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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무료 브랙퍼스트 클럽

영국의 아침을 바꾸는 변화

by Ms Jung


영국의 학교들은 지난 몇 년간 '조식(breakfast)'을 단순한 식사 제공을 넘어, 아이들의 학습 기회와 복지를 보장하는 중요한 장치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을 거르는 것이 학습 집중도와 정서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반복되면서, 학교 차원의 아침 돌봄과 급식 프로그램은 점차 확산되었습니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유료 브랙퍼스트 클럽(paid breakfast club) 형태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보통 오전 7시 30분경부터 시작하여 맞벌이 가정이나 일찍 출근하는 부모들에게 유용한 돌봄 서비스였습니다. 소정의 비용을 내는 이 클럽에서는 토스트, 시리얼, 크로와상, 주스 등의 간단한 아침 식사와 함께 독서, 색칠놀이, 보드게임 등을 하며 조용하고 안정적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무료 브랙퍼스트 클럽의 등장 — "배고픔 없이 배우는 하루"

하지만 정부는 아침 식사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에너지 위기, 식료품 물가 상승 등으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아침을 거르는 학생 수가 증가하자, 이를 완화하기 위해 무료 브랙퍼스트 클럽(Free Breakfast Club) 제도를 새롭게 도입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2025년 4월부터 정책이 시행되었으며, 올해 처음으로 750개 학교에서 시범 운영(pilot)이 시작되었습니다. 시범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2026년 4월부터는 2,000개 학교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이 제도의 주요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식 수업이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통해 공복 상태를 해소하도록 돕습니다.


부모들이 조금 더 여유 있게 출근할 수 있도록 등교 전 돌봄을 지원합니다.



우리 학교의 실제 모습 — 제도와 현실의 간극

우리 학교는 올해 4월, 이 프로그램의 시범 운영 학교 중 하나로 선정되었습니다. 이미 유료 브랙퍼스트 클럽(오전 7:30 시작)을 운영 중이었기 때문에, 두 제도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공간과 인력 배치 문제를 고민해야 했습니다. 두 프로그램의 음식과 관리 체계는 분리되어 있지만, 건물 구조상 같은 공간을 시간대가 겹치게 활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메뉴와 인식의 차이: '식사' vs. '간식'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제공되는 메뉴와 양입니다.


요일별 무료 조식 메뉴 (로테이션)

주 3회: 바나나, 사과 등 과일 한 개

주 2회: 크럼펫 반쪽 혹은 작은 블루베리 머핀



제공되는 양이 많지 않아 아이들은 이것을 '아침 식사'보다는 '간식(snack)'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일찍 출근하는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아침을 먹었는지 물었을 때, 아이가 "안 먹었다"고 대답하여 학교로 "왜 아침을 주지 않느냐"는 문의 메일이 오기도 합니다. 이는 특히 일찍 와서 유료 브랙퍼스크 클럽 아이들과 함께 있는 아이들 사이에서 두드러지는데 유료 클럽 아이들은 정말 든든히 먹거든요. 무료인 아이들은 장소의 문제로 교실에 올라가서 8:30부터 먹기 때문에 아이들이 난 아침을 못 먹었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 저희는 매번 아이들에게 "이것이 너의 아침 식사"라는 점을 주지시키고 있습니다.



운영 공간의 현실과 교사의 부담

식사 장소: 유료 클럽 아이들은 토스트, 시리얼 등의 든든한 아침을 먹는 반면, 무료 브랙퍼스트 클럽 아이들은 모든 아이가 등교하는 오전 8시 30분에 교실 안에서 식사를 합니다. 아마 공간이 많은 학교들은 이런 문제가 없을거에요.



청결 문제: 특히 크럼펫이나 머핀을 교실에서 먹을 때 부스러기가 많이 떨어져 교실이 어수선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교사는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제자리에 앉아 먹기", "부스러기 정리하기" 등의 지도를 반복해야 하는 추가 부담을 안게 됩니다.


현재 우리 반 30명 중 절반 정도가 교실에 들어오면 아침식사를 먹는데 아침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과일 한 조각이고 과일인 경우 더 안 먹는 아이들이 많아서 제가 자꾸 하나 가지고 가서 먹으라고 말해야 해요.


이 프로그램이 현장에 안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인력 및 동선 문제', 즉 숨겨진 노동(Hidden Labour)입니다. 제가 일하는 학교는 보조교사(TA)가 충분하지 않아, 교사가 직접 운영 업무에 투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교실 식사로 인해 발생하는 부스러기 청소 외에도, 매일 아침 주방(Kitchen)까지 가서 조식 트레이를 가지고 올라와야 하고, 식사 후에는 다시 빈 트레이를 치우러 내려가야 합니다.


이 과정은 제도에 명시되지 않은 숨겨진 업무입니다. 특히, 우리 학년의 경우 제가 (주로 제가 기억하기 때문에) 직접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가지고 올라오지 않기 때문에 2학년 전체의 아침 식사를 가지고 올라올 수 있는데, 이 과정 자체가 매일 아침 상당한 시간을 잡아먹는 또 하나의 '일'이 됩니다. 가끔 1학년의 보조교사가 도와주기도 하지만, 이는 일관된 지원 체계가 아닙니다.


정부는 이 프로그램이 효과적이라고 평가하며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 간소한 식사만으로 교육 격차가 해소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습니다.



제도가 가진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

무료 브랙퍼스트 클럽은 단순한 복지 확대를 넘어, '학교가 지역사회의 보편적인 돌봄 기반이 된다'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저소득층 가정과 이른 시간 출근하는 부모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아이들이 학교 환경에서 하루를 안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심리적 기반을 마련해 줍니다. 무료 브랙퍼스트 클럽은 '학교가 지역사회의 돌봄 기반이 된다'는 긍정적인 철학을 담고 있지만, 정책 시행 초기부터 현장의 한계가 뚜렷이 드러났습니다.



시범 운영 초기, 학교 10%가 참여 철회

시범 운영이 시작된 2025년 4월 직후, 초기 참여 학교(750개) 중 약 10%에 해당하는 79개 학교가 프로그램 참여를 철회했습니다.

주된 이유는 바로 재정적 지속 가능성 때문이었습니다.


재정적 손해: 일부 학교장들은 정부가 책정한 학생 1인당 지원금(보도에 따르면 60p 수준)이 실제 식비와 인건비를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여, 학교 예산을 사용해야 하는 재정적 손해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인력 부족 우려: 운영 인력 지원이 미비하여, 기존 교직원의 업무 부담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컸습니다.

정부는 곧바로 새로운 학교(약 89개)를 충원하여 750개 학교의 시범 운영을 지속했지만, 이 사례는 "돈이 없으면 좋은 정책도 굴러가지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예산 현실화 및 메뉴 다양화: 간식 수준을 넘어 아이들이 든든하게 느낄 수 있는 단백질과 곡물 중심의 균형 잡힌 식단이 제공되도록 1인당 예산을 현실화해야 합니다.

전용 인력 배치: 교사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식 배분 및 정리를 전담할 추가 인력(보조 인력)을 지원해야 합니다.

공간적 분리 및 환경 개선: 교실이 아닌 전용 식사 공간을 확보하거나, 최소한 부스러기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소통 강화: 학교와 가정 간의 명확한 소통을 통해 '무료 조식의 양과 목적'을 정확히 안내하여, 학부모의 오해와 혼선을 줄여야 합니다.




작은 변화의 시작

무료 브랙퍼스트 클럽은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모든 아이가 배고픔 없이 배우는 아침"이라는 강력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제도가 앞으로 얼마나 잘 정착하고 발전하느냐에 따라, 영국의 학교 아침 풍경과 더불어 가정 및 지역사회가 학교를 바라보는 시선도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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