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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Mar 06. 2024

교육에서는 효율이 다 답이 아닐 수도 있다.

우당탕탕 이직 에피소드 9

교육을 하면서 꼭 빠르고 간편한 게 답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 효과는 ‘효율적인 것’보다는 가끔은 ‘느리고, 불편하기도 한 것’들에서 오는 게 아닐까.


지난주에 교육 하나가 끝났다. 1~2월 인사 발령으로 새로운 근무지에서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된 인원이 대상이었고, 이들이 적응을 잘하도록 간단한 OJT 형식으로 진행됐다. 필요한 내용만 짧고 빠르게, 하루 동안, 비대면으로.


이렇게 기획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우선 대상자의 근무지가 제주도, 경상도, 수도권 등으로 흩어져 있었다. 굳이 멀리 있는 분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부담스럽고,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요즘 교육 트렌드가 필요한 것만 빠르고 쉽게 전하는 것이기도 했고, 나 역시 무조건 간단하게, 편하게, 쉽게 만드는 걸 좋아했다. Y매니저가 “매니저님, 효율충이시네요”라고 놀릴 정도로. 그래서 난 대상자, 강사님들이 편하고 쉽게 교육하도록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교육은 잘 진행됐다. 그리고 설문을 받았을 때, 나온 반응은 크게 2가지였다. 첫 번째는 비대면으로 진행돼서, 교육에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내용이 압축적으로 전달되다 보니, 실습할 시간이 없어 나중에 시스템을 직접 사용할 때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필요한 내용을 잘 활용할 수 있게 실습시간을, 집중을 잘할 수 있게 별도의 강의장에서, 이틀 정도를 충분히 교육하는 게 필요했다.


‘효율’보다는 ‘효과’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적어도 교육에서는. 핵심을 빼고는 효율적인 게 좋긴 하겠지만, 얼마나 교육생이 내용을 체화해서, 행동을 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가. 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분리된 강의 공간', '받아들일 수 있는 충분한 시간 ' 등 부가 요소들도 생각해야 했다.


얼마 전, 실물 책을 들고 나온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밀리의 서재같이 편한 전자책이 있는데, 왜 귀찮게 굳이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냐고. 그러자 친구는 대답했다. 본인은 실물 책을 읽는 게 집중이 잘 된다고. 책 용지를 만지고, 책장을 넘기기 위해 종이를 잡고 있는 행동까지가 본인은 책을 읽는다라고 느껴져서 집중이 잘 된다고. 대부분 아는 사실이지만, 타자보다는 손 글씨 쓰는 게 뇌 발달에 좋다고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간편하고, 빠른 게 항상 답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10년 동안 ‘사람’ 공부를 했지만, 이런 예외가 있는 ‘사람’은 여전히 어렵고, 그 예외 상황까지 생각해야 하는 ‘교육’은 더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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