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T +2] Summer 2 Week 7
작년 9월에 시작된 학년이 지난 금요일에 막을 내렸다. 아이들과 정이 많이 들었지만, 아이들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아 덤덤하게 일주일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아직 학년이 끝났다는 실감이 잘 나지 않고, 아이들을 떠나보낼 때 좀 더 따뜻하게 안아주며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아이들에 대한 내 마음을 좀 더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직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내년에는 아이들에게 내 마음을 더 많이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와 학년 말에 학부모님들이 선생님들께 선물을 주는데, 우리 반 학부모님들은 돈을 모아 기프트카드를 주셨다. 크리스마스에도 큰 금액의 기프트카드를 받았는데, 학년 말에는 굳이 잘 보일 필요가 없으니 안 주셔도 될 텐데도 여전히 큰 금액의 기프트카드를 주셔서 정말 놀랐다. 다른 반에서는 개별적으로 와인이나 꽃, 초콜릿 등을 주신 경우도 많았는데, 우리 반 역시 개별적인 선물과 더불어 기프트카드까지 챙겨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것은, 학부모님들과 아이들이 직접 써준 카드였다. 그중에는 내가 아이들의 학년 말 리포트에 써준 글이 너무 감동적이었다며, 아이를 잘 알아봐 줘서 고맙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가슴이 뭉클했다. 리포트를 쓸 때는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했는데, 학부모님들이 알아봐 주시고 고마워하시니 나 또한 괜스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교사라는 직업은 누가 알아봐 주든 알아봐 주지 않든 묵묵히 해야 하는 일들이 많은데, 그 수고를 조금이라도 인정받으면 괜히 눈물이 핑 도는 것 같다.
지난 목요일에는 우리 2학년 아이들의 발표회가 있었고, 많은 학부모님들이 오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 반 아이들도 큰 목소리로 노래를 잘 불러주어 정말 대견하고 예뻤다. 아이들 한 명 한 명 안아주고 싶었지만, 영국에서는 교사가 아이들을 안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You are my pride, " "I couldn't be prouder of you"와 같은 칭찬의 말을 실컷 해주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작별한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 나지 않지만, 다음 주에는 새로 맡게 될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학교에 가서 이런저런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여름마다 학교를 떠나는 교직원들이 있는데, 이사나 같은 트러스트 안에 있는 다른 학교로의 발령 등 다양한 이유로 이동이 있다. 올해는 교사 세 명이 떠났고, 체육 코치는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났으며, 다른 두 명의 보조 교사도 전근을 가는 등 총 8명이 자리를 옮겼다. 금요일 학교가 끝나고 학교 근처 펍에서 송별회가 있어서, 아이들을 모두 보내고 교실 정리와 빨래 등 잡일을 마친 후 합류했다. 다행히 아직 사람들이 남아있어서 함께 음료수를 마시며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
모두들 우리 학교가 가족 같고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이런 말이 으레 하는 인사치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뒤에서는 서로 뒷담화를 하거나 편을 가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배척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 가족이야"라고 말하며 웃고 노는 모습을 보면 가끔은 씁쓸한 미소가 나온다. 하지만 나 또한 이 안에 속해 있기 때문에 함께 있을 때는 웃고 떠든다. 모두들 마음 한편에는 더 좋은 환경의 일자리가 생긴다면 미련 없이 떠날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직장 동료는 그저 동료일 뿐 가족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제 2년간의 초임 교사(ECT) 트레이닝이 끝났다. 원래 **NQT(Newly Qualified Teacher)**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1년 과정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2년으로 늘어나고 **ECT(Early Career Teacher)**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 과정이 2년으로 늘어난 이유는 교사들의 이직률이 높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늘려주자는 의도였는데, 과연 효과가 있는지는 몇 년 더 지나 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어려워도 교사할 사람은 할 것이고, 안 할 사람은 그만두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쨌든 2년 과정이 끝나서 이제는 다른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PPA(Planning, Preparation, and Assessment) 시간만 갖게 되고, 별도의 ECT 시간을 갖지 못하게 된다. 그래도 연차가 높아질수록 월급도 조금씩 늘어나니 그것으로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 ECT 튜터였던 페이에게 ECT 과정을 마친 것을 축하한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정말 어떻게 그 긴 2년을 보냈나 싶지만, 또 한편으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다.
이제 6주의 방학이 시작되었다. 다음 주에는 학교에 가서 교실 정리도 하고 새 학기 준비도 해야 할 것 같고, 그 다음 주에는 한국에 가서 4주 정도 머물다가 8월 말에 돌아올 예정이다. 원래 다른 곳으로 휴가를 가려고 했는데, 부모님께서 이번 여름에 오지 않느냐고 물으셔서 원래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뒤늦게 한국행 비행기 표를 구매했다. 늦게 사는 바람에 비싸게 사서 출혈이 크다. 그래도 부모님이 연세가 드셔서 자주 찾아뵙는 것이 맞는 것 같아 가는 길인데... 한국에 가서 뭘 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하다. 한국을 떠나온 지 너무 오래되어 친구들과 연락하기도 어려워서 그냥 뭐라도 하고 싶은데, 한 달만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방학이니 잘 보내고 푹 쉬다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