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일이 주어지면 참모가 다시 그 일에 영감을 불어넣고 창조적으로 변화 발전시키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조직을 리드하는 스타일로 능동적으로 일을 하며, 주어진 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수정, 변화시키며 일을 한다. 리더의 입장에서는 이런 참모는 자신의 생각을 더 구체화시키고, 변화 발전시킬 수 있는 참모라 만족도도 높다. 또한 하나를 설명하면 열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리더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간다는 것은 참모로써 쉬운 일은 아니다. 자칫 리더를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도 하고 더 나아가 리더의 경계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를 선도적으로 이끌어나갈 때에는 리더의 성향이나 상황에 맞게 그 역할을 해야 한다. 가령 카리스마가 있는 리더의 경우에는 오히려 이런 참모는 불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선도적 리더십의 대표는 장량일 것이다. 장량은 전체적인 판세를 가늠하며, 유방이 중국 통일이라는 큰 계획을 실천하도록 끊임없이 조언한 인물이었다. 장량이 한나라로의 통일을 이루기 위해 크게 주안점을 두었던 것은 민심을 얻는 방법이었다. 또한 결정적인 순간마다 적절한 대안을 갖고 유방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려 하였으며, 유방이 대업을 향해 가는 길에 일탈하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대표적인 세 가지 사례가 있는데 첫 번째 사례가 유방이 진나라의 수도인 함양에 먼저 도착하였을 때였다.
초 회왕은 함양에 먼저 도착한 사람을 관중의 왕으로 임명한다고 하였다. 유방은 함양에 도착하여 진 황제 영의 항복을 받고 옥새까지 넘겨받아 명실상부한 패자의 위치에 오르는 듯했다. 거기에 유방은 진나라 황궁의 호화로움과 창고에 쌓여있는 갖가지 보물들을 보자 중국 통일이라는 생각은 잊어버리고 황궁에 머무르려고 하였다. 곁에 있던 번쾌가 이를 보고 유방에게 만류했지만 유방은 들은 채도 하지 않았다. 결국 번쾌는 장량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장량은 유방에게 이렇게 말했다.
“진나라가 망하게 된 이유는 진나라의 폭정과 호화로운 사치, 무도함 때문에 결국 전국에서 봉기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런 폐단을 없애고자 힘겹게 여기까지 왔는데, 폐공이 처음의 뜻을 잊고 진의 모습을 답습하려고 한다면 진나라와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장량은 이어서 유방에게 관중의 왕으로 머물 것인지 중국 통일의 황제로 남을 것인지를 설파하였다. 유방은 장량의 이야기를 듣고 황궁과 창고를 폐쇄하고 약탈을 방지하여 민심을 안정시킨 다음 살인, 상해, 절도와 관련된 법률 세 가지 즉, 약법삼장(弱法三章)을 공표하였다. 그러자 민심은 자연스레 유방 쪽으로 기울어지게 됐다.
두 번째 사례는 한신이 제나라를 평정하고 유방에게 자신을 제나라의 가(假)왕의 자리에 올려달라고 했을 때이다. 이때 유방은 화를 내며 한신이 무례하다 생각해 그의 청을 들어주지 않으려고 했으나, 장량이 이를 만류하였다.
“지금 한신의 청을 들어주지 않으면 한신은 항우의 편에 붙을 수도 있거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대업은 물 건너가게 될 것입니다.”
라고 유방을 설득하여 그를 제나라의 왕으로 봉하게 하였다. 한신은 제나라 왕으로 봉해지자 그제야 유방을 도와 초나라를 공격하였다.
역사에 가정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만약 그때 유방이 장량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한신은 자기 스스로 제나라 왕으로 등극하여 유방, 항우와 함께 중국을 삼분으로 분할하여 통치하였을 것이다. 유방이 항우를 상대하기도 벅찬 상황이었고, 항우 또한 세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만만치 않은 세력을 갖고 있었던 한신이 최후의 승자가 됐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장량은 이처럼 전체적인 큰 틀은 유지하면서 상황에 따라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기에 항우를 물리친 이후 바로 한신에게서 제나라 왕의 인수를 거둬들였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사례는 항우와 유방이 중국을 양분하기로 화의를 맺고 회군을 선택하였을 때이다. 유방은 싸움이 장기화되고 자신의 부모까지 역류되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싸움을 계속할 경우 자신의 안위저도 위태롭다고 생각을 하였다. 유방은 중국 전체를 통일하는 것보다는 현실적으로 절반만이라도 자신만의 제국을 만들 수 있길 희망했던 것이다. 이때 장량은 유방에게 지금 항우를 공격하지 않으면 영원히 통일을 이룰 기회가 사라진다는 말에 총공격을 감행하여 결국 대업을 이루게 되었다.
비록 한나라 창업과정에서 장량의 역할이 한신이나 소하에 비해 미약하다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전체를 바라보며 전략을 구사할 줄 아는 능력과, 리더가 결정적인 선택의 기로에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할 줄 알았다는 점에서 장량의 역할은 한신이나 소하보다 크다면 크지 작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한신의 참모였던 괴통 또한 한신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갔던 참모였다. 그는 후한 말엽 제갈량이 유비에게 천하삼분지론을 설파하기 이전에 이미 한신에게 천하삼분론을 설파하였던 인물이었다. 한신이 전장에서의 전술에 능했다면, 괴통은 정치적 안목이나 향후 시대 흐름을 빠르게 파악할 줄 아는 참모였던 것이다.
한신이 위나라, 조나라, 대나라 등을 차례로 무너뜨리고 제나라로 공격할 때였다. 역이기가 유방에게 자신이 제나라로 가서 제나라 왕을 설득하여 싸우지 않고도 제나라를 유방에게 받치겠다고 하였다. 역이기는 실제 제나라 왕을 설득하여 유방에게로 넘어가는 상황이 되었다.
이때 괴통이 한신을 움직였다.
“주군은 한왕의 명령을 받고 제나라를 정벌하러 천신만고의 전투 끝에 조나라까지 함락시키며 지금 제나라 국경 근처까지 왔습니다. 장군이 몇 년 동안 전투에서 힘겹게 쌓은 공이 일개 유생보다 못하다고 한다면 어찌 부끄럽지 않겠습니까? 주군께서는 지금 제나라를 치지 않는다면 이 모든 공은 역이기에게로 돌아갈 것입니다.”
한신은 괴통의 말을 듣고 제나라를 공격하고 싶었지만, 제나라에 파견되어 있는 역이기가 다칠 것을 걱정되었다.
“선생의 말이 맞지만 지금 제나라를 공격하면 역이기는 죽을 것이 뻔 한데 이는 도리 상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러자 괴통은 다시 이렇게 말했다.
“주군의 너그러운 마음은 이해가 되나, 주군이 이미 제나라를 칠 것을 안 상태에서 역이기가 자발적으로 제나라에 간 것이기에 그가 먼저 장군을 저 버린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것은 너무 염려치 않으셔도 됩니다. 그보다는 주군께서 지금까지 고생해온 모든 공이 사라질 수 있음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결국 한신은 자신의 공이 사라지는 것을 걱정하여 아무 방비도 없던 제나라를 공격하여 손쉽게 얻게 되었다.
괴통의 이런 전략은 천하삼분론의 시작이었다.
즉, 한신도 유방처럼 아무런 세력도 없는 것에서 출발하였지만 조나라, 연나라, 제나라 등을 평정함으로써 안정적인 근거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바로 유방에게 제나라 가왕의 자리를 내려 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한신이 괴통의 말을 끝까지 듣고 자신의 근거지를 발판 삼아서 삼국을 형성하였다면 중국의 역사는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리더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참모의 역할은 쉽지 않다. 아무리 참모가 해박한 지식과 세상을 넓게 보는 안목이 있다 하더라도 리더가 그에 따라가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소를 우물가에 끌고 가도 소가 물을 먹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란 속담처럼 리더가 참모의 의견을 따라주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리더의 상황에 맞게 리더를 선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참모의 세밀한 안목이 필요하다.
PS : 리더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 여러분의 조직에서는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 한지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