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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좋아하는 아빠와 잔소리꾼 딸의 신경전

아빠 라면 왜 먹어?

by 울랄라샙숑
nuguriImg01.jpg 출처 : 농심 홈페이지


아빠! 또 라면 먹어?

오늘의 글은 왜 라면을 먹느냐는 4살 딸아이의 잔소리가 서러워 쓰는 아빠의 삐침을 주제로 하려 한다.


라면을 좋아한다.

25년 전 처음 라면을 시작한 이후로 꾸준히 좋아했고 아마 앞으로 25년도 라면을 좋아할 것이다. 분명히.

그렇다고 하루에 한 번씩 물을 올리지 않으면 금단현상이 오는 것 마냥 밥보다 면을 더 먹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적당히. 대한민국 30대 남자들이 라면을 먹는 딱 그 정도 빈도의 마니아 코스프레 정도랄까?


결혼 전에도 라면을 분기에 한 번씩 찾아(?) 먹는 와이프 입장에선 주에 최소 1번은 챙겨(?) 먹는 남자 친구에게 주기적으로 애정 담긴 잔소리를 꽤나 들어왔는데 엄마의 마인드를 물려받은 것인지 아빠가 냄비에 물만 올려도


"아빠! 또 라면 먹어?"

"라면 왜 먹어~~ 안 건강해져~"라고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시전 하신다.

허허허... 나 이번 주 처음인데ㅠ_ㅠ


만 30개월 4살 꼬맹이가 무얼 알고 잔소리를 하겠는가. 평소 와이프가 지나가며 왜 라면 먹어~ 냉장고에 반찬 많은데, 국 금방 끓여줄게 밥 먹어라고 하는 것이 재미있어 보이는지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인 것을^^;;


그때마다 와이프에게 아 내가 꺼내먹을게 여보 힘들잖아 그냥 이거 먹어도 괜찮아하며 혹여나 진짜 국을 끓일까 봐 노심초사하며 말리는 내 모습도 재미있어 보였던 듯하다. 이런 귀요미 같으니.

물론 와이프도 하루 권장량에 육박하는 나트륨 섭취보단 심심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픈 마음은 너~~ 무 잘 알겠으나 그... msg가 채워주는 죄책감이야 말로 심신의 포만감을 채워주는 즐거움을 온전히 즐기고픈 이 간절한 마음을 모르는 당신 너무 불쌍해..라고 마음속으로 외치고 또 외치는 중이기도 하다.


다시 돌아와 10분 전 오랜만에 연차에 라면이 빠질 수 없지라며 하나 남은 너구리에 어떤 김치를 먹을까 신나 하며 물을 올리는데 이 꼬맹이가 소리를 들었는지 놀다 말고 달려와 잔소리를 해댄다.

아.. 진짜 먹고 싶은데 토핑으로 떡국떡과 청양 고춧가루까지 생각해두었는데 딸랑구 잔소리에 못 이기는 척 가스를 끄니 뭔가 굉장히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한 건 했다는 으쓱거리는 어깨를 보이며 다시 놀이방으로 가시는데 왜지? 이 라면 내 돈으로 산 건데.

이거 먹고 머리가 차가워질 만큼 얼음 가득 담은 아메리카노 한잔으로 마무리할 계획까지 세워두었는데 4살 꼬맹이 말에 36살 아빠가 꼬리를 내려야 하지? 뭔가 서럽다.


삐침 게이지 100% 채워서 와이프에게 쪼르르 달려가 아니 이 딸랑구가 아빠 구박한다 이게 무슨 일이냐 나 라면 먹고 싶다고 졸라대니 세상에 딸랑구랑 맞장구를 치며 아이고 이쁘다 잘했다 신나 하는데.. 얄미워.


그래도 이젠 말도 너무 잘하고 아빠한테 잔 소리까지 할 줄 아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잔소리는 무섭지만.


오늘 버킷리스트였던 떡라면은 다시 날을 잡기로 하고 저녁장을 보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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