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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Jung Aug 22. 2024

PGCE 과제와 함께 한 일 년

PGCE를 받기 위해 해야 하는 과제들


교사 훈련 과정 중 하나인 PGCE 과제들


SCITT을 통한 교사 훈련 과정은 실습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PGCE를 얻기 위해 로햄튼 대학에 제출해야 하는 과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어떤 과제들을 해야 했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과제는 총 4개였는데 첫 번째 과제는 성적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대학에서 어떤 수준의 과제를 원하는지 알려주기 위해 준 과제였다. 교육 이론들 배우고 나서 이 중 하나 선택해서 교실에서 어떤 이론이 학습에 도움이 되는지 설명하고 근거를 대는 숙제였다. 첫 과제여서 다들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실습을 하면서 써야 하는 거라 늘 시간이 모자랐던 것 같다. 과제를 제출하고 나면 3, 4주 후에 성적과 함께 피드백을 주는 구조였다.


첫 과제 - 교육 이론과 현실의 만남  


첫 번째 성적을 내는 과제는 학습 행동 (Behaviour for learning), 비원어민 영어 학습자 (EAL, English as an additional language) 또는 특수 교육 필요 학생 (SEND, special educational needs and disabilities) 중 한 가지 주제를 선택해서 3500자 에세이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내 첫 번째 실습 학교에서 만난 베트남 학생을 도우면서 EAL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이 학생은 영국에 온 지 3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여 여전히 영어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이 학생을 돕기 위해 다양한 교육 이론을 적용하고, 관련 자료들을 활용하여 맞춤형 학습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과정에서 EAL의 역사와 영국 학교에서의 EAL 학생 지원 방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고 실제 교육 현장에서 이론을 적용해 보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이 과제 덕분에 내가 도왔던 베트남 학생은 처음에 짧은 단어로만 소통하다가 (water, toilet 등) 한 텀이 끝났을 때는 좀 더 길게 말할 수 있게 되어 (I want water, Can I have the ball back?) 무척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두 번째 과제 - Core Curriculum, 소규모 학생들과 수업하기

 

두 번째 과제는 필수 (Core Curriculum) 과목인 영어, 수학, 과학 중 하나를 선택해서 소규모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 번의 수업을 설계하고 직접 수업을 진행한 후, 그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하기였다. 이 과제는 어떤 교육 이론을 선택, 활용했는지, 수업의 목표, 활동, 평가 결과 등을 2,500자로 기술하기였고 이후 수업 계획서 3개와 각각의 수업 평가를 1,000자 이내로 작성해야 했다. 특히, 어떤 교육 이론을 바탕으로 수업을 설계했는지 명확하게 설명해야 했기 때문에 이론적인 배경이 부족한 나에게는 다소 어려운 과제였다. 난 1학년 수학에서 teen numbers를 가르치는 걸 했는데, 두 자릿수 숫자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여섯 명의 아이들과  dienes 같은 블록 교구들을 활용해서 십대 숫자의 개념을 직접 경험하도록 했다. 그 결과, 6명의 학생 중 4명이 이 개념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세 번째 과제 - Wider Curriculum, 수업을 계획하기


마지막 과제는 Wider Curriculum이라고 필수 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들 중 하나를 선택하여 수업 계획을 하는 것이었는데 나는 Geography를 선택해서 한 학기 동안 6차시 수업을 계획했다. 영국의 한 학기는 중간 방학 (half-term break)을 기준으로 첫 반 학기, 나머지 반 학기로 나뉘는데, 한 학기의 절반인 half term은 약 6-7주가 된다. 이번 과제에서는 나는 weather를 주제로 잡아서 어떻게 6주간 수업을 할지, 아이들이 어려워할 부분, 수업 진행 중 중요한 결정 사항 세 가지, 그리고 학습 평가하는 방법에 대해 1000자로 요약하고 이걸 10분 분량의 영상으로 설명해서 유튜브에 게시해야 했다. 글자수 줄이고 시간 맞춰 쓰는 게 더 힘들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통과했다.


학교/과정마다 다른 과제들


실습하다 보면 초등학교에 우리 SCITT에서만 오는 게 아니고 다른 대학에서 PGCE 하는 student teacher들도 2, 3주 정도 오는데 다른 학교 학생들과 얘기하다 보면 어떤 학교는 에세이가 5개가 되기도 하고 어떤 학교는 써야 하는 에세이 글자수가 만자가 넘는 걸 써야 하는 곳도 있어서 SCITT 하면서 하는 PGCE는 대학교에서 하는 PGCE보다 아카데믹한 부분에서 덜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리 같은 경우는 거의 매일 실습하는 학교에 가서 레슨플랜하고 수업하고 평가하고 교사를 도와주는 일을 해야 해서 공부할 시간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밤늦게까지 공부하며 과제를 해야 했다. 어느 과정을 선택하든 모든 과제가 교사로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공통점이 있을 거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PGCE를 받으려면...


과제를 하면서 단순히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들의 학습 효과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특히,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수업 설계하고 학생들의 학습 성과를 분석하는 과정을 하면서 교사로서 조금은 준비되지 않았나 싶다.


매 과제를 제출하고 나면, 한 달 후쯤 피드백과 성적을 받았는데, 피드백을 보면서 어떤 부분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지도 알려줘서 이 또한 도움이 됐다. 대학에서 제공하는 무료 문법과 내용을 체크해 주는 Studiosity 서비스를 활용해서 에세이 수정을 했고 Cite them right을 통해 참고문헌 정확하게 인용하는 방법을 익히면서 학문적 글쓰기도 조금 향상된 것 같다.  


성적은 50% 이상부터 pass이고 60% 이상은 merit, 70% 이상은 distinction을 받는데 나는 간신히 50% 넘겨 pass를 받았다. 과제 중 하나는 merit을 받기는 했지만 pass 했음에 감사하다. Pass 하지 못한 친구들 몇 있었는데 영국에서 교사하려면 PGCE가 필수는 아니라 다들 속상해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울고 불고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메일로 먼저 pass 했다는 걸 받고 나중에 이렇게 편지로 PGCE 수여됐다고 왔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 속에서:
mitigating circumstance를 활용한 경험




과정 중, 예상치 못한 가족의 위기 상황을 맞았다. 크리스마스날 언니의 뇌종양 진단 소식을 듣고 절망에 빠졌다. 언니가 의식을 잃어서 급하게 수술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도저히 학업을 이어갈 수 없을 것 같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혼자 울며 시간을 보냈다. 이때가 내가 첫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때였다.


다행히 SCITT 친구들의 도움으로 대학 측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담당자와의 상담을 통해 여러 가지 옵션을 제시받았다. 과정을 중단하거나, 기한 연장을 신청하거나, PGCE 과정은 포기하고 그냥 SCITT에서 하는 과정만 이수해서 QTS를 받기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지만, 당시 내 상태는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감사하게도 대학의 Student Well-being 담당 부서의 도움으로 2주의 기간 연장을 받았고 덕분에 마음을 추스르고 과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mitigating circumstance'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대학 측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과제를 제출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연락이 와서 두 번째 과제도 기간 연장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등 내가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해 주었다. 이러한 따뜻한 경험은 큰 힘이 되었다. 하지만 연장을 자꾸 받으면 언니의 병을 핑계로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냥 해보겠다고 결심했다.


몇 달 후, 같은 과정에 있던 리나가 자기 엄마가 중풍으로 쓰러졌다고 엉엉 울었는데, 내 경험을 바탕으로 리나를 위로할 수 있었고 대학 Student Well-being 연락처를 주어 리나 역시 무사히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나는 실습하는 학교에 매일 갈 수 있어서 문제는 없었는데 과정 중에 있는 조는 부인이 출산을 하면서 큰 아이도 돌보고 갓난아이와 부인도 돌봐야 해서 약 2주간 육아휴직을 가졌다. 우리는 6월 말에 실습이 다 끝났지만 조는 7월 중순까지 2주 더 학교에 가서 실습을 해야 했다. 이런 식으로 SCITT도 유동적이니 어려움이 있다면 혼자 끙끙대지 말고 주변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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