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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의 이직일기

이직의 기로 앞에서

by 울랄라샙숑 Aug 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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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경력 5년. 

광고쟁이 경력은 13년차.

동시에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가지고부터 철이 들기 시작한 37세 평범한 남자.


머지않아 40을 앞둔 지금 인생 일대의 고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직. 이직. 이직. 이직. 이직. 요즘 머릿속에서 빙빙빙 돌고 있는 단어이다.

사회초년생 배울 것도 많고 느낄 것도 많은 때엔 향후 10년 계획에 맞추어 1~2년 단위로 이직을 해오며 다양한 영역을 경험해왔고 자산으로 쌓아오다 현 직장을 만나 약 7년간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참 고마운 것은 한 해 한 해 새로운 레퍼런스를 쌓아 올릴 수 있도록 회사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었고 나 역시 보답하고자 최선을 다해 업에 임해 왔다. 덕분에 (비교적 작은 회사이지만)영향력을 가진 자리까지 올라왔고 연봉적으로도 우리 네 식구가 살아가는데 큰 부족함이 없는 정도로 맞출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왜 이직이냐고?

그러게 말이다 왜 갑자기 이직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 것일까? 


처음 업을 시작하면서 꽤 많은 동기가 있었다.

물론 당시 분야는 온라인에 집중된 캠페인 위주의 내용이 많았고 다른 영역 또는 상위 그룹의 대행사를 꿈꾸는 그룹과 현 분야의 외골수를 꿈꾸는 그룹으로 나뉘어 2~3년 만에 제 갈 길을 찾아 떠나게 된다.

*참고로 광고는 TVCF외에도 온/오프라인, 매체, 운영, 시딩, 바이럴, 컨설팅, 퍼포먼스 어쩌고 저쩌고 참 많은 세부 영역으로 나뉜다. 광고일을 한다고해서 모두가 TV에 나오는 영상을 만드는게 아니라는 의미이다.


세월이 지나 10년 만에 연락이 닿은 동기들 여럿이 모여 그간의 썰을 풀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열정리가 되는 듯한 감정을 느끼는데 이게 참.. 멜랑꼴리해진다.

 

"누군 이직 테크를 기가 막히게 타서 연봉이 얼마라더라"

"누군 업계 스타ae에게 인정받아 매년 상을 타고 있다더라"

"누군 대기업라인에 들어가 CD가 되었다더라"

이런 이야기가 당연히 오갔지만 사실 부럽다는 감정은 전혀 없었다. 같은 분야로 시작한 동기들이 온/오프라인 가릴 것 없는 올라운더로써 업계에서 선호하는 인재상이 되어 있을 동안 난 왜 외골수처럼 한 분야에 그렇게 집착을 해왔는지, 오를 대로 오른 연봉과 직급을 가진 리더보다 2~3년차 적당한 연봉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풍부한 대리보다 선호도가 낮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만들어낸 내적 시샘 같은 것이 있었다.


지금 대우에 만족한다면서 배부른소리냐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글을 쓰는 순간의 나도 같은 생각이니까.

하지만 앞으로의 10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글쎄.. 아무리 오랜시간 충성을 다한 회사도 결국 회사다. 많은 플랫폼이 바뀔 것이고 트렌드도 바뀔 것이다. 지금 내가 뉴진스, 르세라핌의 노래를 알고 멤버를 안다고 해서 20대의 감성을 가진 것이 아닌 듯 40대 중반의 광고인이 당시의 20대 마음에 쏙 드는 광고물을 만들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때문에 40중반의 광고인이 여전히 현업에서 뛸 수 있으려면 주니어들에게 없는 올라운더로써의 능력과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 할 수 있겠고 지금이라도 외골수가 아닌 다골수(?)가 되어야한다는 것이 지금의 판단.


위에서도 언급했듯 높은 연차와 연봉, 직급, 나이(시장에선 높은 나이)을 가진 직원을 두 팔 벌려 환영할 수 있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되려 부담스러워 면접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 

왜? 우린 기술직이 아니니까.


주저리 주저리 말이 길어졌지만,

그래 연봉? 직급? 혜택? 전혀 아쉬움 없다. 

조금 낮추더라도 새롭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그런데 책임질 가족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허들이 될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앞으로 몇 년간 배움이라 생각하고 차근차근 경력을 쌓는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보상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고 난 늘 자신이 있다는 마인드가 있으니 굽히는 것이 전혀 겁나지 않다. 다만 당장 생활비가 줄면 우리 와이프의 말 못 하는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을 알기에 실행에 옮기는 것이 참 망설여지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없다는 것도 함께.


정말 40이 넘어가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아니까.

앞자리가 바뀌기 전에 큰마음을 먹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음.

조금만 더 고민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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