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사막, 한번 가보자
Merzouga, Morocco
네 번째 날 ▷ Merzuga, Morocco
사하라 사막으로 가자
새벽에 숙소를 나와 사하라 사막을 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갔다. 우리가 도착할 마을은 사하라 사막 근처의 작은 시골 마을 메르주가(Merzuga)이다. 메르주가로 가는 슈프라 버스는 하루 한 대밖에 없다. 미리 시간과 표를 체크해두는 게 좋다. 터미널에 도착해 커피와 크로와상으로 아침을 먹고 버스를 탔다. 트렁크에 실을 짐이 있다면 싣는 비용을 따로 지불하고 티켓을 사야 한다. 5dh. 우린 전날 미리 사둔 버스 티켓이 운이 좋게도 오른쪽 제일 앞자리다. 시야가 트여있고 다리 공간도 조금 더 여유 있어서 좋다. 그나저나 12시간 걸리는 이 여정 우리 괜찮겠지?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한번 가보자. 미리 준비한 멀미약도 챙겨 먹었다. 일단 시작은 좋다. 멋진 뷰를 감상하며 여정을 좋은 컨디션으로 시작했다.
2시간쯤 달리던 버스가 한번 멈춰 섰다. 화장실을 이용하고 작은 기념품 샵도 구경한다. 스트레칭도 크게 한번 했다. 지대가 높아져서 인지 쌀쌀하다. 달린 지 몇 시간 안 지난 것 같은데 나의 모습은 이미 10시간은 달린 얼굴이다. 아래 사진은 우리를 메르주가 까지 무사히 잘 데려다준 고마운 버스와 우리에게 잠시 쉼을 준 산 중턱에 있던 작은 가게이다.
우린 꿈나라로
달리고 달리고 계속 달린다. 주변은 온통 브라운이다. 여기에서부터 몇 시간은 기억이 없다. 멀미약 효능이 너무 좋아 우리 둘은 완전히 딥슬립을 했다. 버스가 한 번 더 휴게실 같은 곳에 멈춰 섰다. 점심 식사를 하는 곳이다. 잠에서 겨우 깨 몽롱한 상태로 내려 간단히 밥을 챙겨 먹고 화장실도 이용했다. 여전히 잠에 아님 멀미약에 취해 있었는지 사소한 것 까지 찍어 대던 우리 카메라에는 이곳에서의 흔적이 없다. 잠이 든 덕분에 벌써 반은 쉽게 왔다. 멀미약 꼭 챙겨서 드시길 강추한다.
또다시 달리고 달린다. 길게 뻗은 도로를 끝없이 달려간다. 우린 또 깊이 잠이 든다. 중간에 한번 살짝 깨서 실눈으로 창가를 보니 벌써 해가 지고 있다. 하마터면 자느라 이 멋진 노을을 놓칠뻔했다. 옆에서 곤히 자는 친구를 깨워서 이 광경을 보여 줘야 하는지 잠시 고민하다가 비디오와 사진으로 열심히 담았다. 점점 하늘이 제대로 물들고 있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친구도 살짝 깨워본다. 이 광경 함께 봐야지. 모로코의 하늘에 불이 났다. 연신 감탄을 하며 사진과 비디오를 찍었다. 잠에서 방금 깨 몽롱한 친구도 이 광경을 놓치지 않으려 눈에 힘을 준다.
불빛 없는 마을에선 잠시 가로등이
한참 도로만 달리다가 마을이 나오니 반가웠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몇 명 내렸다. 여기는 마라케시 보다 더 혼돈의 도로이다. 잠시 정차한 몇 분 사이에도 역주행하는 오토바이, 도로를 걷는 소, 차 사이를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모로코가 교통사고율이 세계 일위인 나라라고 한다. 그럴만하다. 버스는 이 마을을 시작으로 몇 번 더 정차를 했다. 고속버스에서 갑자기 마을버스로 바뀐 느낌이다. 불빛 하나 없는 어느 마을에서 한 사람이 버스 기사님께 이야기를 하고 내린다. 버스는 잠시 그 사람이 가는 방향으로 불빛을 비추고 한동안 정차해 있었다. 그는 밭을 가로질러 달려갔다. 그 밭 끝 어딘가에 집이 있는 거겠지? 버스 기사님은 가로등 하나 없는 그곳의 가로등이 잠시 되어 주셨다.
그렇게 우리는 달리고 달려 목적지인 메르주가에 무사히 도착했다. 사실 생각보다는 힘들지 않은 여정이었다. 버스도 편했고 무엇보다 멀미약의 도움을 제대로 받았다. 자다 보니 도착했다.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시골인 메르주가는 불빛이 많이 없어 주변이 아주 깜깜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알리 알리네"라고 소리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우리가 사막투어를 예약한 알리네 숙소에서 우리를 픽업 나온 것이다. 이 낯선 곳에 우리를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니. 세상 반갑다.
픽업 온 직원의 차를 타고 숙소에 도착하니 손님들이 저녁 식사를 하고 계셨다. 한국인들이 많이 보인다. 메르주가에는 알리네와 핫산네라고 불리는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양대 산맥 숙소가 있다. 사막투어를 메인으로 숙소를 운영하는 곳이다. 타지에서 한국인을 만나니 또 반가웠다. 우리도 함께 저녁을 먹고 체크인을 했다. 배정받은 방에 짐을 풀고 간단히 샤워를 하고 숙소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본다. 밤이어서 잘 보이는 건 없지만 하늘에 별들만은 아주 선명하고 가득했다. 숙소 뒤쪽에는 수영장이 있었다. 선배드에 누워 별을 보고 있으니 나이 많으신 알리네 할아버지 직원 한 분이 오셔서 별자리 이야기를 열심히 해 주신다. 여행객을 만나고 헤어지는 게 일상이신 듯 처음 본 우리를 원래 알고 지내던 것처럼 친근하게 대해 주신다. 설명해 주시는 별자리 이야기를 들으며 뒷 문으로 살짝 빠져나가 우리들만의 시간을 보냈다. 뭔가 기숙사에서 몰래 빠져나와 우리끼리 시간을 보내는듯한 짜릿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