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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택 Spirit Care Jan 23. 2021

“네 번의 견생(犬生) 통해 알게 된 삶의 목적”

[영화로 풀어가는 죽음학 이야기 2] / 영화 "베일리 어게인"

- "네 번의 견생(犬生)을 통해 알게 된 삶의 목적"

- 영화 "베일리 어게인", 감독-라세 할스트롬, 2017


내가 개로 살면서 깨달은 건 이거야, 즐겁게 살아,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서 구해주고 사랑하는 이들을 핥아주고 지난 간 일로 슬픈 얼굴 하지 말고 다가올 일로 얼굴 찌푸리지 마. 그저 지금을 사는 거야. 지금 이 순간을. 그게 개가 사는 목적이야


영화 <베일리 어게인>의 원제목은 <A Dog`s Purpose>이다. 주인공인 개의 이름이 베일리이다. 환생을 통해 네 번의 삶을 살아 본 베일리가 말하는 삶의 목적은 이렇다. “내가 개로 살면서 깨달은 건 이거야, 즐겁게 살아,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서 구해주고 사랑하는 이들을 핥아주고 지난 간 일로 슬픈 얼굴 하지 말고 다가올 일로 얼굴 찌푸리지 마. 그저 지금을 사는 거야. 지금 이 순간을. 그게 개가 사는 목적이야”      

정말 멋지지 않은가? 이 정도면 인간의 삶의 목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아니 매우 훌륭하다. 삶의 목적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왜 살까?’ 어느 시인이 답한 것처럼 그냥 웃을 텐가? 어느 방송인이 말한 것처럼 그냥 태어난 김에 사는 걸까? 아무래도 좋다. 분명한 것은 죽음 직전에 삶의 목적을 생각하는 것보다 살면서 미리미리 생각해 보는 것이 후회를 줄이는 길이라는 거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무엇을 가장 후회하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는 많다. 그중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것과 자신의 본래성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무엇을 가장 후회하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는 많다. 그중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것과 자신의 본래성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자신의 본래성이’란 삶의 목적과 의미를 말한다. ‘목적’이라고 하면 왠지 ‘무엇’이 된다는 결과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삶의 목적은 그런 결과보다는 살아가는 과정에 대한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영화 속 견공(犬公) 베일리의 말처럼 즐겁게 사는 것, 주변 사람을 돕는 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표현하기, 지나간 일에 지나치게 얽매이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지금 현재에 충실하고 감사하기... 같은 것 말이다.      

‘지금-여기(Now&Here)’는 여러 심리상담 이론이나 명상에서 강조되는 것이기도 하다. 인지행동 치료(CBT)의 하나인 ‘수용 및 전념 치료(ACT,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에서는 판단하지 않고 경험을 쫓아내지 않으면서도 ‘지금-여기’에 온전히 존재하며 현실을 기꺼이 경험함으로써 행동에 필요한 자유를 더 많이 갖게 된다고 본다. 인본주의 심리학적 관점을 반영한 내담자 중심 상담에서도 ‘지금-여기’에서 내담자의 주관적 경험과 자각을 중요시한다. 실존주의 상담에서도 내담자와 상담자의 ‘지금-여기’에서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며 말 그대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는 나 자신의 감정이나 경험을 표현하도록 격려한다. 게슈탈트 치료에서도 미해결 과제나 욕구를 알아차리기 위한 기법으로 ‘지금-여기’를 강조한다.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에서도 매 순간을 ‘알아차리기’ 위해 호흡에 집중하도록 하는데 이 또한 ‘지금-여기’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음학에서도 결국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Memento mori, 메멘토 모리) 해야 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Carpe diem(카르페 디엠, 영어로는 Seize the day), 즉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충분히 즐기기 위해서 이며, 더 나아가 Amor fati(아모르 파티) 즉, 자신의 운명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위해서이다.     

유한한 삶이지만 언젠가는 삶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야 할 운명이지만 끝이 있기에 우리는 우리의 삶과 운명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죽음은 모든 생명체에게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프로이트가 말하는 죽음 본능(Thanatos, 타나토스)은 자기 파괴적이고 죽음으로 회귀하려는 본능으로 생존에 대한 본능(리비도)과 함께 서로 뗄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다. 유한한 삶이지만 언젠가는 삶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야 할 운명이지만 끝이 있기에 우리는 우리의 삶과 운명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활하기에 바쁜 현대인에게 삶의 목적을 묻는 것은 한가한 일로 치부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가끔은, 예를 들어 생일날 같은 때 말이다. 내가 사는 이유에 대해서, 삶의 목적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 그래서 한 때는 이런 생일 노래가 유행이었나 보다.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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