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말 변화는 어려워...

[ECT +2] Summer 2 Week 5

by Ms Jung

이번 학년도 두 주밖에 안 남았다. 학교는 transition이라고 해서 학년이 바뀌면서 새로운 반도 알게 되고 누가 자기 담임이 되는지도 알게 되기 때문에 아이들도 기대도 높고 동시에 불안과 긴장도 높아진다. 보통 특수 교육 대상인 아이들은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기 때문에 그 아이들 대상으로 이것, 저것 다음 학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이 새 학년 선생님도 만나게 해 주고 교실도 데리고 가주고 하는데 우리 반은 특수 교육 대상아이들 뿐 아니라 불안이 높은 아이들도 있어서 그 아이들까지 부탁해서 3학년이 있는 옆 학교 주니어 스쿨 투어도 같이 시켜줬다. 갔다 오면 아이들 얼굴이 한결 편해져있기는 하지만 긴 방학이 끝나고 다시 학교를 가야 할 때가 되면 아이들은 울기도 하고 화도 내기도 하면서 변화에 대한 저항을 하게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학교에 있을 동안에는 가능하면 편안하게 새 학년 올라가는 것에 대해 받아들이게 하는 것 밖에 없다.


이번 주는 월요일에는 3학년 리드인 선생님이 와서 홀에서 2학년 아이들과 만나 3학년이 어떤지에 대해 설명해 줬고 금요일에는 6학년 아이들 중 대표 아이들 중 2학년 각 반에 두 명씩 와서 아이들의 질문을 받고 답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불과 1, 2년 전만 해도 코 훌쩍이던 아이들이 키가 쑥 커서 어엿하게 질문도 받고 답변해 주는 걸 보면서 괜히 뿌듯했는데 우리 반 아이들도 몇 년 있으면 저렇게 되겠지 싶어 괜히 가슴이 설레었다. 아이들이 3학년에 잘 올라가 적응하면 좋겠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옆 학교 가서 새 학년 선생님과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고 올 예정인데 아이들이 없는 사이 우리는 이제 1학년인 아이들 2학년으로 와서 같이 적응하는 시간을 가질 거라 어떤 활동을 할지에 대해 얘기하고 준비했다. 아직은 아이들 이름도 얼굴도 잘 모르기 때문에 조금 긴장되지만 2학년 올라오는 애들은 더 긴장되지 않을까 싶어 가능하면 마음을 편하게 해 줘야지 하는 생각만 하고 있다.


이제 학년 말이라 새로 진도를 나가서 뭔가를 가르치기보다는 지금까지 배웠던 것들을 복습하는 시간을 갖고 있고 마지막 주에 있을 발표회 노래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도 이번 주는 DT시간에 각설탕을 가지고 다리를 만드는 걸 했는데 아이들이 엄청 재미있어했다. 문제는 다리를 만들면 그 다리가 튼튼하게 서 있어야 하지만 제대로 서 있는 다리가 없어서 아이들이 무척 실망했다. 다행히 옆반 리지는 성공을 해서 리지에게 어떻게 하는지 배워서 금요일에 다시 만들었는데 다 성공해서 아이들이 기분 좋게 집에 갔다. 물론 각설탕이라 아이들이 설탕을 갈아 아치도 만들고 했기 때문에 나온 가루들을 손으로 쪽쪽 빨아먹기도 했다. 먹지 말라고 해도 말 참 안 듣는다. 하지만 아이들 나이를 생각하면 영국 2학년은 고작 6, 7살밖에 안된 아이들이니 안 먹기도 참 어려울 것 같다. 다 만들고 아이들 집에 간 후에 쓰레기 통에 다 버렸다. 아깝긴 했지만 교실 공간이 협소하니 놓을 곳이 없어 방법이 없었다. 월요일에 학교 오면 아이들이 자기가 만든 다리들 어디 있냐고 찾을 텐데 싶지만 다른 반들도 다 버렸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했다. 그래도 사진 많이 찍어서 씨소에 올려놨으니 아이들이 보고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


sugar cube bridge

이번 주는 폭염으로 교실이 엄청 더웠는데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져서 아이들 라이팅 수업 때 교정해 주면서 땀이 뚝뚝 떨어져 너무 부끄러웠다. 교실 온도가 점심 전에 31.6도까지 올라가서 사진 찍어 학교 단톡방에 올리고 이건 너무 위험하다고 했지만 영국은 온도에 대해 상한선이 없고 학교를 닫지도 않기 때문에 그냥 수업을 해야 했다. 교감인 타샤랑 쌤이 너무 더우면 2학년은 선풍기 가지고 내려와서 홀에서 수업하라고 했는데 네 반 모두 다른 수업을 하는데 어떻게 같이 내려와서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싶어 정말 어의가 없었다. 몇 년 전 우리 학교 교사가 폭염으로 수업하다 실신해서 그때 한번 아이들 다 집에 보낸 적이 있다고 하는데 올해는 아무도 쓰러진 사람이 없을 것 같아 이 더위에도 수업을 해야 할 것 같다. 오후에는 건물이 더 더워지기 때문에 아이들 집에 갈 때쯤에 33도 찍었고 하교 후에도 계속 미팅이 있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한국은 에어컨이 당연한 물품 중 하나이지만 영국은 아직도 에어컨은 상용화되지 않았고 있다고 해도 아주 예전에 우리가 쓰던 큼지막한 에어컨들을 쓰고 있다. 학교는 가장 재정이 없는 곳 중 하나라서 큰 교실에 아주 작은 타워형 선풍기 하나로 여름을 나야 한다. 우리 아이들 이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데 너무 안쓰럽고 기특하다.


우리 반에 있는 CO2 농도 측정하는 기계인데 밑에 기온과 습도도 나온다

우리 반 선풍기는 이번 주 목요일 우리 반 특수 아동 중 하나가 집에 가기 전에 혼자 덥다고 막 하다가 부러뜨려서 교장에게 말했더니 나보고 먼저 사고 나서 청구하라고 해서 헉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하니 인터넷 찾아보다 요즘 폭염으로 선풍기 비싸졌다고 사지 말라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나왔는데 다른 교사들에게 혹시 남는 선풍기 없냐고 물어보다 누가 오피스에 하나 거의 망가지기 직전의 선풍기 하나 있다고 해서 교장에게 이거 써도 되냐고 물어보고 가지고 올라왔다.


부러진 선풍기 ㅠ.ㅠ

겨울에는 우리 반 히터 고장 나서 엄청 추웠고 여름에는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는 선풍기로 버텨야 해서 너무 슬프다. 내 돈으로 에어컨 사서 가지고 오고 싶지만 전자 기기는 화재 위험 때문에 트러스트에서 담당하는 사람이 와서 적합성 테스트 하고 써야 해서 시간이 많이 걸려 이미 포기했다. 돈 많은 사람이 초등학교에 에어컨들 좀 다 설치해 주면 좋겠다. 옆 학교는 스태프 룸에 에어컨 있고 커피 메이커들도 있는데 우리 학교는 스태프룸에 벽에 달린 선풍기 두대뿐이고 그것도 더운 바람만 나온다. 기온이 30도만 안 넘어가도 그냥저냥 민소매 옷으로 버틸 수 있겠는데 30도가 넘으면 그것도 아무 소용이 없다. 다행히 이번 주는 월, 화는 엄청 더웠지만 체육대회가 있던 수요일부터는 기온이 떨어져서 땀 많이 안나고 체육대회도 무사히 마쳐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래도 2주 남았으니 어떻게 잘 버틸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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