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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셀로나 Oct 31. 2020

젤라바 여인들

사막의 시골 마을



Merzouga, Morocco

다섯 번째 날 ▷ Merzuga, Morocco






알리네 아침

오늘의 일정


알리네에서 첫날 아침 해가 밝았다. 창가에 새들이 지저 긴다. 굿모닝! 밤에 도착해 온통 어둠이었던 지난밤. 빨리 나가서 동네 구경을 하고 싶다. 오늘 우리 일정은 오전 자유시간 그리고 점심시간 이후에 사막 투어를 나갈 예정이다. 사막 투어는 1박 일정과 2박 일정으로 선택이 가능하다. 1박 2일 일정은 아침 일찍 출발해서 하룻밤을 사막에서 보내고 다음날 점심때쯤 돌아오는 일정. 2박 3일 일정은 오후에 출발해서 2박을 사막에서 보내고 오전에 돌아오는 일정이다. 우리는 혹시나 날이 흐려 별을 제대로 못 볼 것을 생각해 2박 사막 투어를 선택했었다. 그래서 오늘 오전 시간은 메르주가를 돌아볼 수 있는 자유 시간으로 쓸 수 있다. 숙소 대문을 나서니 이런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저 멀리 사막도 보인다. 오른쪽 파스텔톤 건물은 학교였던 걸로 기억한다. 어릴 적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고인돌 가족이 생각난다. 하늘은 이렇게나 맑다.





알리네에서 알려준 메르주가의 맛집이 있다. 식당이 몇 개 없기 때문에 메르주가를 와본 한국인이라면 여기 대부분 와 봤을 것이다. 한국어 메뉴판도 있으니 말이다. 모로코식 샐러드와 먹어 보고 싶었던 베르베르 오믈렛을 시켰다. 오믈렛이 입에 잘 맞다. 역시 계란 요리는 진리다.






멍 때리기 좋은 곳

주인은 없지만 물건은 살 수 있는 곳


밥을 먹고 나와 동네 기념품 가게에서 냉장고 자석이라도 좀 사려니 가게 문은 열려 있는데 주인이 없다. 그러고 보니 동네에 사람이 안 보인다. 밥을 먹었던 식당에 다시 가 보았다. 그새 주인아저씨도 안 계신다. 때마침 주인아주머니가 오셔서 여쭈어보니 기도하는 시간이라 다들 모스크에 갔다고 하신다. 아..... 그렇구나.... 필요한 물건을 자기가 팔아 줄 수 있으니 사라고 하신다. 서로 다 가게도 봐주고 그러는 건가 보다. 그늘 밑 의자에 앉아서 우리도 잠시 멍 때리기를 했다. 멍 때리기 좋은 날씨에 좋은 환경이다. 잠시 후 사람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도 마침내 원하는 기념품을 몇 가지 살 수 있었다.





사막 뷰 수영장

지난밤 별구경


숙소로 돌아와 수영장에서 햇살을 받으며 나른한 한때를 보냈다. 썬베드에 누워 있으니 사막의 태양이 강열하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지금 사하라 사막 바로 근처인 거지? 실감이 안 났다. 내가 지금 어디에 온 거야? 잠시 누워 햇살을 즐기다 보니 여기가 어젯밤 별을 봤던 곳이라는 것이 생각났다. 우리가 어젯밤 몰래 탈출했던 뒷문 뒤가 궁금했다. 문밖을 살짝 나가보니 멀리 사막의 모래 봉우리들이 보인다. 낙타들도 모여 있다



우리 진짜 사하라 사막에 와있는 거잖아.






젤라바 입은 여인들

모로코 전통 의상


슬슬 투어를 하러 사막으로 갈 시간이 다가온다. 우리도 투어 나갈 준비를 해본다. 마라케시 시장에서 정가를 고집하며 판매하셨던 아저씨네 가게에서 모로코 전통의상 젤라바를 한 벌씩 샀었다. 젤라바를 입으면 사막에서 예쁜 인생 샷을 찍을 수도 있다기에 구입했다. 전통 의상을 입어 보는 것 자체로도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무엇보다 사막의 모래 바람에도 적합하게 만들어진 옷이니 추천한다. 준비를 못한 사람은 알리네에서 대여가 가능하다. 사막에서 돌아온 후 우리는 옷을 알리네에 기증했었다. 아마 우리 옷도 대여 가능하지 않을까? 모로칸들의 스카프 매는 법도 배웠다. 난 끝까지 잘 못해서 번번이 도움을 받았다. 사막 투어에 필요한 물건만 따로 백팩에 챙겨 싸고 남은 짐은 알리네에서 맡아 준다. 투어 갈 설렘에 숙소를 왔다 갔다 방황하며 시간을 기다렸다. 이제 사막으로 떠난다. 낙타를 타고 사막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내가 낙타를 탄다고? 너무너무 떨린다.





모하와의 첫 만남


나와 친구 그리고 같은 시간대에 투어 신청을 한 혼자 여행 중이셨던 남자 한분. 이렇게 우리 3명은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알지 못한 채 가이들의 말에 따라 움직였다. 숙소 뒤편에 세워져 있던 지프차에 우리를 태운다. 우리의 첫 가이드가 되어 주었던 모하. 그는 낙타가 오늘 아파서 자동차로 이동을 할 거라고 했다. 진짜? 섭섭한 기색을 보인 우리의 얼굴을 한참 재미있어하며 즐기던 그. 잠시 후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웠다. 그곳에는 우리를 진짜 사막으로 데려다 줄 낙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장난꾸러기 모하와 우리의 첫 만남의 기억이다. 이제 우리를 여기까지 달려오게 만든 그 사하라 사막 안으로 들어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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