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의 기술
설거지까지 요리고, 이별까지 사랑이다.
몇 해 전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수 성시경이 한 말입니다. 가수 김종국이 "먹는 것 까지가 운동이다"라고 말하자 우스갯소리로 던진 말이었는데요, 이 말에는 의외로 심오한 뜻이 담겨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와 이별을 겪고 난 후, 너무도 아픈 나머지 그 마음을 그냥 덮어버리는 때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누락된 감정과 시간들, 누락된 기억들은 살다 보면 언제든 다시 도래합니다. 그것은 하나의 증상으로 소환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고통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사랑에 빠져야 하거나 결코 사랑에 빠질 수 없게도 합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라는 윤동주의 시 <길>처럼, 무엇을 잃었는지 몰라 우울과 고통에, 무엇을 소환하는지 모른 채 증상을 반복하며 살아갑니다. 잃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잘 잃기 위해서, 더 잘 상실하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애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애도는 결국 내면의 깊은 곳을 경험하는 일입니다. 해결되지 않는 슬픔을 끝까지 파고들어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함이지요. 내 안의 나를 소외시키지 않기 위해서, 소외된 누군가를 위해서, 자꾸만 내 안에서 반복되는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애도는 매일 일어나야 합니다. 매일매일 우리에게 애도의 순간들은 찾아옵니다. 아프다고 그냥 넘길 것이 아니라 진짜 나를 찾아서, 진짜 내가 애도할 것을 찾아서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하지요. 그러다 어느 순간 우리를 고통으로부터 무디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_박우란, <애도의 기술> 중에서
시간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떼어 내고 싶어도 절대 떨어지지 않고, 떼어 냈다고 생각한 그 자리에 상처가 다시 돋는 마음도 있습니다. 어떤 마음은 절대 시간으로 아물지 않죠.
하지만 애도는 그러한 마음에도 딱지를 붙게 하고 새 살이 돋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애도를 죽음과 관련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애도는 잃어버린 '존재'를 부르는 모든 행위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변화를 이끌어 냅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별까지도 사랑'이라고 생각해야 할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 글은 도서 <애도의 기술>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