왔다.
안심이 안 되는 건지 다시 후다닥 자기 집으로 줄행랑을 친다.
뚱이의 시각 -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엄마가 커다란 물건을 갖고 나왔다.
호기심이 생겼다.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냄새를 맡았다.
시큼한 냄새 같기도 하고 쾌쾌한 냄새 같기도 하고 여러 가지 냄새가 좀 섞여 있는 듯 하다.
엄마가 빙그래 웃으며 저리 가라고 한다.
나의 탐구 보고서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때 갑자기 요란한 굉음 소리가 들렸다.
'이게 뭔 소리여!'
태어나서 생전 처음 듣는 엄청난 소리다.
깜짝 놀랐다.
후다닥 작은 형아 옆으로 갔다.
소리는 분명 아까 그 물건에서 나는 것이다.
엄마가 그 물건의 앞부분을 내 앞으로 쑥 들이 밀었다.
작은 형아 무릎위로 얼른 올라갔다.
‘여긴 안전하겠지? 작은 형아가 지켜줄 거야.’
불안한 눈빛으로 작은 형아를 바라봤다.
작은 형아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다.
작은 형아는 안 무서운가 보다.
근데 작은 형아 옆에까지 엄마가 갔고 왔다.
얼굴을 작은 형아 무릎에 파묻었다.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이거 어쩌지?'
형아가 날 지켜줄 거 같지 않다는 불안감이 밀려 왔다.
후다닥 소리 나는 물건을 피해 집으로 들어갔다.
‘세상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