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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정 Oct 13. 2022

겨울이 깊어지기 전, 템플스테이 어떠세요?

서울근교 템플스테이 후기_묘적사

서울 근교에 위치한 아름다운 절, 묘적사와 고야이들

지난 주말, 서울 근교 남양주에 위치한 묘적사로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고, 경의중앙선 덕소역에서 마을버스나 택시를 타고도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곳이다. 날이 추워지기 직전이라 지나가는 가을을 느끼기에도 좋았고 하늘도 맑았다. 절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반긴 것은 고양이들. ‘그래서 묘적사인가?’라는 나의 생각을 들키기라도 한 듯 곧이어 맞아주시는 보살님께서는 “묘적사의 묘는 고양이 묘가 아니라 오묘할 묘 예요.”라고 이야기를 해주신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오리엔테이션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가만히 앉아서 절을 바라보는데 벌써 마음이 편안해진다.


잠시 후 나눠주신 옷으로 갈아입고 템플스테이를 하는 식구들과 모여(보살님께서 1박 2일 동안 함께 밥을 먹는 식구이니 식구라고 부르자고 하셨다.) 오리엔테이션을 들었다. 묘적사는 ‘해골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어 유학길을 포기하고 다시 내려오신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이라고 한다. 터 자체는 1300년이 넘었지만, 절 자체는 오래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인즉슨 묘적사가 국왕 직속 비밀 요원들이 군사훈련을 하던 곳이라 전쟁만 나면 이곳이 먼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보살님이 질문하셨다. “왜 사람들이 절에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하는줄 아세요?”. “물론 자연에 둘러싸여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절이라는 곳은 몇 백년, 천 년을 내려오며 좋은 기도를 하는 곳이잖아요. 그 기운이 여러분께 닿는 거예요.”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신청한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활동은 ‘스님과의 차담’ 이었는데, 이날은 아쉽게도 스님의 개인 사정으로 차담을 진행하지 못하였다. 팀장 보살님께서 미안한 마음과 책임감을 느끼셨는지 우리를 대웅전에 앉히고는 개인적인 경험과 좋은 말씀을 쏟아내셨다. 보살님은 20대 때부터 끊임없이 도대체 자신이 누구이며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탐구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깨달음을 얻으셨다고 말씀하셨다. 전해져 내려오는 부처님의 말씀은 너무나도 많지만, 그건 많은 사람들에게 개개인의 상황에 맞게 이야기를 해주다 보니 많아진 것뿐이라고. 사실 부처님의 말씀은 하나라고. ‘지금 바로 여기, 현존하라.’ 

대웅전 내부와 금강경

“여러분, 머릿속으로 살면서 가장 괴로웠던 일, 혹은 지금 나를 괴롭히는 일을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그 기억을 왼손을 들어서 손 위로 올려보세요.” 가만히 눈을 감으니 나를 괴롭히 던 것들을 떠올렸다.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아파졌다. “이제, 오른손을 들어서 조금전에 왼손에 올려둔 기억을 잡아보세요.” 보살님을 따라서 오른손으로 왼손의 기억을 잡았다. 당연하게도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잡는 행동을 한 것만으로도 정말 ‘아무것도 없는것’이 느껴졌다. “잡히나요? 잡히지 않죠. 왜그러죠? 그건 바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예요.”. 


“여러분은 지금 여기 존재합니다. 여기 절도 존재하고, 지금 들리는 새소리도 존재하는 것 이예요. 하지만 기억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죠. 그건 꿈이고, 허상일 뿐이에요. 그게 우리를 괴롭히게 하지 마세요. 그리고 현존하세요.” 그 순간 눈앞에 들어오는 빛, 빛이 비치고 있는 종을 바라보는데 눈물이 차올랐다. 정말 ‘현재’만이 있는 경험을 어렴풋이나마 한 것 같았다. ‘지금 여기에 머물러라.’ 끊임없이 듣던 말이지만 스스로 직접 체험하고 나니 진정한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마음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이 실체 없는 것이 왜 나를 기쁘게 하고, 나를 괴롭게 할까.’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차분해졌다. 

묘적사 아침, 저녁공양

보살님 말씀이 끝나고 잠시 산책을 했다. 그리고 저녁공양을 하러 갔다. 6가지 색색깔의 반찬들과 밥 그리고 국이 준비되어 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두 번을 먹었는데, 다 먹고 나니 보살님이 물으셨다. 

“남의 살 하나 안들었는데, 너무 맛있죠~?” 

인간이 어찌 태어나서 해가 안되겠냐만, 적어도 남의 살 먹지않고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감사한 일이었다. 다음날, 회향하기 전 예불을 드렸다. 스님을 따라 절을 하고, 잠시 더 앉아서 금강경도 읽고 그렇게 나는 다시 나의 삶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냄새, 맛, 감촉, 마음의 대상에도 집착 없이 마음을 내어야 한다. 마땅히 집착 없이 마음을 내어야 한다. 마음에 집착이 있다면 그것은 올바른 삶이 아니다. 그러므로 보살은 형색에 집착 없는 마음으로 보시해야 한다고 여래는 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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