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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택 Spirit Care Feb 28. 2021

죽는 날까지...

[영화로 풀어가는 죽음학 이야기 2] / 윤동주 "서시"

윤동주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누구나가 아는 윤동주의 서시를, 

죽음학을 공부하면서 다시 보게 된다. 

참고서에 실린 시험용 해석이 아닌 나만의 해석을 해본다.     


시의 첫마디가 ‘죽는 날까지’이다.

동주는 ‘죽음’을 떠올렸다. 그렇게 삶의 마지막을 떠올리며 생각한 삶의 목적은 부끄럼 없이 사는 것이었다. 한 점 부끄럼 없는 삶. 

하지만 현실은 부끄럽기 그지없는 삶이었다.

시인 동주는 괴로웠다. 나뭇잎, 풀잎 사이로 부는 작은 바람에도 힘들어했다.     

그럼에도 저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며, 그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기로 한다. 

나도 죽을 것이지만, 그래도 그 죽는 날까지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 한다.

‘죽어가는 것’...     


그들은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람들이며, 말하고 싶거나 그럴 필요가 있는 ‘마치지 못한 과업’을 가지고 있다.


죽음학에서 ‘죽어감’은 ‘죽음’과는 다른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죽음학의 대가이자 개척자인 퀴블러 로스(1926~2004)는 수많은 사람의 임종을 곁에서 지켜보며 우리가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 그들은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람들이며, 말하고 싶거나 그럴 필요가 있는 ‘마치지 못한 과업’을 가지고 있다.

- 그들의 과업과 필요를 그들과 일치시키기 위해 그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들을 필요가 있다.

- 그들은 우리와 공유하고 있는 인간성, 불안과 공포, 희망으로 이루어진 삶의 최종적인 단계에 대해 우리에게 가르쳐 줄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죽음을 앞둔 사람들과 지내면서 느끼고 연구한 것을 정리한 책의 제목은 <죽음과 죽어감, On Death and Dying, 1969>이다.      


시인 동주는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길을 가겠다고 한다.

‘주어진 길’이다. 누군가에 의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주어진 길’이다.     


Memento Mori(메멘토 모리,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Carpe Diem(카르페 디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 Amor Fati(아모르 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필자가 죽음학을 전하면서 강조하는 핵심적인 세 가지 메시지가 있다. Memento Mori(메멘토 모리,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Carpe Diem(카르페 디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 Amor Fati(아모르 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시인 동주는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고 했다. 그의 운명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Amor Fati). 죽는 날까지(Memento Mori)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기를 소망하는 그는,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밤하늘의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Carpe Diem)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기로 한다. 사랑.., 죽어가는 것에 대한 사랑...,     

죽음을 기억하라. 하여, 지금 이 순간 충실하라. 그리고 어떤 결과이든 네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라. 묵묵히 그 길을 가라.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라. 네가 죽는 그 날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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