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영화 속 음식 이야기

by 유진






병. 그리고 사람들의 편견에 평생을 갇혀 살아야 했던 할머니.

죄책감에 사로잡혀 일상을 무기력하게 지내던 남자.

마음 기댈 곳 없는 외로움에 새에게 말을 거는 소녀.







빵집을 가면 꼭 집어 들게 되는 빵이 있다. 눈에 띄지도 않게 소박한데도, 어쩐지 손이 간다.

단팥빵이다. 하얀 생크림과 아삭한 견과류, 색색의 과일들로 장식된 빵들. 그 사이를 헤매다가도 집게는 그곳에서 멈춘다.

갈색의 밋밋한 빵. 그 빵을 집게 되는 건 알기 때문이다. 한 입 베어 물면 그 안에서 말캉하니 나올, 달콤한 팥을.

그래서였다. 이 영화를 보러 간 건.

앙. 단팥 이야기.

달콤하겠지. 쉬는 시간에 몰래 베어 물던 단팥빵처럼. 한 입으로 내 입에 미소가 떠오르게 해 주겠거니 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았을 때 미소도,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부드러운 먹먹함에 잠깐 눈을 감았을 뿐이다.







영화 「앙 : 단팥 인생 이야기」는 달콤하지 않다.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막 삶아낸 팥처럼 약간은 무르고, 조금은 단단하다. 입에 넣고 굴리면 천천히 약한 단맛이 배어나오다, 음미하려 하면 사라져 버린다.

그렇기에 그 약간의 단맛은 오히려 씁쓸함이 되어 입 안에 남는다.


제목 그대로의 영화.

앙.







시간을 들여 부드럽게 삶아내는 것 만으로 맛이 달라지는 단팥.

삶이란 그런 것이라고.

조금만 시간을 들여 돌아보면 보지 못한 것을 찾게 된다고.

이 영화가 내게 그렇게 말해 주었다.









유진 [타랑]

Blog : http://blog.naver.com/hik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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